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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도란도란 책 모임〉
▲ 책겉그림 〈도란도란 책 모임〉
ⓒ 학교도서관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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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큰 딸이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다. 둘째는 2학년, 막내는 1학년이다. 큰 딸이 두 녀석을 데리고 학교에 가는 뒷모습을 보면 그렇게 의젓할 수가 없다. 더욱이 큰 딸은 자기가 알아서 책도 열심히 본다. 물론 둘째와 막내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좋다는 '책 읽기'를 어떻게 시킬까 고민을 하다가 '당근'을 주기로 했다. 1권을 읽는데 10원을 주기로 말이다. 10권이면 100원, 1000권이면 1천원을 주기로 했다. 물론 어떤 책이든 상관이 없다고 했다. 만화책도 좋고, 그림책도 좋고, 짧은 이야기책도 상관 없다고 했다.

처음엔 잘 읽는 것 같았다. 그런데 첫째 녀석은 자기가 알아서 여전히 잘 읽어나갔고, 둘째와 막내 녀석은 전처럼 취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좋은 당근도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

정말로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도록 하는 방법 말이다. 제 입맛에 맞는 길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굳이 당근이나 채찍을 사용하는 방법을 활용하지 않아도 자기들 스스로 책을 읽어 나가지 않을까?

백화현의 <도란도란 책 모임>은 그에 딱 좋은 방법이라 싶었다. 처음에 길을 잡는 게 어렵지 그 길만 닦아 놓으면 아이들 스스로 그 길 위에서 놀지 않겠나 싶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공부방에서 공부를 가리키듯 '책모임방'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여럿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정서' 외면당한 채 '공부'만 강요

사실 우리시대의 아이들은 '정서'를 외면한 채 '공부'만 강요받고 있다. 그야말로 '배움의 기쁨'을 잃은 채 심한 우울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때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새벽부터 밤중까지 단순 반복적인 시험공부에만 매달리게 된다. 그야말로 진정한 배움은 사라지게 된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의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들만 봐도 환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한쪽에 000번(총류)에서 900번(역사)까지 십진분류에 의해 나란히 줄지어 있고, 어느 학교를 가든 800번에 해당하는 문학 서적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북미 도서관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미국 초등학교에는 그림책과 동화책이 도서관을 빙 둘러싸고 있을 만큼 압도적으로 많고, 중학교에는 도서관 곳곳에 픽션이 자리 잡고 있을 만큼 픽션 비중이 컸다. 그러나 고등학교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도서관이 온통 논픽션 물결인데다 잡지와 영상 자료 또한 엄청났다."(34쪽)

아이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책을 진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초등학생들에게는 질리지 않도록 그림책을 잔뜩 배열해 놓고 있고, 중학교 도서관에는 '픽션'으로, 그리고 고등학교 도서관에는 사고와 논술을 더 심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그렇게 잡지와 영상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다니 말이다. 그 역시 학생들 스스로 과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차원이지 않을까 싶다.

백화현 선생님은 바로 그로부터 '가정독서모임'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도서관 현실도 그렇고, 실제로 자기 집의 두 아이들도 '인성'과는 점점 멀어지는 폭력적인 아이들로 변해가는 길목을 차단하고 새로운 길을 트기 위해 그 모임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집의 아이들도 초등학교 때는 동화책과 소설책도 잘 읽었지만, 점점 커가면서는 만화책에만 열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엄마로서 실망감만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급기야 2003년부터 두 아이들과 친구 둘을 불러 놓고, 그림책과 동화책부터 읽어나가는 모임을 주도했고, 그것을 7년 넘게 이끌어오면서 차츰차츰 동서양 고전과 철학과 종교 등 다양한 장르를 택하여 함께 책을 읽어왔다고 한다.

다만 그 모임을 실행하기에 앞서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고 한다. 이른바 '왜 책모임인가'를 아이들에게 납득시키는 게 그것이라고 한다. '성적'과 '돈'만을 좇는 시대에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그 길을 아이들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 말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인간의 모습이 그 책 속에 모두 들어 있다고 말이다.

"아이들이 맘 편히 책모임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따뜻한 공간'과 함께 '넉넉한 시간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를 일주일 내내 학원으로만 내몰 것인지 아이를 믿고 격려하며 스스로 배움의 길을 걸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방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철학과 용기의 문제이다."(93쪽)

그 모임을 시작하려면 그만큼의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과 함께 이 책에서는 학원에 가는 시간까지도 조율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학원을 맴도는 아이들에게는 이 책 모임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종합반이라면 한 두 과목으로 줄이면서 이 모임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할 경우, 어느 정도 정착 단계가 되면, 9월 같은 경우에는 '독서동아리 발표회와 만남과 소통의 밤' 행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2학기에 들어서 이탈하는 모임을 차단할 수도 있고, 그 행사를 통해 긴장감과 재충전의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당연히 아이들은 더욱 열심히 준비한다고 한다.

우리 집 막내 아이가 조만간 우리 집에 친구를 데려온다고 한다. 그때를 맞춰 우리 집 막내 아이와 그 친구 녀석에게 독서모임방을 함께 하자고 하면 어떨까 싶다. 한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그 또한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그만큼의 그림책도 준비해 놓고 덤벼들어야 할 일이지 싶다. 그것도 당근과 채찍처럼 막무가내로 할 게 아니라 잘 납득을 시켜서 말이다.


도란도란 책모임 -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백화현 지음, (주)학교도서관저널(2013)


#백화현의 〈도란도란 책 모임〉#학교도서관저널#가정독서모임#왜 책모임인가#독서동아리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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