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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차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선 가운데, '사장님'들이 애용하는 으뜸 수입차는 BMW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수입자동차협회를 통해 2012년 연간 판매실적이 1만대 이상인 브랜드의 법인 판매 비중을 살펴본 결과, BMW가 1만3851대로 가장 많이 팔렸으며 다음으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1만1146대, 아우디 8031대 순이었다.

수입차를 애용하는 법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4만9339대였던 법인 판매 실적은 작년 5만4588대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으며, 법인 보유 비중 역시 전체의 4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사각 지대에 있는 법인 덕분에 수입차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는 모양새다.

수입차 업체 고속성장, 주요 원인은 '리스 판매'

 BMW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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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wf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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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고속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차를 빌려주고 매월 돈을 받는 리스 판매 방식을 꼽고 있다.

업무 용도로 수입차를 리스하면 매월 지출하는 비용을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만큼 영업이익은 줄어들게 마련이고, 그에 따라 법인세 부담도 덜 수 있다. 상당수 법인들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리스'를 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가 차량일수록 법인 판매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보면, 7000∼1억대 수입차의 경우 법인 비율이 65%, 1억∼1.5억은 79%, 1.5억 이상 수입차는 무려 87% 이상이 법인차량으로 등록돼 있었다. 한 대에 5∼8억 원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의 경우는 법인 비중이 무려 96.3%에 이른다. 업무 용도 차량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1년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포르쉐, 페라리 등 초고가 수입 스포츠카 상당수가 법인 소유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불어 '익명성 보장'이란 특징은 모럴 헤저드로도 이어진다. 2011년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와 고위 임원이 8억 원 대 '포르쉐 카레라 GT'와 3억 원 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을 회삿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타고 다닌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김찬경 미래저축회장 자녀가 아버지가 리스한 벤츠를 몰고 음주운전하다 적발되는가 하면, 근로자들 임금을 체불하면서도 BMW를 몰고 다니던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수입차 업체 리스 자회사들도 덕분에 '쑥쑥'

 2012년 연간 수입 브랜드(럭셔리)별 법인 판매 비중
 2012년 연간 수입 브랜드(럭셔리)별 법인 판매 비중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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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런 탈세 효과와 모럴 헤저드를 '먹이' 삼아 수입차 업체들이 리스의 주요 경로로 활용하고 있는 할부금융 자회사들도 '쑥쑥' 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수입차 리스회사들이 2011년 올린 매출은 9782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57개 캐피털사 전체 매출의 10%에 이르는 규모다.

매출 규모 뿐 아니라 그 성장세도 가파르다. 2007년 영업수익(매출) 1857억9288만 원을 올렸던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2011년 4951억6001만 원으로 4년 만에 266.5% '덩치'가 컸으며, 2007년 영업수익 1126억3263만 원을 기록했던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는 작년 3671억5001만 원으로 그 몸집을 세 배(326%) 이상 키웠다. 그 대부분이 '리스 매출'임은 물론이다.

영양가 또한 높다. 2008년 -2.6%였던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8.9%, 2010년 12.7%, 2011년 14.1%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는 국내 캐피털사의 3배 정도 되는 영업이익률로 알려져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2008년 -1%였던 영업이익률은 2009년 3.2%, 2010년 4.9%, 2011년 6.5% 그리고 2012년 7.3%로 BMW 경우처럼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었다. 작년 BMW코리아 영업이익률이 3.17%, 벤츠코리아 경우가 3.56%였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셈이다.

주세? 건강세? 외제차 이용 탈세효과 1조원 추산

 BMW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홈페이지 리스 상품 설명. '익명성 보장'을 부각하고 있다
 BMW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 홈페이지 리스 상품 설명. '익명성 보장'을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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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탈세 규모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7월 서울시는 9개 자동차 리스업체를 위법행위로 적발하고 2690억 원의 세금을 추징키로 한 바 있다. 당시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이 적발됐으며, 국내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수입차를 이용한 탈세 규모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과세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수입차 리스업체 조사에 나설 경우 통상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한다. 한 방송사는 "과거 이러한 문제로 국세청이 미국의 압력으로 조사를 중단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은 바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니 수입차 업체들도 주눅들지 않는 모양새다. 작년 7월 수입차 리스 탈세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당시 토마스 우르바흐 수입자동차협회 부회장(벤츠코리아 사장)은 "리스 탈세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통상 마찰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이때문에 업무용 차량으로 본연의 목적과 실효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리스비용 손비처리 상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손비 처리 한도를 정해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카 등 업무용 차량으로 부적합한 차종의 리스 도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업무 용도 입증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모두 '조세 정의 실현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대통령도 "국민세금부터 거둘 생각을 하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지 않았던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건강세 등 이런 '의지'를 지칭하는 발언이 아니었을 것은 분명하다.


#BMW#수입차#리스#탈세#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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