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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가톨릭 계열의 한 방송국 기자 1명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9일 보도했다.-2012.05.9<연합뉴스>필리핀 방송국 기자 1명 또 피살
시리아 내전을 취재하던 일본국적 '재팬 프레스' 소속 기자가 사망했다.-2012.08.21<미디어스>시리아 내전 취재, '재팬프레스 소속 女기자 피살'
캄보디아 동북부 지역에서 최근 불법 벌목 등을 취재하던 현지 기자 1명이 살해됐다고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2012.09.13 <연합뉴스>캄보디아서 불법 벌목실태 고발 기자 피살

2012년, 진실밝히다 숨진 기자들 70명...

진실을 밝히다가 숨져간 기자들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2월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발표한 연례보고서 '언론에 대한 공격'부분에 따르면, 지난해 피살된 언론인이 70명이다. 이는 2011년에 비해 무려 43%나 증가했다. 또 취재 보도와 관련해 부당하게 투옥된 언론인 수는 232명이 되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1990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언론자유면에서 아직도 세계는 진보가 아니라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단체는 언론 자유와 관련해 '위험국 명단(Risk list)'도 함께 발표했다. 어떤 나라가 뽑혔을까? <미디어오늘> 2월 16일자 '취재중 '피살' 언론인 70명…세계 언론자유 악화' 제목 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소말리아, 브라질, 에콰도르, 터키, 러시아, 에티오피아, 베트남, 이란, 시리아 등 10개국이다. 이들 나라 중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정권에서 앞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비해 언론환경이 다소 개선됐으나, 푸틴 정권이 재출범하면서 상황이 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더러운 전쟁>
<더러운 전쟁> ⓒ 이후
러시아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36명의 기자들이 희생당했다. 희생당한 기자 중 안나 폴릿콥스카야(이하 안나)가 있다. 안나는 1996년부터 러시아 신문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 탐사보도팀에서 격주로 칼럼을 연재하며 체첸 분쟁과 러시아 안보 정책에 대해 많은 기사를 썼다.

희망이 살해된 땅 체첸에 선 안나 폴릿콥스키야

'체첸'과 '러시아 안보'라는 글귀가 서늘한 느낌을 들게한다. dkssk 수많은 살해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체첸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했다. 러시아는 그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지난 2006년 10월, 괴한의 총격을 받고 자신의 집 아파트 엘리베이트에서 피살됐다.

<더러운 전쟁: 안나 폴릿콥스카야, 희망이 살해된 땅 체첸에 서다>(안나 폴릿콥스카야 지음 주형일 올김 | 이후 펴냄)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안나를 상상하게 보여준다. <더러운 전쟁>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안나가 <노바야 가제타>에 실었던 칼럼을 뽑아 엮어냈다. 그는 다른 언론사와 기자, 정보원이 전해 주는 간접 소스로 기사를 쓴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면서 '보고', '듣고' '취재'한 것만 썼다. 이렇게 쓴 안나 글은 체첸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출판사는 말한다. 그리고 안나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쓸 것임을 다짐했다.

"나는 탈진한 여성들과 굶주림으로 청색증에 걸린 아이들, 제2차 세계대전과 스탈린의 압제에서 살아남았지만 현재 머물 곳이 없어 지치고 마비된 노인들, 암에 걸리고 피오줌을 싸고 화농성 부상에 시달리지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에 대해서 계속 말할 것이다. (…)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본문에서)

안나는 자신의 다짐처럼 <더러운전쟁>에서 "전쟁의 비인간성과 비민주적 정부의 잔혹함을 폭로하는 르포이자 세상의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서 오직 펜 하나로 무장한 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온 한 여자의 생애에 대한 기록"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살아남은 자들이 안나가 생생하게 전달한 '더러운 전쟁'의 진실을 기억하고, 전해주어야 한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살아남은 자들 이를 전해야

2차 대전 때 독일에서 뮌헨 대학을 중심으로 나치에 저항하다 처형당했던 '크리스토프 프롭스트와 한스 숄, 죠피 숄, 알렉산더 슈모렐, 크루프 후버의 실화를 바탕으로 잉게 숄이 지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한스와 죠피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정부에게 요구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바로 개개인의 자유로운 견해와 신념의 보장이란다. 내가 너희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비록 인생의 길이 험난하고 고달프다 할지라도, 너희들은 인생을 자유롭고 올바르게 살았주었으면 하는 것이다."(<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본문에서)

그리고 뭔헨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강의했던 후버 교수는 "독일의 한 시민으로서, 독일 대학의 교수로서 그리고 한 정치적 인간으로서 독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참여하고 그릇된 점을 공공연하게 폭로하면서,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인 권리일뿐더러 도덕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다 자신이 기자이든, 교수든, 인민이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저항해야 한다. 안나는 그렇게 살다 갔다.

<더러운 전쟁>에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체첸을 가슴에 생긴 계기가 지난 2002년 10월23일에 일어난 모스크바 두브로프카 극장 인질극이다. 당시 두브로프카 극장에는 가장 인기있는 뮤지컬인 '노르트-오스트' 공연되고 있었다. 관객은 800여명이었다. 그 때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체첸 반군이 중무장을 하고 난입해 800명 이상의 관객과 배우 등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푸틴, 체첸을 내버려두지 않았고...안나는 목숨 걸고 진실을 보도

사흘 동안 인절범들과 진압부대는 대치했다. 하지만 협상은 없었다. 진압 방법은 극장 안으로 독가스를 주입이었다. 인질 1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 18명을 포함한 테러범 50명 전원도 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그 중심에는 푸틴이 있었다. 러시아에 도전하는 그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푸틴의 진면모를 보여준 사건으로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고, 진압 작전 역시 최악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건이 있다. 2004년 9월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공화국 조용한 한 학교에 체첸 반군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아이들을 인질로 잡았다. 푸틴은 또 전차와 공격헬기를 동원, 인질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진압작전 끝에 330명이 숨지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이 일은 국제사회의 큰 비난을 불러왔고 북오세티야 공화국에서도 과잉진압에 대해 강력 항의했지만 푸틴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국가 러시아는 불행하게도 현대세계에서는 맞지 않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보여온 나약함을 극복해야 한다"

푸틴은 한 번씩 그가 호랑이를 사냥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유도를 하는 모습으로 '사내다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푸틴은 체첸인들을 잔혹하게 진압하고 학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음을 모스크바 두부로프카 극장 인질극과 북오세티야 학교 진압에서 보여줬다. 푸틴과 러시아 연방군의 체첸에 대한 잔혹한 진압과 학살을 자행했고, 체첸 반군 역시 체첸 인민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안나를 이를 취재해 생생하게 전달했다.

"죽이는 법과 강간하는 법"를 가르친 러시아

2001년 2월 러시아 연방군이 체첸 남부지역을 보복공격했을 때, 취재갔다가 잡혀 '가상처형식'까지 당한다. 북오세티아 인질극 취재를 비행기를 탔을 때는 독이 든 차를 마셔 죽음을 헤맸지만, 진실을 향한 '펜'은 꺾지 않았다. 일본제국주의가 그랬듯이 푸틴 러시아는 체첸을 방화, 강간, 학살 현장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 앞에서 우리가 이 파시즘의 공모자였고 파시즘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인해야 할 것이다.(본문에서)
그는 연방안전국(FSB)이 캅카스에서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매일 밤 비디오를 보여 줬다고 말한다.
"그 비디오에서는 무엇이 나왔나요?"
"죽이는 법과 강간하는 법이요."(본문에서)

이런 체첸을 두고 안나는 "우리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51명이 몰살 당해도, 술 취한 군인이 기분 내키는 대로 온 가족을 몰살 시켜도 정치인들과 공무원은 자기 자리만 지켰다고 안나는 전한다. 한 마디로 "체첸은 희망이 살해된 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체첸에도 생명을 살리는 의료진, 난민을 죽이는 군인이 아니라 살리는 대령를 보고 안나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나는 죽었지만...그의 기자 정신은 부활

하지만 안나와 러시아 연방군과 체첸반군 특히 푸틴은 같은 하늘아래 살아갈 수 없었다. 어떤 난관에도 글을 쓰겠다고 했던 안나는 2006년 10월 7일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생명이 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나의 육신의 생명은 끝났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생명을 내놓는 기자 정신은 생생하게 부활했다.

안나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뒤, [국제기자협회(API)]와 유럽의회는 안나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유럽의회 브리핑실에 '안나 폴릿콥스카야 룸'을 만들었다. 전쟁 지역 여성 활동가를 지원하는 [전장에선여성들Reach All Women in War]은 안나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했다. 안나는 죽기 전, 자신의 마지막 책, 마지막 장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같은 사건으로 끝맺고 싶다고 말했다. 안나가 죽은 뒤에도 그 정신은 살아남아 후배들에게 면면히 전해졌다.-출판사 리뷰

대한민국 언론 환경을 어떨까?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은 아직 없다. 5년 내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5년 동안 '언론부분자유국'이라는 오명을 썼다. 지난 2011년 4월 2일 인권·자유 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2010년의 세계 언론상황을 평가한 '2011 언론자유 보고서'에 우리나라를 '부분적 언론자유국'에 분류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도 지난 해 3월 28일 언론자유 순위를 발표했는데, 대한민국 순위는 133개국 중 87위였다.

대한민국 언론, 권력에 저항해야

또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지난 1월 30일 '2013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결과는 대하민국은 조사 대상 179개국 중 50위로 지난해보다 6단계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011년 대비 2단계 하락해 44위였다. 2년 연속 떨어진 것이다. 이 단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47위, 2009년은 69위였다. 이명박 정권 내내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12월 3일 기준 전국언론노조가 집계한 해직 언론인은 19명이다. 정직은 132명, 감봉감급(66명), 경고(120명), 대기발령(62명)으로 총 450명이 언론인으로서 자유를 침해당했다.  이명박 정권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래도 안나처럼 죽이지 않았다고.

기자란 누구인가? "기자라면 우리가 쓴 기사로 무엇이 바뀌는가? 우리가 기사를 쓰면서 고통 받은 결과 세상의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가? 하는 것을 늘 질문해야 한다."고 안나를 말한다. 그렇다 언론은 기자는 끊임없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저항하고 진실을 위해 싸우는 자다.

덧붙이는 글 | <더러운 전쟁> 안나 폴릿콥스카야 지음 ㅣ주형일 옮김 | 이후 펴냄 16000원



더러운 전쟁 - 안나 폴릿콥스카야, 희망이 살해된 땅 체첸에 서다

안나 폴릿콥스카야 지음, 주형일 옮김, 이후(2013)


#기자정신#더러운 전쟁#체첸공화국#러시아#안나 폴릿콥스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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