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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 "원세훈 출국 못해!" 지난 24일 오후 인천공항 탑승장앞에서 '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시민들이 원 전 원장의 사진을 들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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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내정치 개입 지시'와 '국외도피성 출국' 논란에 휩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야 모두 원 전 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그를 상대로 제기된 고소·고발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의 지시 여부가 사건의 쟁점으로 부각된 만큼 검찰 소환조사도 예상된다.

원 전 원장의 부인은 지난 25일 자택을 찾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최근 불거진 논란에 반박하며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논란 당사자인 원 전 원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취재진들은 지난주 주말부터 원 전 원장 자택 앞에서 일명 '뻗치기'(취재원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취재 기법)를 하며 그의 한 마디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 기자의 남자친구는 "기자들이 '뻗치기'를 한다고 해서 원 전 원장이 나타나 이번 논란과 관련해 직접 해명할까"라고 묻는다. 사회부 기자인 여친의 답변은 이렇다.

기자들 원세훈 집 앞 '뻗치기' 중... "본인 직접 해명 기다려"

지난 2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앞에서 취재진들이 원세훈 전 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자택 앞에서 취재진들이 원세훈 전 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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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집 앞. <채널A>는 회사 차가 지원나와 기자의 뻗치기를 돕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남현동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집 앞. <채널A>는 회사 차가 지원나와 기자의 뻗치기를 돕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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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 "오늘 저녁 같이 먹자."
여친 : "저녁은 무슨. 지금 원세훈 전 원장 집 앞에서 '뻗치기' 취재하고 있는 거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니?"

남친 : "뭐야, 새벽부터 그 집 앞에서 기다렸잖아. 그런데도 저녁까지 버텨야 하는 거야? 그 사람이 그렇게 중요해?"
여친 : "넌 기사 안 봐?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의 핵심 인물이잖아. 게다가 22일에는 도피성 미국 출국 논란도 벌어졌고. 원 전 원장 부인은 휴식 차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해명했지만 본인이 직접 밝힌 건 아니니까, 결국 진실을 알려면 원 전 원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지."

남친 : "진실이고 뭐고, 거기 있어봤자 뭐가 나오기나 해?"
여친 : "나라고 차가운 길바닥에서 하릴없이 앉아있고 싶겠니. 원 전 원장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버티는 거지. 그리고 계속 집 앞에 있다 보면 성과가 나오기도 해. 지난주 주말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주민들이 "이 집에 용달차가 동원돼 이삿짐을 싸갔다"고 말해줬잖아. 그 증언들이 원 전 원장의 출국준비를 뒷받침해주는 정황이 됐고. 25일에는 원 전 원장 부인이 저녁까지 기다리던 기자에게 이번 논란에 대해 해명도 했잖아. 원 전 원장이 지인들에게 보냈다는 이임 서한을 건네주기도 했어."

남친 : "계속 기다리면 원 전 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네. 그 집 앞에는 너만 있는 거야?"
여친 : "여기에서 연달아 새로운 뉴스가 터져서 그런지 <채널A>, <뉴스타파>, <시사IN> 취재기자들도 오더라. 취재 열기가 장난 아냐. 다들 밤늦게까지 집 앞 콘크리트 바닥에 서서 꼼짝 않고 원 전 원장 집만 쳐다봐. 뭐 하나라도 더 건져보려고 우체통에 꽂힌 신문이 뭔지 살펴보기도 하고 그래.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붙잡고 원 전 원장에 대해 물어보고. 나는 "꼭 만나서 인터뷰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집 안으로 날렸어. 좀 심하다 싶기도 했는데, 어쩌겠어. 뭐 하나라도 얻어야 할 것 아냐. 흑흑."

남친 : "그렇게까지 열성인데 그 집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어?"
여친 : "25일에는 부인을 만났고, 26일에는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원 전 원장 아들이 받았어. "아버지는 집에 없다"고 말해주더라. 그 이후부터는 아무 반응도 없어.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말야. 설마 잠깐 틈타 집에서 다들 나간 건가 싶었는데, 해가 지니까 2층 창문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더라고. 집에 누군가 있는데 응답을 안 해주는 거지. 물론 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도 답답하지."

남친 : "너무 그러지마. 그러다 이웃 주민들이 신고한다."
여친: "이웃 주민 하니 생각난다. 이런 일도 있었어. 평범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원 전 원장 집 앞을 지나가더라고. 기자들은 이웃 주민으로 알고서 말을 걸었는데, 갑자기 그 사람 몸 쪽에서 무전기 소리가 난 거야. 뭐냐고 물어보니까 경찰이래. '경찰에 왜 동네에서 사복을 입고 다니냐'고 다시 물으니까 사복경찰이라고 답하고 가더라. 그런데 오전 오후마다 순찰을 도는 지역 파출소 소속 경찰은 "이쪽 순찰 도는 파출소 경찰들은 전부 경찰 제복을 입고 있다, 사복 입은 사람은 경찰이 아니다"라고 말했어. 결국 그 사복 차림의 중년 남성은 원 전 원장 경호원이거나 국정원 직원인 거지."

남친 : "뭔가 분위기가 삼엄하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혀야할 정도로 원 전 원장이 큰 잘못을 저질렀어?"
여친 : "기사 좀 읽어! 최근 진선미 의원이 '원세훈 지시사항'이 담긴 25개 문건을 공개했잖아. 그 문건에서 원 전 원장은 민주노총·전교조를 '종북좌파'로 규정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했고, 4대강 사업처럼 이명박 정부의 주력사업을 홍보하라고 강조했어. 그래서 원 전 원장이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직접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됐지. 법률상 국정원은 국내정치에 관여해선 안 되거든. 그래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민주노총·전교죠·4대강 범대위·참여연대·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원 전 원장을 고소·고발한 상태야."  

여야 모두 검찰 수사 촉구... 과연 원세훈은 나타날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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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국내정치 개입 논란은 잘못이라고 치자. 그 사람이 미국이든 일본이든 국외로 출국하는 것도 잘못인가? 부인도 휴식 차 잠시 다녀오려고 했다고 해명했잖아."
여친 : "도피를 목적으로 한 출국이 아니라고 해도 문제야. 전직 국정원장의 갑작스런 외국행 자체가 부적절한 처사라는 거지.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그의 머릿속에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기밀들이 들어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장은 재직 기간 동안 내곡동 국정원 청사 안 관저에서만 생활해야 하고, 퇴임 뒤에도 6개월에서 1년 가량 경호원들의 밀착경호를 받는대. 이런 국정원장이 퇴임하자마자 외국으로 나가는 건 그 자체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해. 그리고 그는 지금 국정원 국내정치 개입 논란의 핵심인물로 지목돼서 여러 건의 검찰 고소·고발을 당했잖아. 이런 상황에서 출국하면 수사 기피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남친 : "그가 직접 해명하는 게 필요한 것 같기는 하네.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이 남아. 기자들이 집 앞에서 기다린다고 원 전 원장이 나타날까? 직접 논란을 해명할 의사가 있었다면 진작 나타나 밝혔겠지."
여친 : "맞는 말이야. 그런 점에서 최근 원 전 원장의 태도를 두고도 질타가 나와. 갑작스런 출국 시도로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거야.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었던 그가 자신을 둘러싸고 제기된 국정원 관련 논란에 직접 해명하는 게 더 떳떳하고 현명한 처신이겠지."


태그:#원세훈,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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