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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2013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테스에서 열린 보도발표회(프레스데이)행사에서 국내외 취재진들이 전시된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
 제9회 '2013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테스에서 열린 보도발표회(프레스데이)행사에서 국내외 취재진들이 전시된 신차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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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서울(모터쇼)만의 색깔을 찾아야 할 때가 됐죠."

국내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의 말이다. 28일 낮 경기도 일산 킨텍스전시장서 열린 서울모터쇼 자리에서다. 그는 기자에게 "올해 모터쇼는 보고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리가 없는 것 같은데...'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규모 등 기본적인 한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여 년 가까이 된 서울모터쇼도 이젠 자신의 색깔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 모터쇼의 색깔. 쉽지 않은 숙제다.

서울 모터쇼는 올해로 9번째다.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OICA)에서 공인하는 유일한 국내 최대 자동차 쇼다. 조직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이번 모터쇼는 규모로만 따지면 역대 최대다. 14개 나라에서 384개의 자동차와 부폼 등 업체가 참여한다. 지난 2011년의 8개 나라 139개 업체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전시면적도 2배로 늘었다. 올해는 킨텍스 1, 2 전시장 모두를 사용한다.

가장 큰 규모의 서울모터쇼, '자연과 인간' 강조했지만...

올해 구호는 '자연을 품다, 인간을 품다(With nature, for the people)'다. 구호만 보면 사람과 친환경이 중심이다. 하지만 28일 열린 사전 언론 공개행사에선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자동차 회사들이 내세운 새로운 차들 상당수가 고성능 모델이었다. 화려한 주행성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차들이다. 물론 이들 고성능 차량들은 그만큼 값도 비싸고 친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제9회 '2013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테스에서 열린 보도발표회(프레스데이)행사에서 현대자동차 스포츠 쿠페 콘셉트카 HND-9가 세계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 현대차, 'HND-9' 세계 최초 공개 제9회 '2013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테스에서 열린 보도발표회(프레스데이)행사에서 현대자동차 스포츠 쿠페 콘셉트카 HND-9가 세계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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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이날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에이치엔디(HND)-9'은 고성능 스포츠 쿠페 콘셉트차다. 그동안 현대차가 내놓은 스포츠 쿠페의 디자인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 차는 뒷바퀴굴림 방식으로 3.3리터 터보 지디아이(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달리기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미콜라 킨드라티신 현대차 선행디자인팀 연구원은 "HND-9은 현대차 디자인의 특징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극대화시킨 럭셔리 디자인"이라며 "드라이빙 퍼포먼스도 럭셔리한 디자인과 함께 가장 잘 조화를 이뤘다"라고 평가했다.

기아차, 콘셉트카 CUB 세계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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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도 마찬가지. 이날 세계 최초로 선보인 4도어 쿠페 콘셉트카 'CUB(캅, 개발명 KND-7)'도 소형이지만 고성능을 표방한 차다. 1.6리터급 터보 GDI 엔진을 달았고, 최고출력이 204마력이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달아 소형이지만 달리기 성능도 좋다.

쌍용차가 이날 콘셉트차가 아닌 완성차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체어맨 W 서밋은 플래그십 세단이다. 플래그십은 해당 브랜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차다. 기존 고급대형세단인 체어맨 W를 더 고급화했다. 함께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엘아이브이(LIV)-1도 친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르노삼성차도 중형 세단 SM5의 고성능 버전인 SM5 XE TCE를 내놓았다.

서울모터쇼,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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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 수입차 업계 1위인 독일의 베엠베(BMW)코리아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뉴 M6 그란쿠페는 8기통의 트윈터보 엔진에 최고출력이 무려 560마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100킬로미터까지 4.2초만에 도달한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아우디가 이날 행사 전면에 내세운 뉴 R8 V10 플러스 쿠페도 초고성능 스포츠카다. 10기통 5.0리터급 엔진에 최고출력이 550마력을 자랑한다. 함께 내놓은 뉴 R8 V10 스파이더차도 마찬가지다. 이들 차량 가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억 원에 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터쇼가 추구하는 방향과 각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자신들이 어필하려는 차량 사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소형과 친환경차가 대세이긴 하지만 고성능차량에 대한 일부 계층의 수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양산차는 단 1대?

쌍용자동차, '체어맨 W 서밋' 세계 최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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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모터쇼이지만 한눈에 사로잡을만한 자동차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색깔이 담긴 콘셉트카를 내놓긴 했지만, 이는 국제규모의 모터쇼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모터쇼의 꽃이라 불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는 양산 차는 쌍용차의 체어맨 W 서밋과 수제스포츠카 업체인 어울림 모터스의 뉴스피라 지티(GT) 3.8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상용차가 내놓은 대형 트럭 4종도 세계최초이지만 일반 승용차는 아니다.

수입차들이 내놓은 신차들도 이미 다른 해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것이 대부분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해외 모터쇼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선도는 분명 떨어진다. 서울모터쇼를 통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가 위안거리인 셈이다.

또 9번째에 달하는 국제모터쇼의 위상에 걸맞게 자동차 업계의 유력한 뉴스 인물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역대 최대규모의 전시시설과 참여업체를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세계자동차 CEO들의 모터쇼 방문까지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가장 넓은 전시면적을 차지한 현대차 역시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도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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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전보다 전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모터쇼를 관람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전보다 나아진 환경속에서 차를 볼 수 있다. 또 환경차 시승행사를 비롯해 문화행사도 전보다 풍성해진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랜드인 국내외 대표적인 소형차들도 이번 기회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르노삼성의 야심작인 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QM3를 비롯해 폴크스바겐의 폴로, 벤츠의 A 클래스 등이 대표적이다.

모터쇼 조직위 관계자는 "이제껏 서울 모터쇼 가운데 규모 면이나 내용 면에서 가장 풍성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도 지난번에 이어 올해도 100만 명을 넘어서 세계적인 모터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모터쇼를 세계적인 모터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서울 모터쇼만의 색깔. 쉽지만은 않지만 정말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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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모터쇼,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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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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