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서울 삼청동 금융원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2일 서울 삼청동 금융원수원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본관 건물에 걸려있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 비전이다. 하지만 지난 6일 출범한 이후 오는 22일까지 48일간 활동하는 인수위가 새 시대의 비전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헌정사상 처음으로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구 시대의 문도 제대로 닫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에서는 '잘 살아보세', '제2의 새마을운동'과 같은 철 지난 박정희 시대 구호가 난무했다. 인사에서 공언했던 '대탕평'은 사라지고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공약은 후퇴 논란에 휩싸였고,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잡기는 박 당선인에게 큰 부담이 됐다.

<오마이뉴스>는 인수위 활동을 4개의 열쇠말로 정리했다. '성시경 내각', '타조백', '박정희 스타일', '이명박근혜'가 그것이다.

[성시경 내각] 박근혜 내각 인선에 성시경 팬들이 화난 이유는?

박근혜 정부 내각 발표에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한 사람은 누굴까? 바로 가수 성시경씨의 팬들이다.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새 정부의 인사를 두고 '성시경 내각'이라는 조어가 등장한 탓이다. 성균관대의 '성', 고시의 '시', 경기고의 '경'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이 말은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내각'과 비교되며 입길에 올랐다.

기자는 당초 '경고 내각'이라는 조어를 밀었지만 퇴짜를 맞았다. 또한 성시경씨와 그 팬들의 반발을 고려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인사 명단이 든 봉투를 밀봉한 것에 빗댄 '밀봉' 인사와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사퇴 직전 기자들에게 산 '떡볶이'에서 유출한 '떡볶이 인사'를 떠올렸다. 하지만 '성시경 내각'의 위력을 넘지 못했다.

'위성미' 내각이 경쟁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프로골퍼의 이름을 딴 조어가 등장한 이유는 위스콘신대·성균관대·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성미 선수의 이름이 성시경씨에 비해 덜 알려진 탓에 이 또한 크게 회자되지 못했다.

새 정부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 30명의 출신 대학을 살펴보면, 단연 성균관대가 눈에 띈다. 30명 중 7명이 이 학교를 나왔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성대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대 출신의 약진은 '성균관 스캔들'이라 할 만하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의 수장을 포함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무수석 내정자도 이 학교 출신이다.

고시 출신이 많은 것도 새 정부 인선의 특징이다. 절반이 넘는 17명이 고시에 합격에 관료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행정고시가 9명으로 가장 많다. 사법고시(5명), 외무고시(2명), 기술고시(1명) 순이다. 이들의 출신 고교는 경기고가 7명으로 제일 많다. 이어 서울고(5명), 부산고(3명) 순이었다.

[타조백] 후퇴 논란 복지공약, '타조백' 신세 못 면해

2월 초 난데없는 '타조백'이 포털사이트를 뒤덮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가방이 100만 원대 '타조백'이라는 언론 보도 탓이다. 논란이 커지자,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토요일인 2일 오후 취재진에게 "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아니며,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해명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논란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타조백' 신세를 면치 않은 것은 또 있다. 바로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이다. 타조백 소동 4일 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 후퇴 논란이 일었다. 인수위 내에서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에서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공약이 후퇴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대선 전날 오전 새누리당이 낸 서면 보도자료를 꼽았다. 이 보도자료에는 "(박근혜) 후보는 간병비가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음을 명확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 서면 보도자료가 나온 지 1시간 뒤 박 당선인은 대선 전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4대 중증질환의 의료비를 국가가 책임져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선을 3일 앞두고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간병비 등 비급여 항목도 국가가 책임지느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해명의 근거가 부족해, 복지공약은 타조백과 함께 논란에 섰다.

[박정희 스타일] 박정희식 인사에, 철 지난 유신 시대 구호 난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김용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김용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관련사진보기


2012년의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행했다면, 2013년에는 '박정희 스타일'이 그 자리를 꿰찰 공산이 크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는 '강한 청와대'를 통해 관료로 구성된 실무형 내각을 이끄는 '박정희 스타일'을 빼닮았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인물을 중용하기도 했다.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의 아버지 고 서종철씨는 박 전 대통령의 육사 1년 선배로 5·16 쿠데타에 참여했다. 박정희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버지인 고 류형진씨 역시 5·16 쿠데타의 주축이었다. 유신체제의 교육 지표가 담긴 국민교육헌장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헌장은 1994년 폐지됐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1974년부터 5년 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1976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있으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서울대 재학 당시 엘리트기숙사 정영사(正英舍) 출신이다. 정영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씨의 이름에서 따온 기숙사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좇는 이들도 내각에 중용됐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들어간 휴대전화 고리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1972년 육사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신의 책에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철 지난 유신 시대의 구호가 난무하는 것도 '박정희 스타일'의 그림자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전날과 이튿날 "'잘 살아보세' 신화를 또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지난 14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두 번째 새마을운동"이라고 지칭했고, 최성재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내정자는 19일 "한국형 복지국가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명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잡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박근혜 새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에 나선 이가 있다. 대선 때는 그 때문에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했고, 당선 이후에도 발목잡기는 여전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잡힌 발목이 쉽게 풀리지 않아 보인다. 야당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민생의 어려움은 대선 때 박 당선인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인수위 출범 3일 전, 이명박 대통령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이동흡 전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고, 새누리당조차 등을 돌렸다. 청와대는 박 당선인과 협의를 했다며 인사 실패의 책임을 박 당선인에게 떠넘겼다. 박 당선인 쪽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아야 했다.

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도 박 당선인에게 상처를 줬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당선인의 반대 입장을 무시하고 1월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측근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박 당선인은 "특사 강행 조치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지만, 이미 체면을 구긴 뒤였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발목잡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4대강 사업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17일 22조 원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설계·시공·관리·유지보수 전 부문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발표했다. 이제 공은 박근혜 새 정부로 넘겨졌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사업을 되돌리기에도, 그렇다고 어설픈 봉합을 하기에도 부담은 너무 크다.


태그:#인수위 키워드 결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