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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당일인 10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오선화(35)씨는 한 시간 거리에 부모님 댁이 있지만 가지 않았다. 혼자 명절을 보낸 지 3년이 넘었다는 오씨는 "막상 친척들끼리 모여도 할 말이 없다"면서 "같이 밥 먹고 한 시간만 지나면 대화의 주제가 떨어져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괜히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는 것보다 혼자 영화 보는 편이 좋다"며 "이미 영화 두 편을 예매했다"고 말했다.

설을, 피로를 푸는 '힐링 데이'로 삼는 이도 있다. 이혜연(33)씨는 "설에 문을 여는 피부과를 찾아 예약했다"며 "밀린 잠도 푹 자고 마사지도 받으며 쉰다"고 했다. 서은조(28)씨도 "찾아보니 국립중앙 박물관이 설날에 문을 열었다"며 "혼자 미술전을 보며 정서적 힐링을 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 카페의 풍경 설 연휴기간인 9일에도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많다.
▲ 설 연휴 카페의 풍경 설 연휴기간인 9일에도 카페를 찾은 사람들이 많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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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관련 일을 하는 김민석(32)씨 역시 설 연휴를 카페에서 혼자 보내고 있다. 김씨는 "집이 춘천이라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가끔 보는 친척들이 신상 털기처럼 결혼, 여자친구, 일에 관해 묻는 게 부담스럽다"며 "부모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전화로만 안부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에 워낙 바빠 내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요 며칠만이라도 혼자서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혼자서 새해를 맞이하기

"저희가 큰 집이거든요. 지금 집에 친척이 20명이 와 있는데 어떻게 쉬겠어요."

마케터로 일하는 김정미(가명·29)씨에게도 설 연휴 3일은 모처럼만에 휴식이다. 하지만 큰 집인 김씨의 집에는 9일 낮부터 일가친척들이 모였다. 그래서 밖으로 나왔다. 김씨는 혼자 합정동 북카페를 찾았다. 

설 연휴기간 합정동 카페의 풍경 설 연휴기간인 9일 합정동 카페를 찾은 사람들
▲ 설 연휴기간 합정동 카페의 풍경 설 연휴기간인 9일 합정동 카페를 찾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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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 김씨는 "일의 특성상 늘 긴장하고 쫓기듯 살아서 연휴 기간에는 좀 쉬고 싶었다"며 "스무 명의 친척들이 모인 집에 있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에 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그동안 못 읽은 책도 읽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데 집보다 카페가 편하다"고 설명했다.

장하리(33)씨가 카페를 찾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장씨는 "집에는 일 약속이 있다고 하고 나왔다"면서 "사실 저녁 약속인데, 낮부터 나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명절은 마음먹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인데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카페 '자음과 모음'의 설 연휴 영업시간
 카페 '자음과 모음'의 설 연휴 영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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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기간에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아 카페 역시 쉴 수가 없다.

카페 '자음과 모음'의 매니저 이상현씨는 "생각보다 연휴 기간에 찾아오시는 손님이 많아서 문을 열기로 했다"며 "명절에 오시는 손님들은 평일 손님에 비해 오래 머무신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연휴 기간 내내 오후 1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1시에 문을 닫는다. 

한편 국토해양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설 귀성객 수요 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전국 예상 이동인원은 총 2919만 명이다.

덧붙이는 글 | 신나리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 입니다.



#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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