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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경인TV 본사가 위치한 오정동 천막 농성장에 조합원이 쓴 것으로 보이는 짧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OBS경인TV 본사가 위치한 오정동 천막 농성장에 조합원이 쓴 것으로 보이는 짧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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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이래 최초의 파업이다. 조합원들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 파업은 단순히 임금 몇 푼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방송을 세워 공정하게, 방송을 멈춰 온전하게' 하기 위한 투쟁이다. 기자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희생해 방송국을 운영하는 비상식적인 운영을 해온 경영진에 맞서기 위한 투쟁이다"

2007년 OBS 경인TV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나선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이하 OBS희망노조)의 김용주 지부장은 지난달 28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상당수 조합원들이 옛 'iTV'의 악몽을 가지고 있어, 파업이라는 수단을 쉽게 선택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7일, 파업 지도부가 있는 농성장 분위기는 '이번 투쟁은 반드시 이긴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이 파업이 정당성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OBS희망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2007년 개국 이래 임금 인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OBS희망노조는 회사와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임금 15% 인상을 요구했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 15%를 3%로 낮추어 요구했다. 대폭 후퇴한 안을 제시했지만, 회사는 '임금 동결'만을 되풀이했다.

결국 OBS희망노조는 지난달 28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조합원이 183명인데, 파업 찬성률은 93.2%로 높았다. 파업 참여도도 90%를 육박했다.

7일 인터뷰를 위해 OBS 경인TV 본사를 방문했을 때, 상당수 취재차량이 멈춘 상태였다. OBS희망노조는 이날 오후에 회사에서 천막농성장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조합원들이 한두 명씩 천만농성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언론사 초유의 임금파업 벌이는 OBS희망노조

7일 인터뷰를 위해 OBS 경인TV 본사를 방문했을 때, 상당수 취재차량이 멈춘 상태였다.
 7일 인터뷰를 위해 OBS 경인TV 본사를 방문했을 때, 상당수 취재차량이 멈춘 상태였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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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희망노조는 언론사 초유의 임금 파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일부 언론사 종사자들이 낙하산 사장, 자본과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서 파업 투쟁을 벌이는 경우는 있었지만, 임금 때문에 파업에 나선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OBS희망노조는 왜 임금 파업에 나섰을까. OBS희망노조의 주장은 그들의 파업이 정당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07년 개국한 OBS 경인TV에는 전신인 iTV에 있다가 입사한 기자들과 엔지니어들이 상당히 많았다. 당시 노조는 iTV에서 받던 임금에서 10%를 삭감하는 것으로 회사와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 창사 이래 지금까지 임금은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또한 2009년에는 임금의 10%를 반납하기도 했으며, 경력 사원의 경우 '마이너스 1호봉'을 책정하는 등, 직원들의 희생으로 회사의 적자 폭을 줄여왔다.

특히 휴일근무·시간외·야근·당직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OBS 경인TV의 임금은 지역 민영방송의 50~60% 수준으로 추락했다. OBS희망노조는 법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회사 쪽을 고발할 예정이다.

회사 쪽도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창사 이후 임금 인상이 한 번도 없어 타 방송사와 임금 차이는 더욱 확대됐으며, 2010년 기준으로 KNN과 부산MBC의 56~66%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방통위는 내년 2월까지 196억원을 증자하라는 이행명령을 OBS 경인TV에 내렸다.

살인적인 물가 인상에도 불구, 수년째 임금이 오르지 않아 종합편성채널 출범을 전후에 OBS 경인TV를 떠난 기자와 기술직 등이 100여 명에 이른다.

김용주 지부장은 "임금 인상만을 가지고 파업하는 것처럼 시민들에게 비칠까봐 걱정이지만, 실질임금이 회복되어야만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고 양질의 방송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며 "회사도 전향적인 입장을 가지고 재교섭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근로조건 개선도 중요하지만 고통을 감내하는 조합원에게 어떠한 비전도 제시하지 않은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국 이후 신입사원을 세 번 뽑았는데, 1기는 거의 없을 정도로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불통의 경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요 보직 국장 임면, 구성원 의사 반영 필요" 

OBS희망노조는 OBS경인TV본사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OBS희망노조는 OBS경인TV본사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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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희망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임면동의제'도 관철할 계획이다. 중요한 보직의 국장 인사에 기자 등 구성원들의 의사 반영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OBS희망노조는 이를 통해 공익적 민영 방송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도를 완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간 간부가 해바라기처럼 경영진의 눈치만 보고 있다.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보도·제작·편성 국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적용하든가, 국장 추천제, 국장 직선제를 관철해야한다"

김용주 지부장은 이렇게 말한 뒤, 파업으로 인한 방송 차질과 관련해서 "제대로 된 방송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투쟁으로 생각하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며 "회사는 시청자와 조합원을 실망시키지 말고 OBS 경인TV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아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OBS희망노조의 파업에 대해 전영우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경인지역 시청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OBS 경인TV는 양질의 방송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OBS경인TV, #OBS희망노조, #김용주, #I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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