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엠대우(현 한국GM)에 대해 '불법파견을 했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지엠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대표 진환)가 "모든 비정규직을 즉각 정규직화 하라"고 촉구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 28일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지엠대우 사장을 비롯해 6명의 사내하청업체 대표에 대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벌금(300~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지엠대우에 대해 조립, 차체, 도장, 엔진, 자재보급, KD까지 자동차 생산라인 전체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이는 자동차공장의 전체 공정이 원청의 지시로 이뤄지는 정규직 공정이라는 뜻이다.
이후 노동계 움직임에 관심이 높은 속에, '노조 지회 비대위'가 처음으로 입장을 낸 것이다. 노조 지회 비대위를 비롯한 노동단체들은 19일 불법파견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지엠대우의 불법파견 판결은 2005년 노동부에 진정서가 제출된 지 8년 만에 나온 것이다. 노조 지회는 "당시 지엠대우 원청은 하청업체가 불법 파견이 아니라 합법도급이며, 노조 지회의 주장은 억지라고 몰아붙였으나 거짓임이 밝혀졌다"며 "우리가 8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한 내용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우리 투쟁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노조 지회는 "2005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 이후 사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혼재근무 일부를 조금씩 공정 분리했고, 지금은 불법파견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민다"며 "그러나 현장에는 여전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서 일하는 혼재 공정이 있다. 공정 분리가 되었다고 해서 불법파견이 아닌 것 또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 지회는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제조업의 컨베이어 시스템의 경우 사실상 모든 공정이 일체화되어 있어 특정 업무만 떼어 내 도급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정규직과 분리된 상태에서 업무를 하는 물류 부문 역시 불법파견으로 판시했다. 공정분리로 불법파견을 피하려는 것은 꼼수이며 창원공장의 전체 비정규직이 불법파견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2005년 불법파견 진정 당시 지엠대우 창원공장에는 비정규직 843명이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짧게는 3~6개월 내지 길게는 몇 년씩 계약(갱신)해 왔던 것이다. 비정규직들은 당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였다.
권순만 전 지회장과 진환 비대위 대표 등이 30일간 지엠대우 창원공장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지회는 "정규직화 투쟁 과정에서 87명이 해고되었다. 굴뚝농성으로 복직을 받아냈지만 아직 복직하지 못한 해고자들이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엠대우 창원공장 안에서는 노조 지회가 거의 와해되었다. 이에 진환 대표 등 몇몇 노동자들은 '비대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노조 지회는 지난 10일 모임을 갖고 불법파견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노조 지회 정상화를 추진하고, 대중 조직화와 지회 집행부 선거 전까지 지회 사업을 책임지기로 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지난 8년 동안의 투쟁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이제 우리의 권리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때다. 억울하게 빼앗겨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고, 억눌려 왔던 현장을 살아 숨쉬는 건강한 일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