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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수첩공주'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와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대통령 후보 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평가다. 박 대통령은 오늘(25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대통령이 된 후 수첩'공주'에서는 벗어났지만, '수첩'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임명하거나 내정하는 고위공직자는 수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수첩인사는 '인사참사'를 만들었다. 

수첩인사가 만든 인사참사 도미노...'낙마 축구팀' 창설할 수도

김용준(국무총리)·김종훈(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동흡(헌법재판소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황철주(중소기업청장)·김학의 법무차관·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변환철 법무비서관·김귀찬 사회안전비서관·김원종 보건복지비서관·최대식 인수위원

낙마와 교체한 사람이 11명이라 박기춘 원내대표는 "인사참사 도미노"라며 "'낙마 축구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25일 아침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결국 사퇴했다. 한만수 전 공위원장은 내정때부터 108억대 재산가, 김앤장 등 로펌 근무 경력이 구설수에 올랐다. 무엇보다 국외 비자금까지 터졌다. 25일 <한겨레>는 한만수(사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국외에서 수년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탈세를 해온 혐의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한겨레>한만수, 국외에 수십억 비자금 계좌…수억대 세금 탈루 참고).

이 모든 게 수첩에서 나온 '나홀로'인사 때문이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은 있지만, 이들이 인사검증을 제대로 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을 두고는 청와대가 서로 책임 떠넘기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정도 인사 참사가 벌어졌으면, 국민 앞에 사과를 해야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야당에 책임을 떠넘긴다. '의혹덩어리' 김병관 국방장관 낙마와 이명박 정부 김관진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정치적 논쟁과 청문회 시간을 지체하기엔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급하다"는 내용을 김행 대변인 통해 발표시켰다. 즉, 청문회와 야당이 발복잡는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의혹덩어리를 내정해놓고 38일이나 질질 끈 한 장본인은 박 대통령 자신임을 잊은 것이다.

'담임 선생님'...창조경제 나올 수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수석비서관 회의 때 깨알처럼 지시사항을 적어와 장관들에게 지시한다. 장관과 비서진은 받아쓰기에 바쁘다. 공무원을 '복지부동'이라고 한다. 위에서 지시한 것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관과 청와대 참모진까지 대통령이 지시한 것만 한 다면 '책임장관제'는 공염불이다. 특히 박 대통령 '창조경제'를 자주 언급하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원안 고수를 밀어붙인 이유도 창조경제다. 하지난 대통령 '깨알지시'에 무슨 창조경제가 나오겠는가? 대통령 지시만 따르면 되는데.

박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소통하지 않는다. 그가 국민 앞에서 선 것은 지난 4일 정부조직법 처리를 촉구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정부 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새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거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같은 말을 쏟아냈다. 당시 그의 얼굴을 부르르 떨렸고, 주먹을 지면서 윽박질렀다. 무엇보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담화만 발표하고 떠나버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대통령은 '원안 고수'를 외치는 바람에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민주주의는 논쟁과 타협을 통해 발전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같은 일을 자신이 국가를 위해 신념을 받쳐 일하는 일에 발목잡기로 여기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고칠거나 변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과 후보 시절에도 거의 '나홀로'였는데,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도 나홀로다. 2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날 공식 만찬 이후 아직 공식 만찬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 9시 출근, 6시 (칼)퇴근' 원칙을 지키고 있다. 관저로 돌아온 후 홀로 저녁식사를 한다. 그 큰 관저에서 홀로 저녁을 먹는 대통령. 참 쓸쓸하다.

'비선'들과 저녁 만찬을 하면서 국정을 농단하는 것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참모진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함께 밥 먹어면서 참모들은 직언하고, 대통령은 귀담아 듣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나홀로 밥 먹는 박 대통령에게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국민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8~21일에 실시해 22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44%였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19%였다. '보통이다'는 8%였고, 의견 유보는 30%였다. 이같은 결과는 같은 조사기관이 조사한 취임 첫 해 3월 조사 지지율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71%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60%, 이명박 전 대통령은 52%였다. 박 대통령이 가장 낮다. 박 대통령이 대선때 얻은 득표율이 51.6%였으니 석 달만에 7.4%나 까먹었다.

박 대통령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은 수첩인사, 나홀로 인사를 끝내야 한다. 그리고 야당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새누리당을 '여의도 거수기'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담임선생님같은 리더십이 아니라 '책임장관제'를 통해 고위공직자를 창조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당연히 국민과 소통이다.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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