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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대전지부를 비롯한 대전지역 단체들이 7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교조대전지부를 비롯한 대전지역 단체들이 7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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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이 새로 시작되어 교사들이 아이들 이름도 외우기 전에 일제고사를 보게 됐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아이들의 이름보다 앞서 점수를 외우게 된다.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인 만남을 갖는 게 아니라, 몇 점짜리 학생으로 낙인찍는 만남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4월, 5월, 6월을 죽음의 시즌이라 부른다. 일제고사의 정점이 1학기 말이 치러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이기 때문이다. 오늘 치러지는 진단평가를 토대로 각 학교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방과후 문제풀이', '야간문제풀이', '토요문제풀이', '예체능시간 문제풀이' 등 정상적인 교과수업이 불가능할 만큼 일제고사 대비 파행이 벌어지게 된다."

7일 대전충남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2개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4·5·6학년과  중학교 1·2·3학년을 대상으로 '교과학습진단평가', 일명 '일제고사'가 실시되는 가운데, 교원단체와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 파행을 불러오는 일제고사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민중의힘 등 대전지역 단체들은 7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 학년이 시작된 지 겨우 나흘 만인 오늘, 친구들 얼굴조차 익히지 못한 시점에서 아이들은 '교과학습 진단평가'라는 이름으로 시험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오로지 줄세우기만을 위한 일제고사는 당장 폐지하고, 학교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전시교육청의 2013년 초중학교 학력평가 실시 계획을 살펴보면, 가히 '평가의 전성시대'라 부를 만하다"며 "모든 초등학생은 1년에 최소 서너 번, 기초학력 향상도 평가까지 합하면 무려 일곱 차례나 전집형 일제고사를 치른다, 심지어 진단평가 대비 학교 자체 시험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1년에 네 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더하면, 아이들은 거의 매달 시험을 봐야 한다"며 "게다가 6월 하순 실시할 예정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죽음의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사월 초만 되면, 거의 모든 학교가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중단하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대비 모드'로 전환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영수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점수 올리기를 위한 교육과정 파행운영이 극에 달한다"며 "평가는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잘 습득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인데, 지금은 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학습을 하는 기막힌 모순, '달걀이 닭을 낳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전시교육청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 끼워 넣기로 아이들을 비인간적인 줄 세우기 학력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학생들의 시험 성적 향상을 대전교육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는 김신호 교육감은 이를 통해 시민의 환심을 얻어 자신의 치적으로 과시하는 몹쓸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일제고사의 폐해와 부작용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밤늦은 시각까지 문제풀이 보충수업에 내몰리고, 토요휴업에도 강제로 등교해 문제풀이와 찍기 요령을 습득하고 있다"며 "심지어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현금이나 상품권을 미끼로 활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게 배움터인 학교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언제까지 이런 '반교육'을 확대 재생산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끝으로 "이제는 이러한 줄세우기식 일제고사를 당장 폐지하고 학교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교육청은 CD형태의 평가 문항만 제공하고, 실시 여부 및 실행방식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논의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김영주 전교조대전지부장은 "모든 아이들은 저 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교사들이 그 아이의 특성을 알기도 전에 '점수'를 알아야 하고, '왜 부진아가 하필 우리 반에 왔어?'라고 불평하는 나쁜 교사를 만드는 게 바로 '일제고사'"라면서 "교육청이 할 일은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전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지, 시험횟수를 늘려 학교현장을 비인격적이고 비교육적인 경쟁의 장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과 6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 정은희씨도 발언에 나서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할 새학년 새학기에 점수로 줄을 세우는 게 과연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한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는 것인데, 이런 줄 세우기 교육으로 어떻게 우리나라에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전교조대전지부는 '전집형 일제고사 폐지와 표집 전환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대전시교육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또한 오는 6월 25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까지 일제고사 대비 교육과정 파행 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그 문제점을 폭로한다는 계획이다.


태그:#일제고사, #교과학습진단평가, #대전교육청, #전교조대전지부, #일제고사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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