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연천은 오늘 새벽부터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함박눈으로 변해가며 이 시각(오전 11시 25분)까지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중국 당나라 시대 동방규(東方叫)의 시가 떠 오르는 봄 날입니다. 봄은 왔는데 동장군이 아직 봄을 시샘하는 모양입니다.
함박눈은 금굴산을 돌아, 주상절리에 눈꽃송이를 뿌리고, 나무를 적시고, 텃밭을 적시며, 온 누리에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푸른 보리밭에 내리는 눈은 꽃비처럼 보입니다.
임진강 주상절리 적벽에 내리는 눈은 검은 적벽과 대조를 이루며 수만 송이 만다라꽃처럼 보이기도 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얀 연꽃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푸른 임진강에 내리는 눈송이는 맑은 물에 반사되면서 하늘에서 내리는 눈꽃 송이가 그 곱절을 이루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눈이 강물에 반사되어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텃밭에 난 마늘과 시금치들이 봄을 맞이하여 쑥쑥 올라오다가 당황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잠시 봄을 시샘하는 것으로 생각을 해야겠지요. 다행이 눈은 쌓이지 않고 대지에 닿자마자 곧 녹아버리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이란 말은 원래 고달픈 인생살이를 비유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마치 요즈음 남북한 상황과 새로 시작되는 어지러운 시국상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나라 즉천무후 때 시인 동방규(東方叫)가 지은 이 시는 원래 중국 전한의 궁정화가(宮廷畵家)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초상화를 일부러 잘 못 그림으로써 흉노족의 선우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왕소군(王昭君)의 심정을 대변하여 지은 시입니다.
눈은 아직도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막 피어나려고 하던 산수유도 눈을 맞고 움츠려 드는 것 같습니다. 때 아닌 춘설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춘래불사춘'을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봄날입니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함박 눈은 머지않아 그칠 것입니다. 하루 속히 남북관계도 정상화되어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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