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구미공단에 위치한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구미케미칼에서 5일 오전 염산가스가 누출돼 1명이 호흡곤란을 일으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등 모두 12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직원 서아무개(35)씨가 오전 8시 50분쯤 지하 연료탱크에서 1층 작업실에 있는 주입용기에 염소를 충전하기 위해 밸브를 여는 순간 송풍기 고장으로 염소가스가 역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장의 지하 연료탱크에는 서씨 혼자 있었으며 염소가스가 누출되자 그는 즉시 119에 신고했다. 당시 1층에 있던 다른 직원 한 명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염소가스를 마신 서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119구급차로 구미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로 인근 공장의 직원 11명도 호흡곤란을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측은 누출된 염소의 양아 1ℓ 정도의 액체로 공기중 기체로 변할 경우 400ℓ에 달한다고 밝히고 사고발생 15분 후 밸브를 잠가 더 이상의 누출은 없었다고 전했다.
군부대 화학물 처리반 출동... "주변에 미친 영향 미미"사고 발생 뒤 경찰은 공장 반경 500m 이내의 출입을 통제하고 소방서와 대구환경청이 곧바로 나서 중화작업에 나섰으며 군부대 화학물 처리반이 출동하기도 했다.
정문영 대구환경청 화학물질관리단장은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브리핑을 열고 "오전 10시 50분부터 11시 20분 사이 염소가스가 누출된 건물 1층과 외부 4군데에 대해 정밀측정 했으나 염소가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이어 "가스가 누출된 지하에는 수치로 나타내기에는 곤란할 정도의 미량의 염소가 검출됐다"며 "사고 즉시 누출밸브를 차단했기 때문에 주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부터 구미케미칼 공장 주변의 통제를 해제했으나 구미시와 구미소방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구환경청 등과 함께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등에 대한 합동조사에 들어갔다.
염소가스는 황녹색을 띠고 독성이 강해 주로 살균제나 표백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기중에 누출될 경우 조금만 마셔도 눈과 코, 목 등 호흡기 점막을 파괴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사고가 난 구미케미칼은 수산화나트륨, 질산, 염산, 과산화수소, 수산화칼륨, 황산, 질산 등을 보관하는 대형 저장시설을 갖추고 유독물질인 가성소다를 제조해 인근 공장 등에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구미시민들... "이사 가고 싶은 마음"한편 지난해 9월 구미국가산단 4단지에 있는 공장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된 데 이어 지난 2일 LG실트론에서 불산혼합액이 누출되고 또다시 며칠 지나지 않아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구미시 주민들은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
구미시에 사는 이윤석(45)씨는 "구미에서 가스누출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유독물질을 다루는 공장 직원들의 불감증 때문 아니냐"며 "불안해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경북도당은 성명을 발표하고 "6개월 새 경북지역에서는 4번째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며 관계당국의 총체적 부실이라고 비판하고 "유독물질 업체에 대하여 1회성 감독이 아니라 철저하고 지속적인 감시방안과 추적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진보정의당도 이날 이지안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지난 2일 LG실트론의 불산누출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화학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우발적인 산업재해가 아닌 우리 산업계 전반에 만연하는 안전불감증과 인명경시풍조가 총체적으로 누적되어 터져나온 필연적인 사고"라고 우려했다.
이어 "환경부, 안전행정부 등 정부당국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며 "구미시를 비롯한 정부당국은 구미시민들이 불안을 떨쳐버리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시급한 대책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