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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육·해·공 3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으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육·해·공 3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사열을 받으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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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럽지요. 제가 언제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었겠어요. 복지관이랑 집에서도 '대단하다, 어여 다녀오라'고 했어요."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김시춘(77)씨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오전 7시 30분에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김씨는 자신이 다니는 복지관에서 10명 정도 추려서 취임식 참석을 신청했는데 그 중에 자기 혼자만 '당첨'됐노라며 흡족해했다. 그는 "얘기를 들어보니 주변 복지관 7곳에서 10명 정도 이름을 모아서 취임식을 신청했는데 된 것"이라고 말했다.

7만명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
▲ 7만명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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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선 이들은 김씨만이 아니었다.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으로 북적였다.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도로가 전면 통제된 가운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나온 사람들과 여의도역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내린 사람들이 줄지어 국회로 들어갔다. 여의도광장 인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버스 10여 대가 자리 잡고 있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역대 최대 인원인 7만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최 측의 안내에 따라 보안검색 절차를 마치고 줄지어 행사장에 입장했다. 지정된 좌석을 찾지 못해 주최 측이 나눠준 무릎담요와 핫팩 등을 들고 행사장 주변을 헤매는 참석자들이 수두룩했다. 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곳곳에 서서 식전 문화공연을 관람해야 했다. 특별초청 인사로 초청된 이들 중에는 자리가 없어 앉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권아무개(58)씨는 "파주에서 왔는데 자리가 어디인지 몰라서 서 있다, 계속 돌아다니는 것보단 서서 보는 게 낫겠다 싶다"고 말했다. 권씨는 "몸은 고생스럽지만,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어디냐"며 "다른 건 바랄 게 없고 우리 대통령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대 최대 인원 모인 대통령 취임식, 자리 없어 서서 구경한 사람들도

카퍼레이드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카퍼레이드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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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들도 많았다. 대전에서 올라온 신주영(10)군은 "대통령이랑 다른 사람들도 보고 싶어서 아버지한테 가고 싶다고 했다"며 "새벽 4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신군의 아버지인 신상우(44)씨는 "아이 교육 차원에서도 취임식을 보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돼 신청했다"며 "국회 주변 숙소는 다 매진돼 있어서 새벽부터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부인인 조현정(43)씨는 "여자대통령이 나왔으니 여성정책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제가 '일하는 엄마'이기도 해서"라며 "물가도 안정시켜주시고 대전의 낙후된 주거환경개선 사업도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바람을 밝혔다.

국회 중앙 분수대 양옆 통로 끝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소망을 적어 내는 '희망꽂이'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한 윤재우(24)씨는 "서민들이 더 잘 살게 해달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취업이 됐지만, 젊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 취업도 잘 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주변 친구들과 의견은 달랐지만, 저는 대선 때 박 대통령의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자'라는 슬로건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가수 싸이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말춤을 우며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 싸이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말춤을 우며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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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 사물놀이패의 길놀이, 국악인 김영임씨의 '쾌지나 칭칭나네'로 시작된 식전 공연은 취임식 분위기를 흥겹게 달궜다. 김준호·신보라·허경환·김지민 등 개그콘서트 멤버들이 사회를 봤고, 관악밴드 미스터브라스, 트로트가수 장윤정, 뮤지컬 배우 남경주, 쏘냐, 아이돌그룹 JYJ, 가수 싸이 등이 각각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노래를 불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공연 때는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춤을 따라하거나 몸을 흔들었다. 아이돌그룹 JYJ의 공연 때는 일부 팬들이 무대 앞으로 다가가다가 경호원들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식전 문화공연이 계속되는 동안, 본무대에는 전직 대통령 및 외교사절 등 내외빈이 속속 입장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재단 이사장과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이 앞줄에 자리했고, 강창희 국회의장과 양승태 대법원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등 각 당 지도부들도 자리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는 본 행사 시작 10분 전 도착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과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각각 건강상 이유와 부산 체류를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가족석에는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 5촌 조카인 방송인 은지원이 앉았다.

"전에는 공주 같았는데 지금은 왕 같다... 밑에서 잘 보위해야"

화동들에게 꽃다발 받은 박근혜 대통령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서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안아주고 있다.
▲ 화동들에게 꽃다발 받은 박근혜 대통령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서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안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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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대표 30명과 함께 무대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취임식을 마친 박 대통령이 중앙통로를 통해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자, 참석자들은 의자 위에 올라가 손을 흔들거나 핸드폰이나 카메라 등을 꺼내 그를 촬영했다. 무대 앞쪽에 있던 참석자 중 일부는 취재진들이 있는 자리까지 와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한국근우회 회원들은 준비한 무궁화 조화를 흔들며 박 대통령을 열렬히 배웅했다. 근우회 남해면 회장인 최옥심(75)씨는 "전국과 해외의 근우회 회원 중 400명 정도가 취임식에 참석했다"며 "선거할 때도 (박 대통령을) 믿었지만, 오늘 취임식을 보니 (대통령을) 믿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 같다, 취임사를 들으면서 계속 '옳소'라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이예순(68)씨는 "대통령 되기 전에는 공주 같은 느낌이었는데 취임식을 보니 당당하고 위엄 있는 왕 같은 느낌이었다"며 "앞으로 잘 좀 해주실 것 같은데 밑에 있는 분들이 잘 보위해줘야 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박정희 대통령 때 어려운 시대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적셔진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됐으니 세상이 좋게 바뀌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서 온 옥부남(72)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옛날에도 해봤으니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옥씨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 스타일로 해서 경제가 더 발전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면서 "부모들이 흉탄에 쓰러져서 (박 대통령) 가슴이 좀 그랬겠다, 국민이 볼 때는 (박 대통령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신임 대통령과 이명박 전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신임 대통령과 이명박 전임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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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장 밖에서는 1인 시위... "국민과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 해야"

한편, 취임식장에 '환영'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조합원 10여 명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 흩어져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 쌍용차 문제 해결하라"는 피켓을 든 쌍용차 지부 조합원들은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쌍용차 관련 국정조사 이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등 8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국회 인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현안 해결 없는 취임식은 기만"이라며 쌍용차 국정조사,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등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며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공약이 인수위에서 후퇴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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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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