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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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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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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후 5시 50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에 휩싸였던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새누리당의 요구에 합의한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향한 내부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로 불기소된 국회의원을 '정치적 합의'로 제명하는 것에 대해 위헌 논란도 불 붙고 있다.

당사자인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은 18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양 교섭단체별로 15인씩 공동으로 3월 임시국회 내에 발의하여 윤리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고소장에서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이 없다는 점은 이미 명백히 밝혀졌다"며 "(새누리당 이한구·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 근거로 "검찰은 지난해 11월 15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혐의가 없으므로 입건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관련해 설치한 당내 '진실과 치유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참여한 김인성 한양대 교수의 조사 보고서에도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은 부정경선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자격심사는 국회의원의 당연퇴직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고 처리되지 않은 경우, 즉 객관적인 자격 여부에 이의가 있을 때 국회의장에게 청구하는 것"이라며 "(두 의원은) 법률에 의해 객관적인 자격에 어떤 문제도 없으며 (양당이 문제삼은 부정경선 문제는) 실제로 어떤 혐의도 발견된 바가 없이 검찰이 수사를 종결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 종결된 지 한참인 이제 와서 자격심사를 언급함으로써 다시 두 의원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언급되는 등 그 명예훼손의 결과가 심각하다"며 "애초에 '마타도어'에 기초해 시작된 이 사건이 당 내외의 여러 복합적이고 불순한 의도에 의해 심히 왜곡, 과장됐음을 더 잘 알고 있는 피고소인들이 (자격심사안 발의) 합의에 이르렀다는 것은 통합진보당 전체에 부정한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매우 악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향후 자격심사안 발의 때 동참하는 의원들에게도 같은 혐의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재연 의원은 이날 오후 고소장을 접수하며 "이후에 자격심사안 발의에 이름을 올리는 의원이 없을 것이라고 믿겠지만 또다시 그런 일이 있다면 그 즉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근거도 없고 조건도 성립하지 않는 자격심사를 이렇게 거론하는 것은 치졸한 정치공세"라며 "무고한 통합진보당 의원을 제물 삼아 스스로의 무능과 구태를 가리려고 하는 양당의 치졸한 행태에 대해 역사와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정희 "7개월 표적수사에도 기소 안 됐는데 알고 합의했나"

새누리당의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요구에 합의한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쏟아졌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서 "제1야당이라는 민주통합당이 할 일은 정부여당의 횡포를 견제하는 것이지 다른 야당을 경쟁 상대로 두고 견제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검 공안부가 무려 7개월 동안 수사력을 모두 동원해서 표적수사를 벌였지만 오히려 당초 이 논란을 일으키고 탈당한 당사자와 그 측근들이 부정에 개입되어 구속되었을 뿐 이석기, 김재연 두 의원은 어떠한 관련도 없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런 내용을 알면서도 합의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새누리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정치보복이자 진보정당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했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이 자격심사라는 말을 다시 꺼낸 이유가 무엇이겠나,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이석기 의원에 대한 보복이며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하자는 촛불을 가장 앞장서 들고 있는 통합진보당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오병윤 원내대표도 "새로운 박근혜 정권에서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유신독재의 본당으로서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라며 "문제는 민주통합당이다, 야당으로서 포기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선동 의원은 "오늘의 새누리당의 (자격심사) 시도와 또 그것을 수수방관하거나 암묵적 동의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역사적 잘못은 호남 민중과 대한민국 서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국 "위헌소지 다분한 자격심사, 사상검증 작업 수반할 것"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논문표절 의혹으로 사퇴한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예로 들며 "역시 논문표절 문제가 제기된 문대성 의원(무소속)에 대해서도 제대로 자격심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 통합진보당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고 지난 비례대표 경선 당시 관련된 후보들은 모두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후순위자가 계승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여야 정부조직법 협상에 합의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공동발의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두 의원은 비례대표 경선과 관련하여 유죄판결은 물론 검찰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자격심사과정은 두 의원에 대한 사상검증 작업을 수반할 것임이 분명하다"며 "두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한 심사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에 이뤄져야 하지 위헌 소지가 다분한 자격심사와 사상검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인 유창선 박사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조직개편 협상과 관련이 없는 이 문제에 민주당이 덜컥 합의해준 것이 무척 생뚱맞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정경선과 관련) 아무런 혐의도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의원직 제명까지 불사할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결국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그토록 몰아붙인데 대한 괘씸죄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실정법을 위반하는 일이 있으면 사법적으로 처리하면 되는 일이지 정치적인 이유로 국회에서 국회의원 자격심사가 진행되고 제명을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되는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대에나 가능했을 발상에 민주당이 합의한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민주당 안팎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향후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가 진행되더라도 의원직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국회법 142조에 따르면, "피심의원의 자격 유무를 의결로 결정하되 그 자격이 없는 것을 의결함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 원구성 협상 당시 여야가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발의를 합의했음에도 유야무야 된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와 관련,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징계하는데는 사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개원국회의 합의사항인데다 새누리당이 요구하니 절차적인 부분에 착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은 없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정우택 "늦었지만 환영, 철저한 심사 통해 명백한 결과 내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4인 회동'을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회동이 끝난 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가 참석하는 '4인 회동'을 열어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회동이 끝난 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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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새누리당은 두 의원에 대한 조속한 자격심사 착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자격심사 합의는) 두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직 박탈을 위한 자격심사를 하기로 여야가 합의한지 9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라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 종북 논란의 핵심, 그 사이에 있는 두 의원으로 인한 국민들의 걱정 또한 말끔히, 그리고 하루 빨리 털어낼 수 있도록 국회가 역할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가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확실한 제명 처리를 위한 대비를 주문했다.

그는 "여야가 공동으로 자격심사안을 발의해 윤리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3 가 찬성하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면서 "현재 새누리당이 152석, 민주당이 127석이지만 민주당 일부가 반대하고 있어 실제 제명으로 이어질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자격심사에 합의한 만큼 철저한 심사를 통해 지난해 총선 당시 당내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가 불거져 자격논란이 지속되었던 두 의원에 대해 명명백백한 결론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이석기, #김재연, #자격심사,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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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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