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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비가 온 뒤의 맑은 하늘에 무지개처럼 마음이 설레는 봄날입니다. 20살에 할머니의 만류에도 뿌리치고 서울에 가면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던 경상도 처녀가 삶의 뒤안길을 서성이다 충청도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수십 년의 웃고 우는 도시생활 중에도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가끔 꿈에 본 어린 시절 고향을 찾다가 돌아온 충남 예산이 지금은 제2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어요. 이곳에서 쑥 이야기며 달래 이야기, 충청도 보다 한 달은 일찍 오는 남녘의 봄소식을 들으면 아직도 가슴 한켠에는 고향의 향수를 잊을 수가 없답니다.

십년 전 어린아이 둘을 안고 앞이 캄캄하던 어느 날 결심 했지요. 열심히 돈벌어 여건만 되면 자연으로 돌아오리라고. 부지런히 일하고 틈만 나면 그 간절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인터넷에서 독수리 타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누군가가 말하길, 꿈을 종이 위에 글로 쓰면 빨리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시골집 소식 나의 귀촌 이야기입니다.
▲ 시골집 소식 나의 귀촌 이야기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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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을 이루는데 7년이 걸렸습니다. 어린시절 고향집 앞 감나무에서 해마다 열리던 단감맛에 즐거워했던 시절, 어느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니 그렇게 고대하던 단감을 할머니가
손주손녀 학비에 보태려고 모두 따다가 시장에 팔아 버려서 허망하게 감나무 가지를 바라보던 그 가을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열댓그루의 단감나무가 두 줄로 쭉 늘어선 지금의 시골집을 바라본 순간,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푸른감에 그만 반하고 말았지요. 이 집에 짐을 풀던 날, 너무 감격한 나머지 흙에 입맛춤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답니다. 그리고 이 땅을 거룩하게 지키겠다고 자연에게 약속을 했답니다.

감나무 밑에 염소도 한 마리 사다가 묶어 놓고 토끼와 닭들을 함께 기르며 그들이 평화로이 사는 그림같은 모습에 행복했습니다. 제초제나 농약을 일체 안하고 돋아나는 풀을 일일이 손으로 뽑아 내었어요. 4년 전에는 산야초를 찾아보았으나 정말 흔한 쑥이나 냉이조차 텃밭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답니다.

유기농사를 시작한 지 2년 후에 그렇게 귀하던 냉이, 쑥, 익모초, 민들레, 우슬초 등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 산야초들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전에 살던 분이 제초제를 뿌려서 텃밭 농사를 하였기에 풀과 산야초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텃밭에 들어 갈 때는 호미와 양동이 2개를 챙겨갑니다. 한쪽에는 토끼와 닭들에게 줄 풀을 뜯어 넣고 다른쪽 양동이에는 산야초를 뜯어서 해마다 효소를 담그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행복도 잠시, 사람 사는 곳에는 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웃간의 땅 경계선 문제와 이웃텃새 등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낮선 곳에서의 외로움은 자연과 늘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동안 살기위해 이 지역에서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도시에서 시골에 오면 세상살이 산전수전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지요.

얼마전에 누군가가 성공하는 사람은 역경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세상살이의 고비를 넘긴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평화와 행복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압니다. 엊그저께는 산림청산하 블로그 담당자가 제블로그에 있는 '귀농귀촌 이야기' 글을 홍보기사로 가져가도 되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저 그동안 농업기관에서 선생님 일을 도와 주면서 농업행사나 교육때 눈치보고 살짝 사진찍고 시간날 때 부지런히 기사를 쓰곤 했습니다. 기간제로 보조 업무를 하는 위치라 당당하게 기사 쓰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좋은 기사를 위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교육내용을 엿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위해 궂은일도 마다 않고 솔선수범하고 어쩌다가 손님이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얼른 차를 갖다 드립니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이번에 채택된 '예산군 농업대학 개강식'과 귀농귀촌교육 기사를 이 곳 농업 관계자께 보여주며 제가 쓴 글이 농촌진흥청 블로그에 채택되어 예산군 홍보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는 약간의 협조를 얻어볼까 하는 마음에 선뜻 용기를 냈습니다. 언젠가는 이 분들도 저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내일은 충남도민 리포트 자격으로 홍성에 있는 도청에서 충남 안희정 도지사님과 간담회를 하게 됩니다. 충남의 100명 도민리포트 중에서 저를 포함한 세 명이 선발되었는데요. 자기소개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의 작성배경과 글쓰고 난 후의 보람, 주변의 반응에 대해 사회자와 안 지사님과 토크형식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제가 귀농귀촌과 자연 속의 정서적인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저의 대표기사와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띄워 준다고 합니다. 저, 이제 웃고 살아도 되는지요?


#나의귀농귀촌이야기#고향#꿈#염소#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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