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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을 찬양했던 이은상(호 노산·1903~1982)의 <가고파> 시비(詩碑)를 철거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마산역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시비에 검정색 천조각을 씌우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이고, 가운데 '민주성지 마산'이라고 쓴 펼침막을 걸어 놓았다. 철도노조도 시비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로타리클럽(3720지구)은 3000만 원을 들여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를 세우고, 6일 제막식을 가졌다. 시비는 허인수 마산관리역장이 제안해 세워졌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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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이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이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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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는 온갖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제막식이 있기 전 누군가가 시비 뒷면에 파란색 페인트를 뿌렸고, 씻어냈지만 아직 흔적이 남아 있다. 또 시비에는 이날 '근조 천조각'이 씌워진 것이다.

대책위는 지난 13일 시비 위에 "한평생 독재부역, 불세출의 기회주의자. 이은상은 마산의 자랑이 아니라 수치다. 마산역 이은상 시비 즉각 철거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이 펼침막은 며칠 뒤 창원시 마산회원구청이 철거했다.

"허인수 마산역장 해임하고, 시비 철거하라"

대책위는 이날 "한국철도공사는 허인수 마산역장을 해임하고, 마산역광장 이은상 시비를 즉각 철거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철도공사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옛 마산시(지금의 창원시)는 이은상의 호를 딴 '노산문학관'을 지으려다 시민사회진영의 반발을 사 '마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책위는 "노산문학관을 두고 벌였던 논쟁은 6년을 끌어오면서 숱한 화젯거리를 남겼고, 결국 마산시의회에서 찬반 격론을 거친 뒤 표결로 반대 측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논쟁 과정에서 '이은상' '노산' '가고파'는 따로 분리할 수 없는 동의어라는 것이 확인되었고, 이후 공공기관에서는 이은상과 관련된 어떤 형태의 사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 시민정서를 알기에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이고, 집회를 열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이고,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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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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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책위는 "아직도 이은상 기념사업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 거대한 돌덩어리에 박수를 칠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철거에 앞장서야 한다"며 "진정 이은상을 사랑하고 흠모한다면 더 이상 이은상을 욕보이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은상 시비가 3·15 기념일 전에 철거되기를 바란다. 3·15의거는 국가기념일이다. 온 나라가 이은상 문제로 시끄럽게 되는 걸 우리도 원치 않는다. 결국 마산시민 전체가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에 대해 대책위는 "허인수 역장을 해임하고, 이은상 시비를 즉각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이은상 '친독재' 경력은?

이은상의 친독재 경력은 화려하다. 대책위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이은상은 1955년 이승만의 80회 생일에 <송가(頌歌)>라는 제목의 경축시를 헌사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인 '사사오입(반올림) 개헌'이 있은지 4개월 뒤였다.

이은상은 <사상계>(1960년 5월호)에 이승만을 '이순신 장군 같은 분'이라며 구국의 위인으로 칭송하기도 했다. 그는 3․15의거를 비난하고 마산시민을 모독했다. 이은상은 3·15의거와 4·19항쟁에 대해 1960년 4월 15일자 <조선일보>를 통해 '무모한 흥분' 내지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라며 모독했던 것이다.

대책위는 "이은상은 기회주의자의 표본"이라 했다. 대책위는 "4·19혁명이 성공하자 서울 수유리 묘지의 4·19학생혁명기념비에 4·19를 찬영하는 비문을 썼다"고 밝혔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은상 시비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졌으며, 시비 뒷면에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파란색 페인트 흔적이 남아 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은상 시비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졌으며, 시비 뒷면에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파란색 페인트 흔적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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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비는 페인트 세레 등 각종 훼손을 당했는데, 시비 옆에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는 안내문이 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시비는 페인트 세레 등 각종 훼손을 당했는데, 시비 옆에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는 안내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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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책위는 "이은상은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공화당을 창당할 때 창당선언문을 작성하고, 독재자에게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를 팔아먹은 '반민족 시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이은상은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뒤 장충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자 1980년 <정경문화> 9월호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에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으로 보아 무엇보다도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 거의 일반적인 여론'이라는 글을 헌사하고, 이듬해 4월 국정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고 소개했다.

대책위는 "이은상의 친일 의혹 논쟁은 잠복 중"이라며 "<친일인명사전>에 그의 이름이 등재되지 않았지만, 친일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라고 밝혔다.

철도노조 이용석 본부장 "철도인으로서 죄송하다"

철도노조도 이은상 시비 철거 요구에 동참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경남)본부장은 "이은상은 이승만을 찬양하고, 3·15의거를 폄훼했다. 민주성지 마산에 그런 사람의 시비가 세워진 것에 대해 철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산역장이 시비 건립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역사인식이 부족에서 나온 것이다. 철도노조가 좀 더 신경을 쓰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조만간 철도공사 경남본부장을 만나 해결책을 논의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본사 사장을 만나 풀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은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가 회견문을 읽는 모습.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20일 오후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면서 시비에 검정색 천조막을 설치하는 '근조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은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가 회견문을 읽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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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에서 내건 펼침막을 철거한 것에 대해, 장양덕 철도노조 부산본부 마산지부장은 "펼침막이 세워진 뒤 마산역장이 직원을 시켜 철거하도록 했는데 철거하지 않으니까 구청(마산회원구)에 연락해서 철거하도록 했다"며 "이곳은 마산역 땅으로 구청에서 철거한 행위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의곤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는 "마산의 관문이 역 광장에 시비가 세워진 것을 보니, 3·15묘역 영령들의 혼을 꺾기 위해 세워진 말뚝 같고, 더러운 돌덩어리로 보인다"며 "철거하지 않을 경우 철도공사 본사를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석영철 경남도의원과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 박유호 통합진보당 창원시당 위원장 후보, 김성진 민주통합당 마산합포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마산역장 "상징물 세우자는 취지였는데"

대책위는 이어 마산역장실을 찾아갔다. 허인수 역장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결론은 내지 못했다.

김영만 대표는 "마산역 광장은 공공장소다. 이은상은 오랜 논쟁 끝에 해결되었는데, 마산역장이 시비 건립을 추진해 다시 갈등을 부추기고 시민들로 하여금 분노와 증오를 받도록 했다"며 "허인수 역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비가 철거될 때까지 편안한 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마산역장실에서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허인수 마산역장이 '가고파 노사 이은상 시비'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일 오후 마산역장실에서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허인수 마산역장이 '가고파 노사 이은상 시비'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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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수 마산역장이 20일 오후 마산역장실에서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로부터 역 광장에 세워진 '가고파 노사 이은상 시비' 철거 요구를 받은 뒤 곤혼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허인수 마산역장이 20일 오후 마산역장실에서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로부터 역 광장에 세워진 '가고파 노사 이은상 시비' 철거 요구를 받은 뒤 곤혼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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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3·15의거 기념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철거되기를 바란다"며 "철거하는 데 비용이 든다면 대책위에서 모금운동을 하는 등 도와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인수 역장은 "마산역 광장이 관문이고 공공장소인데, 휴지 등으로 더러웠다. 상징물을 세워 관문의 위상을 높이자는 취지였다"며 "시비를 세운 로타리클럽과 관계도 있어 철거는 곤란하다. 상급기관과 상관없이 역장이 책임지면 된다"고 말했다.

석영철 의원과 시민들은 "잘못을 깨달았으면 바로 시행하는 게 아름답다", "마산의 상징물을 세우려고 했다면 이은상 시가 아니라 3·15의거와 관련한 내용을 새기면 될 거 아니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명백히 문제 있는 인물로 이미 판정난 이은상의 시비를 즉각 철거하고, 친독재 인물의 시비가 결코 마산의 자랑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부끄러운 줄 알고 즉각 철거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태그:#마산역, #이은상, #가고파, #독재 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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