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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산역과 철도공사까지 나서서, 유관단체에 말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노산 찬양으로 일관하는 시비를 세웠다. '민주성지 마산'을 마지막 자존심으로 삼는 뜻있는 시민들의 상처난 가슴에 또 한번 소금을 뿌렸다. 이것이 노산 이은상의 문학정신이며, 아름다운 민족문화 유산이며, 향토사랑의 표현인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마산, 회장 정성기)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18일 이 단체는 "노산 이은상 측은 지금이라도 우리 시민과 국민 앞에 조건 없이 사죄하고 책임있는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를 촉구했다. 사진은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을 때 모습.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가고파 시비' 철거를 촉구했다. 사진은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을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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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노산, 1903~1982)이 쓴 "가고파"를 새긴 시비가 지난 6일 마산역광장에 세워졌다. 허인수 마산역장이 제안하고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재정을 부담했으며, 김복근씨가 이은상 약력을 정리해 놓은 시비다.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해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마산역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시비 위에 "한평생 독재부역, 불세출의 기회주의자.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마산역 이은상 시비 즉각 철거하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또 누군가가 제막식 전에 시비 뒷면에 파란색 페인트로 훼손하기도 했다.

"시대착오적 문화의 저열성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33년만의 부마민주항쟁특별법 통과를 눈 앞에 두고 다시 불거진 '이은상 사태'를 접하여 시대착오적 문화의 저열성에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면서 입장을 밝혔다.

이 단체는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소통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숭악하게 긴긴 세월 동안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며, 길을 두고 산으로 가며, 코흘리개도 알만한 상식을 외면할 수가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이은상에 대해, 이 단체는 "노산이 해방 후에는 친일파와 함께 3.15의거, 4.19혁명 과정에서 시민을 총칼로 학살한 이승만 정권을 옹호한 중대 국가범죄 공범"이라며 "박정희 쿠데타 이후에는 지하의 민주공화당 창당작업에 참여하고, '유신만이 살 길'이라며 다시 헌정파괴, 독재 찬양의 앞장에 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마항쟁과 10.26사태 이후에는 박정희 추모시를 쓰고, 더 나아가 5.18 이후에는 전두환 정권을 옹호하는 데도 나섰다"며 "독립 유공자와 대문인의 이름으로 이렇게 역대 독재와 쿠데타 정권을 한결같이 옹호한 기회주의적 인물도 드물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노산은 1982년 타계하기 전에 단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사죄하지 않았다. 그 책임은 5.16 쿠데타를 옹호하고 마침내 유신독재까지 옹호한 상당수의 3.15, 4.19 관련 인사들이 노산의 행적과 그 추모사업을 묵과하여 면죄부를 주거나 심지어 어지럽게 동조해 온 데도 있다."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열기 직전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시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국제로타리3720지구'가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열기 직전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시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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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또 이은상에 대해 "전두환, 노태우 일당은 일찍이 군사내란과 부패의 죄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며 "2년 전에는 국외로 도피한 이승만을 기념하는 사업회와 그 유족이 이승만의 과오에 대해 사죄하였지만 4.19 관련 단체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였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3.15의거를 복권시킨 문민정부에 의해 5.16과 유신은 군사정변으로 규정되었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그 평가가 재확인되고 있다. 역사와 민심은 이렇게 엄정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것은 결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공적에 대해서는 상을 받고, 과오에 대해서는 뉘우치고 벌을 받는 것은 만고불변의 인간 도리요, 상식이 아닌가?"라며 "그런데 노산의 경우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그 과오에는 눈을 감고, 공적을 드러내는 데만 일관하는 과욕과 탐욕으로 혹세무민하였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마산역 노산시비 사태는 우리 지역사정에 어두운 철도공사나 잠시 머물다 갈 마산역장이 모든 책임을 질 일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정치행정권력과 한 몸이 되어 노산문화의 50년 장기집권을 유지해 온 책임있는 주체가 나서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이제라도 노산의 중대 과오에 대해서는 물론, 그 과오를 덮어 두고 행정공권력으로 '가고파 문화'를 밀어붙이며 마산의 민주의거 정신을 크게 훼손해 온 데 대해 우리 지역 민주시민과 국민 앞에, 그리고 유관단체 앞에 아무 조건없이, 진정성을 갖고 사죄해야 한다"며 "사죄에 합당하게 이번 마산역 사태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행동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태그:#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은상, #마산역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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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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