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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네들이 감자를 심고 있다
▲ 밭일 아낙네들이 감자를 심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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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남쪽으로 봄 마중을 나섰다. 아직 바람이 차갑지만 남쪽에는 봄이 이미 와 있을 것 같다. 호남 고속도로를 타고 전주를 빠져 나와 군산으로 향했다. 군산외곽도로를 타고 들어가자 새만금방조제가 이어진다. 새만금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길이가 무려 33.9km로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가도 끝이 없다. 마치 바다 한 가운데를 달려가는 느낌이다. 방조제로 들어서면 아리울이라는 신도시가 반갑게 맞이한다. 횟집을 비롯한 여러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 있고 배들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포구가 만들어져 있다. 아직도 시내에는 공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주변 풍경이 좋아 머지않아 멋진 도시로 거듭날 것 같다

아리울을 떠나 새만금 방조제 길을 달려간다. 고속도로처럼 바다 위를 쭉 벋은 길이다. 길옆에 넓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쉼터가 있고 방조제 중간지점에 연결된 신시도라는 조그마한 섬이 있다. 신시도는 고군산 열도에 속해 있는 작은 섬으로 공원으로 꾸며진 휴게소와 산길을 따라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7구불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돼 가고 있다.

신시도를 떠나 다시 방조제길을 달린다. 방조제 끝에 이르자 변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안내를 한다. 방조제 길과는 전혀 다른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다. 해안도로 주변에는 오색의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다와 어울리는 어촌마을을 이루고 있다. 그 마을 안에는 느티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폼나게 서 있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느티나무지만은 모양이 특이하다. 마치 사람의 뇌를 연상하게 한다. 또 바다 풍경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음식점과 숙박시설들이 자리하고 유혹을 한다. 비릿 내음이 봄바람을 타고 폐부 깊숙이 들어와 바다에 몽땅 빠트리고 만다.

봄 길에 출렁이는 변산 바닷길을 놔두고 내변산에 자리한 직소폭포로 방향을 틀었다. 직소폭포로 가는 길이 제법 운치가 있다. 강물이 비를 맞으며 기분 좋게 흘러가고 그 위로 산봉우리가 예사롭지 않게 솟아 있다. 무협지에 나오는 기이한 형태의 산들이 마치 도열하듯 서 있다. 봄을 마중하듯 비가 직소폭포로 향하는 길에 보슬보슬 내린다. 안개에 쌓인 듯 날씨가 을씨년스럽지만 이 비 그치면 봄이 마구 피어 날 것 같아 마음이 설레기만 한다.

변산의 어느 어촌마을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바다를 보며 서있다
▲ 느티나무 변산의 어느 어촌마을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바다를 보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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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에서 직소폭포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 내변산 변산에서 직소폭포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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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소폭포로 들어서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멀리 산속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이 비를 맞고 가만히 서 있다. 나무들이 봄을 피워내기 위해 겨우내 바쁜 일로 더러워진 몸을 깨끗이 씻고 있는 모양이다. 나무 가지마다 물이 차오르고 진달래 꽃 몽우리가 터질 듯 부풀어 있다. 곧 삼월이 되면 산야의 나뭇가지에 움이 터오고 꽃망울이 터져 상춘객들이 야단을 떨 것만 같다. 

변산을 지나 목포를 향해 남으로 내려간다. 해안 길로 접어들자 다시 바다가 나타나고 어촌마을이 바다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마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마을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이사를 간 걸까? 마을이 텅빈 느낌이다. 사람들은 요즘 무엇을 하는 걸까? 포구에는 배마져 묶여 있다. 사방을 둘러 봐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선착장과 공터에는 그물들이 펼쳐져 있고 마을회관에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어촌에도 봄맞이 어구채비에 매우 바쁜 모양이다. 마을길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전혀 없다. 머지않아 이곳 어촌에도 고깃배의 엔진소리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줄지어 만선의 꿈을 꾸며 출항하는 배들로 장관을 이룰 것 같다.

보리밭에 봄이 파랗게 찾아오고 있다
▲ 보리밭 보리밭에 봄이 파랗게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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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를 지나 무안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해는 서해바다로 낮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직 사람들은 밭에 남아 무언가를 열심히 심고 있다. 감자를 심고 있는 모양이다. 규칙적으로 만들어진 긴 밭고랑에 줄지어 앉아 일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모자에 수건을 모두 두르고 알록달록한 옷차림을 한 아주머니들은 지나는 길손에 잠시 시선을 주더니 분주하게 몸을 움직인다. 해지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할 모양이다. 그들은 남쪽의 봄 처녀가 되어 내게로 다가오고 말았다. 잠시 차를 길가에 세우고 해지는 봄 풍경에 취해본다. 아직 이곳에서 봄꽃들을 볼 수는 없지만 그 아낙네들의 모습에서 남쪽에는 이미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태그:#봄처녀, #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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