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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9>에 보도된 ‘별장 성접대 낯 뜨거운 동영상 2분, 뭐가 담겼기에’ 속 재연 동영상의 한 장면
지난 22일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9>에 보도된 ‘별장 성접대 낯 뜨거운 동영상 2분, 뭐가 담겼기에’ 속 재연 동영상의 한 장면 ⓒ JTBC <뉴스9> 화면 갈무리

"별장서 집단 '난교파티'" "낯 뜨거운 동영상 2분" "쇠사슬 등 변태 행위 '충격'"

얼핏 보면 성인 음란 동영상 게시물에 등장할 법한 이 문구들은 최근 논란이 된 '고위층 성 접대 의혹' 기사 제목들이다. 최근 이런 고위층 성 접대 의혹 관련 언론 보도들을 놓고 선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영상'까지 등장하면서 보도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이번 사건의 언론 보도가 점점 선정적인 폭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은 지난 21일 치 <동아일보> 기사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정부 고위관료(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이 사회 유력인사들의 은밀한 '집단 섹스파티'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 조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성격이 이미 드러난 듯 폭로성 보도를 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남녀가 집단으로 버스를 타고 별장에 가 포르노를 보며 성교를 했다'는 진술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전직 대통령이나 유명 배우의 가면을 쓴 채 고급 양주를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등 일부 사람들의 주장을 인용하며 '집단 난교파티'의 성격을 소개했다. 또한 "경찰이 성 접대가 이뤄진 강원도 원주의 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변태 성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쇠사슬과 음란 영상을 다수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신문이 다소 선정적인 단어와 표현으로 고위층 성 접대 의혹을 보도했다면, 방송은 영상 묘사를 통해 선정성을 극대화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2일 종합편성채널 JTBC 저녁 <뉴스9>의 보도였다. JTBC는 '별장 성 접대 낯 뜨거운 동영상 2분, 뭐가 담겼기에'라는 보도를 통해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아무개씨가 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대역을 써 당시를 재연한 영상을 내보냈다.

재연 영상 첫 부분에는 셔츠 상의 차림에 밑에는 속옷만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다가와 박수를 치며 흥을 돋운다. 그러다 갑자기 남성의 하의가 발목으로 내려가는 장면이 클로즈업되면서 "남자가 갑자기 하의를 벗는다, 선 채로 성관계를 하는 듯한 시늉을 한다" 등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이날 뉴스 시청자들은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기가 막힌다" "막장 보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선정적 보도가 사건 본질 흐려"... "언론환경 기반 무너질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 보도가 범죄적 문제보다 성 접대의 구체적 내용 폭로에 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신문·방송 모니터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근 이 사건 관련 보도에서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는 내용은 찾기 힘든 반면, 성 접대가 이뤄졌다는 별장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추측하는 보도는 연일 나온다"며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그 별장에 여대생이 다녀갔는지, 성행위는 몇 차례 이뤄졌는지, 누가 노래방에서 마약을 몇 번 흡입했는지는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국민이 알고자 하는 건 성 접대를 주도한 사람이 누구고 어떠한 거래가 오갔는지에 대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몇몇 언론은 누군가의 입을 빌려 계속 선정적인 내용을 보도한다."

이 사무처장은 언론들이 앞다퉈 이번 사건에 주목하는 이유를 상업적인 측면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잠자던 아이가 납치된 채 일어난 '나주 성폭행 사건' 때도 언론들은 제2의 피해자가 나오게 만들 정도로 연일 자세한 보도를 쏟아냈다"며 "선정적인 내용을 더욱 선정적으로 만들어내야 인터넷 기사는 페이지뷰가 늘고 방송 뉴스는 시청률이 오른다"고 진단했다. 결국 '돈'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연일 쏟아지는 선정적 보도로 인해 다른 주요 이슈들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뇌물 부당거래라는 사건의 본질만 놓고 보면 이렇게까지 크게 보도될 사안이 아닌데도 '성'이라는 자극적 요소 때문에 보도가 집중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정원 정치개입이나 정권 인사 실패 문제 등의 주요 뉴스가 공론화되지 못한 채 묻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국내정치 개입을 지시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지만, 다음날부터 고위층 성 접대 의혹 보도가 대폭 늘어나면서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 보도 건수가 상대적으로 줄었다. 일부 보수 성향의 신문은 아예 국정원 관련 뉴스를 보도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선정적 보도가 장기적으로 언론 환경을 해치기 때문에 매체의 자정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상업적 목적을 언론 본연의 기능보다 앞세우는 '황색 저널리즘'의 모습이 드러난다"며 "사람들은 선정적 보도가 늘어날수록 언론 수준을 낮게 평가할 것이고, 어느 순간이 되면 언론이 아닌 곳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향후 사회가 언론의 필요성마저 망각하게 되면 언론환경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며 "앞으로 언론 스스로 성 스캔들·살인 등 대중이 쉽게 관심을 기울일 만한 자극적인 사건을 신중하게 보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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