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그렇다. 머리가 아프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아 휴대폰을 열지만, 낮에 웃으며 만난 그 많은 사람 중에 전화나 카톡 할 사람은 한 명도 없더라. 유명한 맛집 음식과 명품을 사면서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지만, 사실은 비싼 돈 주고 이걸 왜 하는지 하는 의문에 마음만 허하더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지내는 사회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인간은 왜 사는지, 돈 안 되는 고민에 스며갈 즈음. 문득 깨닫는다. 아,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대중의 일상은 사실 이처럼 권태롭고 피곤하다. 인생이 그렇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언제나 순수한 '날것'을 욕구한다. 계산되지 않은 즐거움. 가식 없는 즐거움. 행복마저 꾸미는 지금의 시대에 과연 새로운 즐거움이라는 게 있을까.
'악동뮤지션'의 참신한 즐거움결국 대세는 '리얼'이다. 한마디로 '꼼수'가 싫다. 뻔한 게 싫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낯선 것도 싫다. 순수한 날 것.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그 무엇. 대본은커녕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조그만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가 예능이 되는 시대. 대중은 그것을 원한다.
<K팝스타> '악동뮤지션'이 끄는 인기의 맥락은 대충 그러하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재료 그 자체로 맛을 내는 음식. 향이 진하지 않기에 조리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정형화된 레시피가 없는 음식. 그것이 악동뮤지션의 음악이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대중들이 그동안 좋아했던 화성진행인 '머니코드'. 기타를 처음 잡게 되면, 교본 맨 처음 첫 장에 쓰여 있는 'Am-G-F-E7'로 이어지는 화성 진행에 뻔함을 악동뮤지션은 비켜간다. 신선해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 길로 갈 필요성을 악동뮤지션은 느끼지 못한다.
특히 <K팝스타> 2위 재대결 무대에서 선보인 '착시현상'이라는 곡이 보여준 그들만의 독특한 작곡 방식에 대한 심사위원 박진영의 호평은 괜한 게 아니다. 그들은 조합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로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었다. 그것도 정식으로 문학수업을 받아 본 적이 없는 학생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 소재 같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신선하지 않은가?
음악 수업을 거치지 않고 그냥 코드를 따라가며 음악을 만들다보니, 일반인에겐 너무나 낯선 화성 진행도 그들은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것을 듣는 대중들은 낯설다. 그렇기에 새롭다. 참신하다.
그 결과, 이들이 방송에서 불렀던 전곡 모두가 '대박'이다. 자작곡뿐 아니라, 기존 곡들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곡까지도 대박이다. 음원 '올킬'.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K팝스타>를 통해 부르는 대부분의 곡들이 1위. 최근 음원 순위 권위가 상당히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결과다. 심지어 그들이 반나절 만에 만들었다는 한 통신사 광고 CM송마저도 화제다. 개인적으로도 이전 사례인 '버스커버스커'보다 나은 듯하다.
2013년, 슈퍼스타 탄생의 확실한 예감 "방송이 끝나면 <다리꼬지마>가 검색어 1위를 할 것입니다"악동뮤지션의 첫 곡. <다리꼬지마>가 전파를 탈 때 심사위원 양현석은 이렇게 예언했고, 또 적중했다. 18세 이찬혁의 천재적인 음악 감각. 이러한 감각에 잘 맞아떨어지는 15세 이수현의 보컬. 그리고 재기 넘치는 가사. 이 셋의 조합은 그 자체로 타인이 대신 할 수 없는 악동뮤지션의 확고한 정체성이다. 또 이들의 매력이 참신함을 뛰어넘는다는 걸 보여준다. 슈퍼스타 탄생, 그런 예감이 든다.
새로운 음악을 접했을 때, 듣는 순간 단박에 어느 뮤지션의 음악인지 직감하게 만드는 능력. 새롭고 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강력한 매력. 이건 꾸미고,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직은 덜 성숙된 날것의 즐거움. 게다가 귀여움 넘치는 외모라니!
앞으로 악동뮤지션이 상업 논리에 의해 변질되는 건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되긴 하지만, 이들의 등장이 대중음악시장에 신선한 '한방'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부디 급하게 소모되지 않고 재능을 아끼며 정진하길 바란다.
소중히 다뤄주세요. 악동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