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6명이 숨진 우면산 산사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우량 통계가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회 소속인 김연선 의원(무소속·중구2)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사태 원인을 천재(天災)로 결론내리기 위해 강우량 통계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1년 7월 27일 서울 강남구 우면산에 일대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주민 16명이 사망했고, 20여 명이 부상당한 바 있다. 사고 이후 서울시 1차 조사단이 2011년 9월에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시민사회는 '부실조사'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는 2차 조사단을 꾸려 지난해 11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차 조사단은 당시 기상청 남현관측소에서 120년 만에 시간당 강우량 114mm의 폭우가 기록됐다며, 당시 산사태를 천재(天災)로 규정한 바 있다.
김 의원이 강우량 통계 왜곡을 주장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먼저 사고 당시 하루 강우량은 230mm로 2006년과 2010년 기록한 일 강우량 기록보다 적었지만 조사단은 이를 묵살하고 의도적으로 시간당 강우량 114mm만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서울에서 일 강우량이 150mm를 넘은 경우는 모두 10번이다. 산사태 주의보 발령과 관련해 일 강우량도 중요한 지표인데, 이를 간과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조사단이 발표한 시간당 기록적인 폭우, 114mm는 사고 당일 오전 7시 40분부터 8시 40분 사이에 기록한 강우량이다. 시간당 강우량은 한 시간 단위로 조사되기 때문에 이 시간대의 임의 지정기록은 신뢰할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강우량이 과다 계산됐을 것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기상청 강우량 기록에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남현 관측소에 한 시간에 80.5mm가 내렸다.
마지막으로 남현 관측소가 2010년에 생겼는데 120년 만의 폭우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이 세 가지 강우량 왜곡이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天災)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기록적 폭우로 인한 천재?... 풀리지 않는 우면산 산사태 원인 규명김 의원은 또 "조사단이 공군부대가 산사태를 촉발한 주요 원인임을 밝혔음에도 축소했다"며 "우면산과 강남순환고속도로 서초터널 등 우면산을 관통하는 터널공사의 발파작업이 지반에 악영향을 미쳤음에도 영향이 없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김 의원은 조사 용역 감독을 성실히 하지 않은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과 원인 조사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서울시를 감사원에 감사 청구할 예정이다.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면산 인근의 서초·관악 관측소 모두 15~18년밖에 안 됐다"며 "2차 조사단이 발표한 남현 곽측소도 1년밖에 되지 않아 빈도 해석을 위해 가장 오래된 종로의 송월동 관측소 기준으로 12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였다고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제기한 강우량 과다 계산 등의 의혹은 이미 수차례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이라며 "서울시는 올해 5월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논의한 뒤, 2차 조사단 최종보고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