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가 통과하니 면접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었어요."취업준비생 강모(25, 여)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졸업한 지 1년이 다 돼간다는 강씨는 "어제도 지원 기업의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까다로워진 면접전형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정답도 없는 문제 같아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쉈다.
강씨는 졸업 후 몇 달 동안 서류통과도 어려워 스펙 쌓기에 올인했다. 그 결과 서류에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면접에서 계속 미끄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기업마다 채용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면접유형이 많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면서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때보다 더 우울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면접 스터디에 참여하며 문제점을 고치려고 노력했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매번 결과가 나쁘니 힘이 빠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내가 부족한가 싶어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당신들이 뭐길래 나 같은 인재를 차냐는 말이 먼저 나올 정도"라며 "우울함을 많이 느낀다"고 고백했다.
"인간관계에 허탈감을 느껴요"
또다른 취업준비생 김모(27, 여)씨는 요즘 '집-학원-도서관-집'으로 반복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익숙한 생활패턴은 견딜 만하다. 오히려 스트레스 받는 쪽은 인간관계"라고 고백했다.
김씨의 친구들은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휴학과 해외봉사활동 등으로 졸업과 취업준비가 늦어진 김씨와는 달리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주말이 아니면 만나기 어렵다. 자연스레 만나는 시간도 대화도 줄어들었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도 대화 주제가 직장과 관련된 쪽으로 흐르다보니 할 말이 없어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요즘엔 친구들이 배려해준답시고 연락도 잘 안 한다"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주기적으로 잘 만나는 것 같더라"며 허탈해 했다.
그는 "이건 배려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차인 기분"이라며 "내가 취업하기 싫어서 안 한 것도 아닌데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만 받고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취준생 10명 중 9명이 우울함 느껴
최근 이들처럼 취업 준비 중 우울함을 느끼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4일 신입구직자 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구직활동을 하며 우울함을 느끼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54.3%) '다소 그렇다'(37.1%) 등으로 응답한 구직자가 전체의 91.4%(426명)에 달했다.
우울함의 주된 이유로는 상당수가 '계속 취업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 때문에'(62.2%) 라고 답했다. 극심한 취업난의 영향으로 결국엔 취업에 실패할 것만 같은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부모님이나 지인의 눈치, 취업 준비 비용 부담, 스펙 쌓기, 육체적 피로 등이 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6.0%는 구직활동을 하며 생긴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정신분석센터 관계자는 "질환으로써의 우울증과 감정의 우울감은 다르기 때문에 병적 수준이 아닐 때가 가장 중요하다"며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우울은 개인의 성향이지만 누구든 최고 우울감을 느끼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세우거나 작은 것부터 성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신분석센터는 현재 전국 164개소에 설치돼 있다. 상담을 원할 경우 1577-0199로 연락하면 관할 정신보건센터로 연결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나 해피마인드(
www.mind44.co.kr) 등의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