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저임금 4860원의 2배가 넘는 1만원을 최저임금으로 요구하는 단체가 있다. 알바연대가 바로 그곳이다. 이 단체 대표는 지난 2012년 대통령 후보 기호 7번 청소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김순자씨다.
알바연대는 올해 1월에 결성된 단체로 최근에 언론을 통해 알바 5적(GS25, 파리바게뜨, 카페베네, 롯데리아, 고용노동부)등을 발표하고 대기업의 횡포를 규탄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높은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최저임금법 등을 지키지 않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방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노동, 쉬운 게 아니다 알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부산 알바연대 회원들과 함께 금요일이었던 8일 자정 부산 서면 번화가에 모였다. 서면은 부산의 중심지라 밤이 되면 20대 청춘들이 '바글바글' 할 정도로 밤이 뜨거운 동네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서면은 더욱 흥청거렸다. 유흥을 즐기는 청춘들 뒤에는 밤잠을 이겨내고 밖에 나와 노동을 하는 편의점 알바가 있다. 부산 알바연대는 먼저 편의점을 방문해 알바 노동자 22명을 만나 그들의 삶과 근무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처음 편의점 노동자들을 만나러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긴장되는 일이었다. 사실 처음 보는 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근무 조건까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편의점 노동자들은 알바연대 회원들을 반겨주었다. 처음 만난 편의점 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과 근무 실태를 이야기해 주었다.
편의점 노동자들의 업무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뭐 물건 계산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편의점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충은 모든 물건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이틀에 한 번씩 물건이 새로 오면 그 물건을 배치하는 데만 2-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들은 "야간에 물건 배치만 2-3시간 하다 보면 심심하기도 하고 밤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정체성의 혼란도 느낀단다.
두 번째로 그들은 쓰레기통 분리수거의 고통을 토로했다. 편의점에 가면 대부분 손님들이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모든 쓰레기를 한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나 또한 편의점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채 쓰레기를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냥 버린 쓰레기통을 뜯어서 일일이 분리수거를 하는 것이 편의점 노동자의 일이었다.
세 번째로 그들은 음식물 쓰레기통 특히 편의점에서 많이 먹는 라면 국물을 배출할 때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라면의 MSG 냄새가 코를 자극하여 역한 냄새로 돌변한다고. 그래서 "라면 국물 배출을 하고 나면 며칠 동안 라면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껍다"라는 편의점 알바 노동자도 있었다. 네 번째로 그들은 술 취한 취객이나 편의점 노동을 한다고 막 대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야간의 서면 편의점에는 취객들의 구토가 비일비재하고, 그들이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에게 화풀이 하듯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편의점 알바가 다른 건설 현장 노가다나 육체를 많이 쓰는 알바에 비하면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름의 고충이 있고 알바를 쉽다, 쉽지 않다로 나누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GS25 알바 노동자" "폐기될 음식 대신 먹는다" 부산 서면 22개 편의점 가운데 최저임금인 4860원을 위반하고 있는 업체는 59.1%(13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시급을 받고 있는 노동자는 시급 7200원을 받고 있었고, 가장 낮은 시급은 4000원 이었다. 또 근로기준법 제55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 라고 규정이 되어 있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제공해야 하지만 22개 모든 편의점에서 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노동법에 명시된 내용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보다 더욱물론 더욱 놀라온 사실은 야간 편의점 노동자의 평균 근무 시간이 10-12시간이 되는데 식대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들은 편의점에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들을 치우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편의점 노동자들이 폐기처분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폐기될 음식을 식대 대신 먹는다. 처음에는 뭐 식대를 안 받아도 유통기간 지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으로 밥을 때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매일 편의점 노동을 해보면 그걸로 밥을 떼우는 것도 쉽지 않다. 음식이 안 남으면, 내 돈 주고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돈 벌러 나와서 내 돈 쓰면 아까우니까 집에서 일하기 전에 밥을 먹고 10시간 동안 굶는 경우도 있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노동자"또한 조사대상 중 2명을 제외하고 90.91%(20명)가 시재 점검(시재점검이란 상품을 제값에 팔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과정,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것)시 차액책임 전액 본인부담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20명 중 3명은 점주와 시재 차익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 되지 않아서 노동자 스스로가 부족한 금액을 채워 놓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답변했다.
시재 차익에 대해 A씨는 "내가 실수한 것이니 내가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 메우면 점주님이 손해를 보는 거니까. 요세 점주들도 본사에 수입의 35% 이상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재 차익이라도 정확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에 B씨는 "일을 하다 보면 계산의 착오가 날 수도 있는데 내가 메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몇 번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월급에서 깎거나 현금으로 대신 내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하루 2시간 시급을 몽땅 날리는 경우도 있어서 시재 차익을 가능한 맞추려고 눈을 부릅뜨고 일을 한다"며 시재 점검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과 알바노동자를 말하다
알바연대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편의점 노동자 C씨는 "현재 최저임금이 너무 낮다. 몇 백원 더 높아진다고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 최저임금 1만원은 너무 높지만 지금부터 1년에 2천원씩 높이면 3-4년 만에 현실화될 수 있는 일"이라며 현행 최저임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외 최저임금 대폭 인상보다는 현행 법정 수당이 제대로 지켜졌으면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알바연대는 부산, 서울 등에서 최저임금 1만원 캠페인과 프랜차이즈 편의점, 카페, 제과점 등의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알바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릴 계획이다. 알바연대의 요구는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부터 지키는 것, 알바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올릴 것,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과의 불공정한 계약을 갱신해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4월 6일 서울에서는 알바들의 파티 'Pause'를 열어 알바의 삶과 실태를 문화 공연으로 표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