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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정부청사 안내도. 아래 청사경비대 안내문이 보인다.
세종정부청사 안내도. 아래 청사경비대 안내문이 보인다. ⓒ 심규상

세종정부청사 특수경비용역 근로자들이 주당 80시간 가까운 노동시간에다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나쁜 일자리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세종정부청사 일부 경비용역 직원들은 최근 고용노동청에 용역관리업체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행안부 정부청사관리소는 지난해 11월 중순 경 용역관리업체인 A업체와 연 약 50억여 원(월 약 4억여 원)에 청사특수경비 위탁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청사시설 및 인명을 보호하고, 방문 민원인들의 편의 제공을 위한 것으로 주로 건물 내외부 출입구 검색 등 업무를 맡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14년까지 약 2년.

하지만 특수경비대 근로자 (이하 근로자)들은 '나쁜 일자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례 1. 주당 78시간 근무, 이중 48시간은 당직

 특수경비대 근로자들은 주로 세종정부청사 건물 내외부 출입구 검색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은 세종정부청 내 한 부처 출입구 검색대
특수경비대 근로자들은 주로 세종정부청사 건물 내외부 출입구 검색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은 세종정부청 내 한 부처 출입구 검색대 ⓒ 심규상

이들은 회사 측이 당초 주간-야간-비근무(첫날 낮근무, 다음날 밤근무, 다음날 비근무) 근무체계로 근로자를 모집한 후 실제로는 주간-당직-비근무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조 2교대로 낮 10시간 근무교대 후 다음날 24시간 당직근무 등 주당 78시간을 일하고 있어 피로 누적이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근무 인원은 약 140여 명. 이들이 한 달간 받는 월급은 일괄적으로 184만 여원이다. 게다가 식대지원은 다른 업체의 절반 수준인 월 4만 원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청사 내 인력배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많다. 실제 세종정부청사로 들어가는 대부분의 외곽 쪽문은 출근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굳게 닫혀있다. 때문에 민원인들이 청사를 방문할 때마다 외부 주차장에 주차한 후 최소 10여 분 이상을 열린 문을 찾아 헤매야 한다. 모든 부처가 하나로 연결돼 있는 세종정부청사는 청사 둘레만 약 5km에 달한다.

근로자 A씨는 "근무자들이 처음 공고모집 내용과 같이 주간-야간-비근무 근무체계로 전환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누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자가 대부분 50대 중반인데다 주간, 야간 24시간을 서기 때문에 비몽사몽간에 근무를 하고 있다"며 "이러다가는 누구도 버티지 못하고 다 이직하거나 경비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소 등 다른 근무지는 주간- 주간- 야간-야간 후 비근무-비근무 형태로 근무한다"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근무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례 2. 경비근로자는 엘리베이터 타지 마라?

 세종정부청사로 들어가는 대부분의 외곽 쪽문은 출근시간을 제외하고는 굳게 닫혀있다. 때문에 민원인들의 불편이 크다.
세종정부청사로 들어가는 대부분의 외곽 쪽문은 출근시간을 제외하고는 굳게 닫혀있다. 때문에 민원인들의 불편이 크다. ⓒ 심규상

청사관리소 내 5층까지 이용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관리소 직원만 이용하게 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로자들은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3층 이상 엘리베이터 이용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관리소 직원들은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어 근로자들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청사관리소내에는 경비직원들의 휴식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2곳의 라커룸이 설치돼 있다. 경비용역 근로자들은 이중 한 곳에서만 점심식사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두 곳의 라커룸에서 점심식사가 가능했으나 어느 날 금지 명령이 내려왔다. 한 근로자는 "한 라커룸 바로 위층에 있는 관리소장실에 음식냄새를 풍긴다며 다른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사례 3. 군대식 복장-두발 강요, 간부들은 전역한 군인들

이들은 군대식 복장에 군인과 같은 두발 모양을 강요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비대 간부들을 전역 후 1년 이내 또는 장교 및 준사관급들로 대거 채용하면서 군대식 상명하복 강요 및 군대식 복장, 군대식 스포츠형 두발모양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군대식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간부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밖에도 야간근로수당 미지급, 청사관리소 직원(소장이하 과장급)에 대한 경례강요, 내근 근무 채용 후 외곽 근무배치 등 문제도 제기했다.

세종정부청사 관리소 및 업체 측 해명 "개선책 마련 중"

 정부세종청사
정부세종청사 ⓒ 심규상
세종정부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나 운영초기에는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느냐"며 "해당 위탁관리업체에서 여러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 측에 문의하라"고 덧붙였다.

당시 행안부 정부청사관리소가 위탁운영업체에 제시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근로조건 및 근로기준법 준수여부, 복리후생 문제 등 제반 사항에 대한 모든 행위에 대해 업체측이 단독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어 책임전가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위탁관리업체 관계자는 "근무체계 등 제기한 여러 문제에 대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조만간 개선책을 내용으로 근로자들에게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근로자들이 제기한 문제가 일방적이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근무체계 모집공고 오류의 경우 고용안전센터 사이트 관리자의 실수에 의한 것이며 복장과 두발문제도 용모를 단정하게 하자는 취지로 군대식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정부종합청사에는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기재부, 국토부, 환경부, 농식품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기관이 이전, 입주해 있다.  근무 공무원은 약 5600여 명에 이른다. 올해에는 6개 중앙행정기관과 12개 소속기관, 내년에는 4개 중앙행정기관과 2개 소속기관이 입주할 예정이다.


#세정정부청사#위탁관리업체#특수경비대#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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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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