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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자료사진).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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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의원이 민주당의 두 가지 길이 '금방 망하냐 서서히 망하냐'라고 했는데, 민주당 의원들도 당이 망하는 걸 알고는 있구나 생각이 든다. 민주당, 정말 위기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말이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내일을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주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 교수는 "지금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5년 뒤 집권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자기 희생이 따르는 개혁과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의 시작점은 '정당'이다. 2002년 이후 3김(김대중·김종필·김영삼) 시대의 정치적 폐해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추진된 '원내정당화' '당원보다는 지지자 중심의 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공직·당권) 후보자 선출 과정에서 참여 경선 방식으로 이뤄져 당원보다는 인기도나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유리한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또, 조직으로서 정당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일반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 표출하는 정치적 대표 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됐다"고 말했다. 정당의 기반이 약화되자 여론에 휘둘리게 됐다. 여론조사 등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정치권 바깥의 인물에 눈을 돌리게 됐으며, 그 대표적 예가 정몽준·안철수라는 게 강 교수의 진단이다.

'제왕적 당 총재'에서 벗어난 민주당의 또 다른 문제점은 과감한 개혁을 하지 못하게 것도 있다. 강 교수는 "정당 리더십도 약화돼 제대로 된 정당 지도자를 만들지 못한 채 3개월·6개월에 한 번씩 지도자를 바꿨다"며 "리더가 새로운 인물을 충원할 힘을 갖지 못하게 됐고, 결국 민주당 현역 의원 기득권에만 기초한 정당이 됐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김태일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새로운 인물 충원' 문제에 대해 "이제까지 민주당은 동종교배를 해왔다"며 "다양한 부분의 사람들이 충원되지 않고 연고에 따라 충원했다, 동종교배에서는 우성이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호남당 이상의 가치 갖기 쉽지 않아"

민주당의 기반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 교수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남은 가치가 없다"며 "지금 민주당은 호남당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호남'이라는 지역기반 조차 흔들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1990년대에만 해도 지역주의가 피부에 와 닿았지만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 격차가 더 심각한 문제다. 이제는 생활 정치로 관심사가 옮겨갔는데 민주당만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지역적 토대가 약화된 상태에서 2014년도 지방선거는 민주당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당이 생겨나면 적지 않은 변화가 호남에서부터 나올 것"이라며 "전남도지사나 광주시장 등 상징적인 직 하나만 넘어가도 지각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계파 중 하나로 자리잡은 '친노' 역시 국민적 지지의 실체가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강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386 세대는 삶과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박근혜 지지도 적지 않다"며 "친노는 지지기반이 상실된 상태에서 껍데기만 남았을 뿐 내용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할 방안은 '진짜 개혁'밖에 없다. 강 교수는 "민주당이 호남 독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그 예가 될 수 있다"며 "정당법을 개혁해 지방선거에 한해서라도 폐쇄적이고 독점적 구조를 깨고 경쟁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지는 '자기 희생'이다. 

김한길 "실종된 당의 주인을 분명히 하는 전당대회 돼야"

김한길 의원. 사진은 2012년 6월 11일 최고위원회 당시.
 김한길 의원. 사진은 2012년 6월 11일 최고위원회 당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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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개혁을 해나갈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차기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김한길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개혁의 시작은 당의 주인을 찾는 일"이라며 "민주당 전대는 실종된 당의 주인을 분명히 하는 전대가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당의 주인인 당원이 바로 서는 전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작년 5월 우리 당 새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내가 우리 당의 당원과 대의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는데 당 대표는 다른 사람이 됐다"며 "당원이 중심을 잡고 지지세력과 우호 세력을 더해야 당세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곧 있으면 결정될 전대 룰과 관련해, 모바일 투표를 도입하는 데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이대로 가면 민주당 앞에는 '서서히 죽는 길, 아니면 빨리 죽는 길'밖에 없다"며 "모진 마음으로 변해야 한다, 그 변화는 많은 고통을 요구하지만 기꺼이 이를 감수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언주 의원도 "당이 모바일을 통해 정책을 생산하거나 국민 의견을 들어 반영하는 통로조차 만들려 하지 않으면서 생뚱맞게 권력을 결정하는 선거에서만 모바일 투표를 사용하고 있다"며 "모바일 투표의 진정한 취지가 뭐였는지 기술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일 교수는 "당직 선출은 당원으로 정의된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공직 선출에는 지지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강 교수는 "참여경선이냐 당원중심 경선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당에서 스스로 지지자의 정의를 내리고 그들의 참여를 조직화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비민주적 방식이나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개방하는 것, 모두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구조에서 모바일 투표냐 여부를 두고 싸울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정체성이 맞닿아 있는 지지세력을 모으려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누구까지 당원으로 볼 거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원을 늘리는 게 문제임에도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대 룰도 결정 못하는 민주당, 이게 정당이냐"

한편, 전대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리더십 부재'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자로 자리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한 결정도 못하는 비대위"라며 "전대준비위 결정이 제동이 걸려 아무것도 결정 못하는 게 정당이냐"고 비판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결정한 전대 방식에 대해 민주당 정치혁신위원회가 반대해, 논의에 진척이 없는 지점을 꼬집은 것이다.

정치혁신위원회에서 차기 지도부에 지방선거 공천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공천권 없는 지도부가 뭘 할 수 있겠냐"며 "2011년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비대위를 띄워 공천권까지 모두 박근혜에게 줬다, 친이계가 학살될 걸 뻔히 알면서도 당을 살려달라며 공천권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나름의 개혁을 해 나갈 수 있었던 동력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선출된 지도부에 권한을 주고 이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태그:#민주당, #전당대회, #안철수,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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