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개발에 끌어들인 서울시는 책임져라."
"제2 용산참사 초래하는 코레일은 각성하라."총 사업비 31조 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소속 주민 100여 명은 15일 오전 서울시 중구 만리동 서울역 서부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은 "개발 계획이 발표된 후 지난 6년 동안이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진행되리라는 기대로 재산권도 제대로 행사 못하고 기다려 왔다"며 "서울시와 코레일은 사업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주민 보상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이 집회를 연 서울역 서부역 옆 코레일 서울사옥에서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한 30여 개 출자사가 모여 서부이촌동과 용산철도정비창 부지를 '분리개발'하는 방안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주민들은 "개발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서울시와 코레일이 주민들을 설득해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며 "코레일 측이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이제 와서 분리개발을 얘기하며 서부이촌동은 개발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을 말살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아무개씨(57)는 "코레일 측이 분리개발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업 실패의 책임이 고스란히 주민에게 전가되는 격"이라며 "그동안 주민들은 개발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대출을 받았는데, 이제는 그 빚을 떠안고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여기 나온 주민 대부분이 몇 십 년 동안 그곳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이고 가옥주들인데, 겨우 다 쓰러져가는 단독주택, 연립주택 한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개발이 백지화 된다면 빈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빚 떠안고 거리로 나앉게... 빈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개발사업이 공표된 이후 서부이촌동의 이주대책대상자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주대책기준일인 2007년 8월 30일 이후로 사실상 자기 집을 팔 수 없었다.
이주대책기준일 이전부터 살고 있던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보상계약체결일까지 이곳에 계속 거주해야 개발 후 분양아파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보상계약은 정식으로 체결되지 못했고, 당연히 매매거래는 거의 없게 됐다.
주민들은 서울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용산개발사업은 지난 2006년 철도경영정상화 정부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코레일 소유의 용산차량정비창 부지를 대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7년 4월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서부이촌동을 개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후 서울시의 반대로 코레일은 사업자 공모를 취소하고, 같은 해 8월 시와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통합개발에 합의한 바 있다. 당초 39만여㎡이던 개발 면적은 51만여㎡로 커지면서 서부이촌동 2200여 가구가 포함됐고, 총 사업비는 31조 원으로 뛰었다.
김희자(여·60)씨는 "박원순 시장이 출구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지만 그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개발에 끌어들여 6년 동안 재산권 행사도 못하게 해놓고, 근본적인 대책 없이 서울시가 발을 빼겠다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김씨는 또 "200개가 넘던 가게들이 지금은 100개도 안 남았다"며 "식당들도 임차료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다들 완전히 망해서 나갔다. 생계유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