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온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김병관 후보자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김병관 후보자에 대해 한마디로 '무자격자'라며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분위기도 심상찮다. 이런 가운데 법조인들도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목소리가 크다. 대법원장(대법관 포함), 헌법재판소장(재판관 포함),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이 아님에도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국방의 의무를 공군 법무관으로 마친 현직 부장판사조차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낼 정도다. 게다가 판사 신분으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견표명을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해당 부장판사의 글이 공개적으로 노출될 경우 자칫 본질과는 무관하게 엉뚱한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되는 깊은 고민 끝에 보도한다.
최은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11일 페이스북에 "이 나라 주류 사회 구성원은 자신들의 강고한 기득권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라의 기강까지 포기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군 법무관 출신인 최 부장판사는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국방부장관은, 나의 짧은 군대 생활 느낌으로는 거의 절대적인 존재였다"며 "장관 훈령, 지시는 그 자체가 법으로 기능했고, 그 거친 문장을 조직 안에서 규범으로 기능할 수 있게 위해 법무관들도 고생 꽤나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조직이 굴러가는 이유는 명예와 사기"라며 "천재지변 때 민간 지원을 나가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길을 다시 내는 것 외에는 실제 사회에서 유형의 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이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공동체의 안전과 외부 침략 방어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봉과 격오지 근무의 어려움과 조직의 강한 규율을 견디며 젊음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장판사는 "그런데 이곳의 수장에 여러 흠집이 많이 난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려 한다고 한다. 현 위기 상황 때문에 하루 빨리 흠집이 있어도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한다"며 "참으로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 조직의 수장만큼은 더욱 그 조직의 존경과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명예로운 사람이 임명되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럴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기강마저 흔들릴까 걱정이고, 조직의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강압과 폭력이 명예와 사기를 대신할까 걱정"이라며 "부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김병관 후보의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이 글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등 240여 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고, "정말 맞는 말씀이다", "충정이 느껴진다" 등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도 이어지고 있다.
최은배 부장판사는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3년 사법연수원을 22기로 수료한 뒤 공군 법무관으로 군생활을 하고, 199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지법 판사, 청주지법 충주지원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이재화 변호사 "이동흡과 김용준은 김병관 후보에 비한다면 청백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도 이날 트위터에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역대 공직후보자 중 최악의 자격미달자"라며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동흡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그에 비한다면 청백리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국방부장관에 임명한다면 이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에도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다른 모든 의혹들을 제쳐 놓고서라도 천안함 사건 발생 다음날 골프치고, 연평도 포격 다음날 일본에 온천관광을 간 사람이다. 이런 정신 나간 자가 어떻게 국방의 수장되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활동, 부동산 투기, 수차례 위장전입, 천안함 사태 다음날 골프, 아파트 매도, 매수 시 다운계약서 작성 등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 '장관을 사퇴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이 없다'고 한다"며 "정신감정 해봐야 한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변호사 출신 이종훈 명지대 법과대학 교수는 11일 트위터에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한 말바꾸기와 궤변 등 불성실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했고, 안보상황에 대한 판단이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으므로 임명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이 어떻게 장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국민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임명 강행에 반대했다.
김정범 교수 "김병관 임명 강행하면 박근혜정권에서 청문회 않는다고 외쳐라"변호사 출신 김정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청문회 마친 김병관, 朴 선택에 이목집중'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이런 사람 임명할거면 앞으로 청문회 하지마라. 국력낭비다"라고 꼬집으며 "그리고 민주당 및 야권은 모두 의원직 사퇴로 박근혜에게 대항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인사청문회는, 지명된 모든 사람들이 임명되는 것이 아니라 하자있는 사람은 걸러내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라며 "하자에도 불구하고 그냥 임명을 강행하려면 굳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앞으로 박근혜 정권에서는 청문회를 하지 않는다고 외쳐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미리 검증절차를 거쳐 지명하지 말아야 하고, 지명이 됐더라도 청문회 과정이나 다른 검증과정에서 하자가 드러나면 즉각 철회해야. 공직수행의 첫 번째 자격조건은 도덕성이다. 공사를 구별할 줄 알고, 멸사봉공의 정신을 가져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