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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버스터미널 풍경, 버스를 대기하는 어른들은 많이 보이지만 아이들은 볼 수 없다.
인천버스터미널 풍경, 버스를 대기하는 어른들은 많이 보이지만 아이들은 볼 수 없다. ⓒ 김학섭

김부식씨(70)는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올해 설에도 아들 내외가 손녀딸 하나만 데리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8년이 돼가지만, 여전히 아들 내외는 딸 하나만 낳고 더 낳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러다 아이를 더 낳지 않을 것 같아 걱정돼 자식에게 한마디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시큰둥했다.

"너희들은 아이를 이제 낳지 않기로 작정했냐?"
"네."
"하나면 너무 외롭제 않겠느냐?"
"아버지, 하나 키우기도 힘이 들어요, 아버지가 대신 키워 주시겠어요?"
"내가 그럴 돈이 어디 있냐?'
"그러면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자식은 하나라도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비단 이런 문제는 김부식 씨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는 며느리에게 같은 생각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며느리는 한참동안 진지하게 생각하는 표정이 되더니 조금 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아버님, 지금 아이하나 키우는 데 돈이 얼만나 들어가는 지 아세요? 아이들을 키우다 우리는 등골이 빠질지 몰라요. 저희들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상주가 됐을 때 혼자면 얼마나 쓸쓸하겠느냐. 누구에게 의논도 못하고 혼자면 너무 불쌍하지도 않냐?"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왜 아이를 낳아서 왜 생고생해요."

자식을 낳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돈이 없어 키울 자신이 없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는 식이었다. 자기들의 행복을 위해서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은 자기들만의 욕심이 아닐까, 결국 사서 고생을 하지 않겠다는 결론이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생각이 옳은 것일까.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 듯해 김부식씨는 걱정이다.

 귀향하는 사람들이다. 역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귀향하는 사람들이다. 역시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다. ⓒ 김학섭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자식에게 재산 문제로 고소고발당하는 것을 보면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난해서 먹고 살 수 없는 형편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은 50~60년대 처럼 먹고 살기에 바쁜 형편이 아닌데도 무조건 아이는 싫다는 것이다.  

지금은 결혼 자체를 싫어하는 나홀로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자고 남자고 마찬가지다. 나홀로 가정이 늘어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급기야 장가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해외에서 여자를 데려오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재 결혼 이민자만 22만 명(여성가족부)에 이른다고 한다.

노년 인구가 늘어나는 데 출산 인구가 준다면 앞으로 나라는 어떻게 될까. 인구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진 마을도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놔도 본인들이 출산 의지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부식씨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 정부의 좀더 현실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부식 씨의 개인적인 소원은 돌아오는 설에는 아들 내외가 손자든 손녀든 하나만 더 낳아  집안에서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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