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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8일 오후 7시 37분]

'박근혜식 인사'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전격 사퇴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로 높아진 국정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부실한 인사에 다시 발목이 잡히게 됐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는 18일, 중기청을 통해 자진 사퇴 뜻을 밝혔다. 중기청은 이날 황 내정자의 사퇴 소식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자들에게 알렸다.

황 내정자가 청와대에 사의를 표한 것은 지난 주말 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황 내정자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공식 확인했다. 황 내정자의 사퇴는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중기청장에 임명될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신이 세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하고 회사 경영에서도 손을 떼야하지만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황 내정자의 해명이다.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에 오해 있었다"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 18일 사의를 밝힌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 18일 사의를 밝힌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 주성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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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내정자는 이날 오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백지신탁이 공직에 몸담는 동안 신탁기관에 맡긴 뒤 공직을 마칠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유권해석 결과 내가 이해한 개념과 달라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백지신탁하게 되면 내정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고 경영권도 넘겨야 하는데 이는 젊음을 바쳐 일궈낸 기업을 주식시장에 쓰레기 처분하는 격"이라며 "이는 그동안 저를 믿고 일을 준 고객, 믿고 따라준 직원, 창조경영의 염원을 바라는 국민에게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자 또는 금융위원회 소속 4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본인 및 이해관계자 보유주식이 3000만 원을 초과할 겨우 보유주식을 모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또 신탁받은 금융기관은 이를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황 내정자는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25.45%(약 695억 원)를 보유하고 있고 부인 김재란씨도 지분 1.78%(약 48억 원)를 가지고 있다.

황 내정자의 사퇴에는 고위공직자의 자리를 위해서 자신이 세우고 키운 회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개인적 이유가 크게 작용했지만 문제는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과 불통이다.

청와대는 내정자에게 중기청장 내정 사실을 통보할 때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법리 해석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의 주성엔지니어링 보유 지분의 백지신탁에 대한 법리적 해석 의미를 황 내정자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는 황 내정자의 사의 표명 이후 주식 백지신탁 없이 중기청장에 임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노믹스 한 축 중기청 인사도 부실... 체면 구긴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된 후 열린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된 후 열린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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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했던 인사에서 중도 사퇴한 것은 황 내정자가 세 번째다. 김용준 국무총리 내정자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언론 검증 과정에서 중도 사퇴했다.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밀실 인사와 부실한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인사 검증에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특히 중소기업청은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핵심 기구로서 창조경제를 추진할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박근혜노믹스'의 한 축이었다는 점에서 뼈 아픈 인사 실패라는 평가다.

박 대통령도 중기청 출범 이후 처음으로 벤처기업인을 발탁하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기초 검증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할 주식 백지신탁이 문제가 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에 따라 당장 2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대통령에 대한 각 부처의 업무보고도 차질이 생겼다. 당초 청와대는 업무보고 첫날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업무보고를 하려고 했지만 일정을 바꾸기로 했다. 황 내정자의 사퇴로 중소기업청 업무보고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후임 인선 작업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의 사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오후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게 없다"고 말했다.


태그:#청와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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