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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 18일 사의를 밝힌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다 18일 사의를 밝힌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 주성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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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을 걸고 창업해서 지금까지 일궈온 회사의 소유권까지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낙마를 계기로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전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이자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역임한 황 내정자는 지난 15일 첫 기업인 출신 외청장으로 뽑혀 큰 관심을 모았다.

"회사 지분 1개월 내에 처분하라? 백지신탁제도 너무 가혹"

황 내정자는 18일 오후 경기도 광주 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황 내정자는 "회사의 주식을 백지 신탁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에도 재임 기간뿐만 아니라 재임 이후 일정 기간까지도 회사와의 관계를 단절할 각오까지 했다"면서도 "그러나 막상 업무를 챙기며 백지신탁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보니 도저히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너무 가혹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는 "설령 회사를 정리하려고 해도 최소한 주식을 제대로 처분하는 방법과 충분한 시간은 주어져야 하는데 기업을 책임지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가 어려운 법과 제도였다"면서 "젊음을 바쳐 자식같이 키워온 기업을 1개월이라는 법적 시한에 매여서 내팽개치듯 아무에게나 처분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중소기업청장 제의를 받고 주식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해 듣고도 절차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수락함으로써 이러한 물의를 야기한 것은 모두 나의 불찰이고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아울러 황 내정자는 "공직자가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려는 제도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고 인정하며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나라가 기업인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행정에 융합하고 창조경제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합리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지분 모두 처분하면 적대적 M&A 노출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재임 중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올려 재산을 늘리는 걸 막으려고 지난 2005년 4월 도입됐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장관 등 1급 이상 고위 공직자(금융위원회는 4급 이상)와 국회의원 등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 합계가 3천만 원을 넘으면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 신탁해야 한다. 신탁하더라도 금융기관은 해당 주식을 60일 내에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퇴임할 때 그대로 되찾을 순 없다. 

황 내정자의 경우 현재 주성엔지니어링 주식 25.5%(약 695억 원), 부인 김재란씨가 1.8%(약 48억 원)를 갖고 있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황 대표 가족 지분을 모두 처분하게 되면 회사가 적대적 M&A(인수합병)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삼성전자 사장 출신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이 제도 때문에 보유 주식을 처분하긴 했지만, 기업 경영권과는 관련이 없었다. 

실제 황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지 신탁이 진행되면 우리 회사는 공중분해 된다"면서 "회사를 분해시키면서까지 직을 수락한다면 고객이나 주주, 직원들에게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 창업자 입각 원천 봉쇄"... 국회의원과 형평성 논란도

직무 관련성이 없는 주식은 처분하지 않아도 되지만,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중기청 특성상 직무 관련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안철수 전 안랩 이사회 의장 역시 대선 출마 당시 보유 지분 처리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주식 보유가 허용되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인들은 황 내정자 사퇴 소식에 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의료기기 벤처기업 메디슨 창업자로 중소기업청 기업호민관을 지낸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는 "결국 중소벤처기업 창업자들은 입각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국회의원은 괜찮고 중기청장은 안 된다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주식신탁제도 취지는 좋지만 한두 달 안에 주식을 처분하라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문제"라면서 "만약 그랬다간 주주들이 배임소송을 낼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태그:#황철주, #중소기업청, #벤처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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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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