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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이하 마레연)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마포구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성적소수자들이 '차별 없이 함께 사는 동네'를 꿈꾸며 만든 모임이다. 지난 2011년 마을버스 광고에 이어 2012년에는 마포구 관내에 게시할 캠페인 현수막을 만들어 걸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포구청 도시경관과는 현수막 게시를 거부하고 문구의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 22일, 아직은 찬바람이 부는 마포구청 앞에서 묵묵히 '여기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를 외치는 한 사람을 만났다.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 '월담'의 '랭'씨다.

마레연을 지지한다는 여성주의 활동가 '랭'씨는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 운동이나 성소수자 운동 모두 여성주의 이슈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마포구청 내의 공무원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 이게 뭐가 문제죠?"

 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를 지지하는 여성주의 활동가 랭.
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를 지지하는 여성주의 활동가 랭. ⓒ 정다은
- 무엇을 외치고 계신가요?
"마레연에서 이번에 마포구에다가 현수막을 개시 하려고 했어요. 문구안은 '지나다니는 사람 10명 중 1명은 성소수자다' 'LGBT 우리가 여기 살고 있다'. 이렇게 두 가지 안이었는데 마포구청 도로경관과에서 이것을 두고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그 이유가 '(문구가) 너무 과장됐고, LGBT라는 말 자체가 일반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혐오스럽다'였어요. 그래서 이에 대응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 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는 어떤 단체인가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자라는 취지로 생겨났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퀴어 밥상'을 열어요. 마포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도 모여 만든 일종의 친목 모임입니다. 정치적으로 딱히 단체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죠. 저는 마레연을 지지하고, 퀴어 밥상에도 여러 번 나갔습니다. 회의 같은 데도 참석했는데 마레연 활동가는 아닙니다."

- 1인 시위를 매일 하시는 건가요?
"사람들이 돌아가면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어요. 저는 처음 참여 했어요."

- 1인 시위하고 있으면 구청에서 방해하거나 끌어내진 않나요?
"제가 알기로는 이제까지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지나다니면서 나이 많은 분들이 '성소수자가 대체 뭐냐' 'LGBT가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세요. 대답해드리면 고개를 갸우뚱 하시면서 지나치는 경우는 있다고 들었어요."

- 현수막과 관련 이슈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마포구에서는 계속 '고쳐라, 원안 그대로는 해줄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 현수막을 지지하는, 마레연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여러 구에서 이 현수막을 여기저기 걸었어요. 그런데 마포구에서만 안 된다고 해요.

원래 서강대 '춤추는 Q'라는 퀴어자치연대에서 붙였던 게 있었어요. 예를 들어 '서강대 입학한 신입생 10명 중 1명은 성소수자입니다'라는 식이죠. 이런 게 다 마레연을 지지하는 움직임이기도 해요. 왜냐면 디자인도 똑같이 한 상태에서 문구만 약간 바꿔서 마레연을 지지한다고 붙였거든요. 이런 현수막이 학교 여러 곳에 붙여졌고, 생각보다 많은 구에서 쉽게 허용됐는데 마포구 도시경관과에서만 거부했죠.

 마레연이 제작한 현수막 시안
마레연이 제작한 현수막 시안 ⓒ 마레연 트위터 갈무리

마포구 도시경관과에서는 '우리가 뭐가 문제냐, 이거 완전 너무 과장된 거 아니냐, 혐오스럽다'는 식으로 처음에 이야기하다가 문제를 제기하니까 다른 말을 하더군요. 가령 '이 사람들이 벗고 있어서 문제다, 그림을 바꿔라'(녹색 현수막 시안) '손가락이 너무 직설적이다'(베이지색 현수막 시안) '지역주민들에게 혐오를 줄 수 있다' 등이 있습니다. 사실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수막 자체를 걸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봐요.

- 그럼 현수막 속 손가락을 치우면 걸어주겠다고 하던가요?
"네... 납득이 안 돼요. 다른 예도 있어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는 말이 너무 공격적이니까 '여기에 살고 있습니다'로 바꾸라고 하더군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다'가 과장됐다라면 '20명 중의 한 명은 성소수자다'라고 하면 허가를 내줄 건가요. 현수막 속 인물들에게 옷을 입혀주면 걸어줄 건가요. 그거 아니잖아요.

마포구에는 성소수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사실 열 명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가 과장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소수자들은 '내가 마포구에 세금 내고 살고 있는데 내가 없다고 하다니'라고 생각해 분노하고 있어요."

-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마포구만 현수막 게재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처음에 전화를 받았던 직원이 '혐오스럽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왜 잘못됐는지 몰랐던 것 같아요."

- 지난 1월 14일부터 1인 시위를 하고 있잖아요. 그 뒤로 뭔가 바뀐 게 있나요?
"제가 알기로는 확실하게는 없어요. 계속 똑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어요. 마레연이 직접 항의 방문도 했는데 '고쳐야지 타협'이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고치라고 할 수밖에 없죠.

자존심 싸움인 것 같기도 해요. 문구를 고쳐서 현수막을 걸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 계속 1인 시위를 하고 있고 4월 1일에는 '야유회'라고 해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항의 방문 비슷한 걸 기획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 마포구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유 없는 혐오, 직원 인권교육 시급, 여기 우리가 살고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아직도 한국사회에서는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잔항요. 이런 분위기는 언제쯤이면 나아질 것이라 보세요?
"점점 나아지고 있겠죠? 언제가 될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하지만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소수자 운동이 우리나라에 뿌리 내린 지 10년 조금 더 됐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성소수자 운동하고는 개념이 다르지만) 성소수자들이 텔레비전에도 나오잔하요. 이런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정말 많은 활동가들이 힘을 썼어요.

하지만, 성소수자라고 해서 모두가 성소수자 운동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왜냐면 성소수자로 모두를 묶을 수는 없지만, 텔레비전에 홍석천이나 예를 들어서 동성애 관련된 드라마가 나오면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알아볼까봐 불안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니면 스스로 호모포비아(동성애 혹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를 아직 버리지 못한, 스스로가 게이거나 바이섹슈얼(양성애)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고요. 성소수자라고 해서 모두 한 이름으로 묶일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LGBT들은 너무 적어요. 역으로 보면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왔고, 지금도 바뀌고 있고, 앞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해요."

마레연이 요구하는 것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닌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 인식 그 자체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시장에 가고, 산책을 다니며 마포구민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외친다.

1월 14일부터 시작된 1인 시위는 뜻만 있다면 동참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오부터 낮 1시 사이에 마포구청 앞에서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중복게재)고함 20이라는 20대 대표 언론지 정치부에서 '밤비'라는 필명으로 작성한 글 입니다.



#마레연#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성소수자#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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