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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 광장에 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이은상(노산, 1903~1982)이 쓴 "가고파" 시비가 세워져 논란을 빚고 있는 속에, 3·15의거기념사업회(회장 변승기)가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고파 시비'는 허인수 마산관리역장이 제안하고, 국제로타리클럽(3720지구)가 3000만 원을 들여 세웠으며, 제막식은 지난 2월 6일 열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은상의 '친독재' 경력을 문제 삼으면서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터 건물 안에서 "3.15의거기념사업회 변승기 회장의 이은상 관련 발언 망언인가, 헛소문인가? 즉각 공개 해명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터 건물 안에서 "3.15의거기념사업회 변승기 회장의 이은상 관련 발언 망언인가, 헛소문인가? 즉각 공개 해명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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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로타리3720지구'는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
 '국제로타리3720지구'는 2월 6일 오후 마산역 광장에서 "노산 이은상 가고파 시비 제막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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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인들이 이은상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마산문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등 단체들은 '가고파를 사랑하는 문인단체 회원 일동' 명의로 지난 3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산 선생은 국가의 검증을 받은 애국지사이며 위대한 민족시인"이라며 "마산역 광장에 세워진 가고파 시비는 마산 문화의 자긍심의 상징으로, '가고파'를 사랑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인들은 현재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옛 마산시가 1999~2005년 사이 '노산문학관'을 세우려고 하다가 이은상의 친독재 경력이 불거져 논쟁이 벌어졌다. 결국 마산시의회는 '노산문학관'이 아닌 '마산문학관'으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인들은 이번 마산역 광장 가고파 시비 건립을 계기로 다시 '노산문학관'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속에 지역에서는 시인인 변승기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이 지난 2월 마산문협 모임에 참석해 문인들한테 "노산 이은상 이름 찾기에 총대를 메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회장 정성기)는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이제라도 정정당당하게 노산 이은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현 회장은 지난 2월 모인 마산문협 공식회의석상에서 문인들에게 노산 이은상 이름 찾기를 종용한 사실이 있는지 진실되게 밝혀라"고 촉구했다.

마산역광장에서 이은상 시비 논란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3·15의거기념사업회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성명을 발표한 뒤에도 변승기 회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마산역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승기 회장의 이은상 관련 발언 망언인가, 헛소문인가? 즉각 공개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논쟁은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마산시의회에서 마산문학관으로 결정이 났다. 당시 3·15기념사업회(회장 강주성)는 이은상문학관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이은상이 3·15의거와 마산시민을 모독한 친독재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변승기 회장은 3·15기념사업회 핵심 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지금 변승기 회장은 마산문학관을 다시 노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고 문인들을 선동했다는 말"이라며 "사실이라면 이건 망언이다. 어떤 이유로든 3·15기념사업회 회장이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문학관 명칭 문제는 마산시민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인 시의회에서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걸 다시 뒤집자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터 건물 안에서 "3.15의거기념사업회 변승기 회장의 이은상 관련 발언 망언인가, 헛소문인가? 즉각 공개 해명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산역 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원회'는 1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터 건물 안에서 "3.15의거기념사업회 변승기 회장의 이은상 관련 발언 망언인가, 헛소문인가? 즉각 공개 해명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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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은 "마산역광장 시비를 철거하라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에 맞서 이은상을 추앙하는 일부 문인들이 이은상 시비 철거를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또다시 이은상 문제가 지역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재연되고 있다"며 "일이 이 정도로 벌어지고 있는데도 3·15기념사업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소문의 진실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승기 회장에 대해, 이들은 "3·15의거 기념식 하루 전인 내일(14일)이라도, 이 모든 것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할 것"이라며 "변승기 회장으로 인해 3·15기념사업회의 위상이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변승기 회장 "그런 이야기 한 사실이 없다"

변승기 회장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저는 시인이다. 누가 어떻게 전달했는지 모르지만, 문인들한테 이은상 이름 찾기에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은상은 3·15의거를 폄훼하고 마산시민들에 대해 '지성을 잃은 데모'로 표현한 사실이 있다. 역대 회장들도 철저하게 이은상을 기리는 것에 대해서는 배제해 왔다"면서 "이은상을 기리는 문학관이나 기념관은 안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15의거 53주년을 앞두고 13일 오후 창원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트 건물 외벽에 기념식을 알리는 펼침막을 내거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3.15의거 53주년을 앞두고 13일 오후 창원 마산회원구 소재 3.15아트센트 건물 외벽에 기념식을 알리는 펼침막을 내거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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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역광장 이은상 시비 문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에 대해, 그는 "3·15의거 기념식이 끝나고 나서 회장단 회의를 할 예정이다. 시민 정서도 있다. 이은상을 기리는 것은 3·15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오후 6시, 마산역광장 집회

한편 '마산역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 대책위'는 3·15의거 53주년을 하루 앞두고 14일 오후 6시 마산역 광장에서 이은상 시비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어 (사)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회장 백남해)는 이날 오후 7시 마산역 앞 아리랑호텔 목련홀에서 '원시 민주공원(마산서항지구)사업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는 제목으로 시민공청회를 연다.


태그:#3.15의거, #이은상, #마산역광장, #3.15의거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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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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