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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를 부정·폄훼하고 친독재 활동을 해온 이은상(노산, 1903~1982)이 쓴 시 <가고파>를 새긴 시비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문인단체들은 이은상을 비호하고 나섰지만, 시민단체들은 63주년 3·15의거 기념일 이전까지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는 마산역 광장에 세워져 있다. '마산역 이은상 시비 철거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오는 14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

대책위는 3·15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등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는 "63주년 3·15의거 기념일이 되기 이전에 시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로타리3720지구'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
 '국제로타리3720지구'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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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최근 들어 허인수 마산역장을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3·15의거 기념일 이전에 시비 철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은상은 3·15의거 직후 수많은 시민들이 독재의 총칼에 피 흘리며 희생된 상황을 외면한 채 '무모한 흥분'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불합리·불합법이 빚어낸 불상사' 등으로 비난하거나 모독했다"고 밝혔다. 이은상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정부를 위해 친독재 활동을 해왔다.

'가고파를 사랑하는 문인들' 이은상 비호

한편 일부 문인들은 이은상을 비호하고 나섰다. 김복근씨 등 문인 40여명은 '가고파를 사랑하는 문인들'이라는 이름으로 4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친독재 주장에 대해, 이들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와 공산주의자들과의 갈등, 동족 전쟁의 고통을 절감하면서 강한 나라를 지향하려는 상황에서 나온 정치적 소신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선책할 수 있는 권리"라며 "백이숙제나 고려동 사람처럼 초연하지 않았다고 하여 양지를 지향한 기회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3·15 폄훼 주장에 대해, 문인들은 "학생들의 희생을 최대한 줄이고 합법적으로 문제가 수습되기를 바라는 원로로서의 염려 이상은 아니었다"며 "노산 선생은 3·15정신을 폄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문인들은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마산시의회는 2006년 논쟁 끝에 '노산문학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문인들은 "노산 선생은 국가유공자로서 국민훈장 무궁화장, 건국포장을 받고 사회장으로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국가가 검증한 애국지사이자 위대한 민족시인"이라며 "마산역 광장의 가고파 시비는 마산 문화의 자긍심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은상을 비호한 단체는 마산문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국제펜한국본부경남위원회, 경남문학관, 경남여류문학회, 경남아동문학회, 경남수필문학회, 가향문학회, 가락문학회, 붓꽃문학회, 화중련, 시향, 묵향수필동인회, 석필문학회, 경남문심회, 마창동인수필문학회, 민들레문학회, 디카시문화콘텐츠, 창원문인협회, 진해문인협회, 노산시조연구회, 계간 작은문학, 서정과현실이다.

시비는 허인수 마산관이역장이 제안해 국제로타리클럽(3720지구)이 3000여만 원을 들여 지난 2월 6일 세웠다. 철도노조 부산(경남)본부는 '가고파 시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시비는 온갖 수난을 당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제막식이 열리기 전 파란색 페인트 세례를 퍼부었고, 시민단체는 시비에 '근조 퍼포먼서'를 벌였으며 철거를 촉구하는 펼침막을 걸어 놓기도 했다.


태그:#이은상, #가고파 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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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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