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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명주나비 복원에 나선 거창중앙고 학생들. 왼쪽부터  이종성, 최병천, 이석현, 이재구 임승현 학생.
▲ 특명!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라 꼬리명주나비 복원에 나선 거창중앙고 학생들. 왼쪽부터 이종성, 최병천, 이석현, 이재구 임승현 학생.
ⓒ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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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에 처한 나비를 복원한다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하니까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거창중앙고등학교에서 멸종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영찬 선생님과 임승현, 이재구, 이석현, 최병천, 이종성 학생이 그 주인공들이다.

공부에만 매진하는 다른 고등학생들과 달리 관심 있는 분야에 열정을 쏟는 다섯 친구들을 지난 25일, 직접 만나봤다.

임승현 : "생명과학 담당이신 김영찬 선생님 주도로 우리가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 같은 동아리는 아니고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즐기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환경단체인 푸른 산내들에서도 도움을 많이 주십니다."

다섯 명의 친구들이 갖고 있는 곤충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뜨거웠다. 지난 2012년도에는 곤충채집 활동을 통해 한때 멸종위기에 놓였었던 울도하늘소 서식지와 4교 인근에서 멸종위기종 1급에 처해져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얼룩새코미꾸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종성 : "꼬리명주나비 복원은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들 과학에 관심도 많았고, 선생님과 친분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 모두 친해서요."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다섯 친구들은 꼬리명주나비 복원의 첫 순서로 애벌레의 먹이인 '쥐방울 덩굴' 채집에 나섰다. 물론, 선생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수월했다.

이재구 :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먹이인 쥐방울 덩굴을 찾기 위해 산으로 들로 많이 다녔습니다. 그땐 곤충채집반 소속이었는데, 선생님과 산을 타며 모종을 구했죠. 그 모종을 학교 화단이랑 거창생태공원에 심어놨습니다. 이후 화단에 쥐방울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울타리 작업도 했고요."

꼬리명주나비 복원에 나선 거창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돔 모양 구조물을 조립하고 있다.
▲ 특명!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라 꼬리명주나비 복원에 나선 거창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돔 모양 구조물을 조립하고 있다.
ⓒ 임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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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현재 생태공원 2곳에 돔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 쥐방울덩굴이 구조물을 잘 타고 올라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들의 서식처가 될 것이다. 학생들은 돔 만드는 일을 '즐겁다'고 표현했다.

임승현 : "거창생태공원에 돔을 만든 건 작년 기말고사 이후였습니다. 선생님을 포함해 6명이 작업을 하다 보니 하루 만에 돔 만드는 일을 끝낼 수 있었죠."

이재구 : "만들 때는 돔의 높이가 높아 사다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던 사다리도 하나뿐이라 친구를 목마 태워서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최병천 : "기억나는 건, 원래는 1시에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설계도를 빠뜨리고 왔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가지고 와주셨죠.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려니 이번에는 조립 나사가 없는 거예요. 역시나 선생님이 구해오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고정할 때 잡아주는 도구가 없어서 결국 3번이나 물건을 가지고 온 뒤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임승현 : "사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왕복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저희는 야구하면서 놀았어요."

그리고 올해 3월에는 양항제 생태 습지원에도 돔을 만들었다. 꼬리명주나비 서식지를 두 군데 만들어준 셈이다.

임승현 : "양항제에서는 수달과 삵 등 멸종위기종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또 갈대, 부들, 갯버들 등 정화기능이 뛰어난 식물들이 조성돼 있죠. 따라서 꼬리명주나비를 보며 자연을 관찰하고 배우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이석현 : "양항제에서 돔 만들 때는 수월했어요. 거창생태공원에서의 경험 때문이겠죠? 특히나 푸른 산내들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다 보니 기운도 났어요. 그때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다음에 망을 씌우는 일이나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를 채집하는 일도 함께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거창중앙고등학교의 다섯 학생들이 꼬리명주나비 애벌레 서식처로 만들어 놓은 돔 구조물
▲ 특명! 꼬리명주나비를 복원하라 거창중앙고등학교의 다섯 학생들이 꼬리명주나비 애벌레 서식처로 만들어 놓은 돔 구조물
ⓒ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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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업들을 거치면서 친구들도 스스로 꼬리명주나비에 대해, 멸종위기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임승현 : "푸른 산내들에서 박사님 한 분을 초청해 곤충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꼬리명주나비에 대해 물어봤어요. 하시는 말씀이, '성충이 돼서 떠나면 잘 찾아오지 않으므로 주변에 꽃이 많은 곳을 골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점을 미뤄봤을 때, 양항제가 안성맞춤인 것 같아요."

학생들은 구조물을 망으로 덮는 작업과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를 채집하는 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뜻을 이어줄 후배들이 없다는 것.

이석현 : "요즘 가장 걱정은 우리 일을 이어나갈 후배들이 없다는 겁니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일이라 더 조급합니다. 더군다나 저희도 3학년이다 보니 소홀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재구 : "예전에 채집하러 갈 때 아이들에게 관심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손을 제법 들었어요. 그런데 물에 들어 갈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절반이 손을 내리고, 곤충 애벌레를 잡아야 한다고 했더니 나머지 반도 손을 내리더라고요.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복원에 참여했다는데 대한 의미가 남달랐다. 그리고 그곳을 방문하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병천 : "우리가 만들어 놓은 돔 안에서 꼬리명주나비 애벌레가 자라나는 모습, 그리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임승현 : "이번 활동을 통해서 작은 노력이나마 멸종위기종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낍니다. 또한, 자연 훼손은 한순간이지만 되돌리려면 평생이 걸린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이번 경험이 저 자신에게, 우리 친구들에게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이종성 : "만들어 놓은 돔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찌그러진 곳도 있습니다. 앞으로 망을 씌우고 쥐방울덩굴이 타고 올라가게 되면 더 조심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서식지를 만들어 놔도 사람들 손에 서식지를 잃지 않도록, 그곳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거창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꼬리명주나비, #거창중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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