'GMO', 이른바 '유전자 변형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떤 병균에도 강하고 질 좋고 맛 좋은 토마토를 떠올리면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그걸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유통도 편리하니, 누가 그걸 이용하려 들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 GMO 생물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까? 물론 인체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검사할 것이고, 농촌진흥청은 환경의 위해성을 검사할 것이다. 그 밖에도 국립환경과학원과 국립수산과학원 등의 심사협의를 통과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그들의 전문 용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뿐만 아니다. 검사 대상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만약 동물에게 해가 없고, 주변 농산물이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치자. 만약 그것을 사람에게 곧바로 적용해도 괜찮을까?
김훈기의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는 바로 그런 문제점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강타하고 있고, 한국인의 식탁에도 이미 올라와 있는 GMO와 복제 쇠고기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이다. 그것들의 문제점들과 심사숙고해야 할 여러 대안들도 생각하도록 도와준다.
최근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굵직한 사건 두 가지가 터졌다. 2012년 8월 중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황금미의 기능을 확인하는 생체 실험을 거쳐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안전성 판정이 나기도 전에 유례 없이 인체 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프랑스 연구진이 장기간의 동물실험 결과 GMO가 인체에 위험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8쪽)과연 이와 같은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왜 우리나라 언론은 대서특필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마도 우리나라 소비자와는 전혀 무관해 보인 것이라고 판단한 까닭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뒷거래라도 있었던 것일까? 중요한 것은 프랑스 연구진이 실험한 GMO 품목은 이미 한국 사람들이 먹고 있는 종류였다는 점이라고 한다.
수입 식용콩 75%가 GMO... 한국, 세계 다섯 번째로 GMO 승인 많아이 책은 1부에서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 GMO(유전자조작생물체) 농산물에 대해서, 2부에서는 서구사회에서 식탁에 오른 것으로 짐작되는 복제 동물 식품에 대해서 그리고 3부에서는 소비자의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흔히 'GMO'를 앞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유전자 변형 생물체' 또는 '유전자 재조합 생명체'라 부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주 다르게 꼬집어준다. 이른바 시민단체들이 사용한다는 '유전자 조작 생물체' 말이다. 정말로 의미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GMO식품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이 책에서는 몬산토 사가 유통시킨 GMO 콩, 그리고 노바티스 사가 유통시킨 GMO 옥수수를 1996년부터 수입한 것으로 밝혀주고 있다. 재밌는 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GMO 농산물 승인 건수가 많은 국가라는 점이라고 한다.
더 웃기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식용 콩의 75%가 모두 GMO 콩이라는 것 말이다. 더욱이 2011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사료용 옥수수의 거의 100%가 GMO 옥수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다양한 과정을 거쳐 가공하여 판매된다고 한다. 이른바 과당이나 물엿, 올리고당 같은 것으로 말이다. 여태껏 그것들을 먹어왔던 셈이라니, 놀랍지 않는가?
2012년 9월 프랑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2년간 생체 실험을 한 결과 GM 옥수수 NK603이 종양을 비롯한 각종 장기 기능 이상을 일으켰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NK603은 바로 한국이 2002년 식용(2004년 사료용)으로 수입을 승인한 품목이다. 이미 10여 년간 한국 소비자가 섭취한 종류의 GM 옥수수였다.(53쪽)질병에 시달린 복제 양 '돌리'... 인간에게도 대재앙이?그런데 그와 같이 문제가 되는 GMO 농산물을 우리나라도 이미 개발해 왔다는 데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1999년 2월 10일에 우리나라에서도 GMO 농산물이 처음으로 개발됐다고 밝혀준다. 1990년대 초부터 소비량이 많은 여덟 개 농산물(벼, 고추, 배추, 양배추, 담배, 토마토, 오이, 들깨) 열 아홉 종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실험을 이미 수행해 왔다는 게 그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 소와 육질과 맛이 좋은 소의 복제까지도 추가적으로 연구하여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이고, 우리나라도 제주도의 흑우 같은 소들을 복제기술로 대량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것들을 판매하는 데 있을 것이다.
복제 기술은 우량 가축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고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을 보존할 수 있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을 획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열쇠이다. 그러나 만일 돌리의 몸에 이상이 있었다면 복제 동물의 실용화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늦춰져야 할 것이다.(161쪽)이른바 복제 양 돌리에 관한 내용이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돌리가 죽기 전 비만과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렸고, 결정적으로 폐 질환에 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바로 그런 점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희귀종과 고기 맛이 좋은 복제 소들을 대량 생산하여 세상 사람들이 먹게 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벌어질지도 모를 질병 같은 대재앙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언론과 방송에서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GMO에 대한 정확한 사실과 그 현상과 여파를 알 수 있는 일반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육질 좋고 값싼 복제 쇠고기가 우리들의 식탁을 뒤흔든다 해도, 그것의 안전성을 어떻게 믿고 먹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런 책들을 더욱 꼼꼼하게 따져 읽어보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