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편의점 알바 하면 라면 못 먹어요....역해서"라는 기사를 통해서 부산 알바연대의 활동과 부산 서면 편의점 알바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두 번째로 PC방과 DVD방 알바 노동자들을 만났다.
부산 서면은 부산에서 가장 번화가이다. 모든 상권이 집중이 돼 있고 20대 젊은이들의 유흥의 중심이다. 지난 4일 부산 알바연대가 서면 지역에서 PC방, DVD방 노동자를 만난 이유도 그 때문이다.
DVD방 알바 노동자의 고충은 뭐니 뭐니 해도 청소였다. 주말에는 주로 연인들의 방문이 많다고 한다. 문제는 연인들이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DVD방 알바 노동자 K씨는 "청소를 하러 방 안으로 들어가면 휴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거나 침대나 벽 틈 사이에서 쓴 콘돔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청소하는 것이 나의 일이지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 알바연대가 만난 DVD방 노동자 3명은 모두 하루 12시간을 일하며 최저시급(4860원)을 못 받고 있었다. 그리고 식대가 지급되지 않아 식사를 해결하는 문제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주로 혼자 근무하는데, 밥을 배달시키려 해도 한 그릇만 배달해주는 음식점이 없다고 했다. "그냥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아니면 과자나 빵을 사두고 출출할 때 먹고, 주로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밥을 먹죠. 챙겨오기 귀찮아서 굶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CCTV로 알바 노동자를 감시하는 PC방한 PC방에 들어가니 정문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에 CCTV를 보았을 때는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손님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CCTV를 유심히 살펴보니 알바 노동자가 앉아 있는 계산대만 비추고 있었다.
알바 노동자 J씨에게 왜 CCTV가 이곳에만 설치되어 있냐고 물으니 "사장님이 좀 민감한 분이다. 알바들이 계산대에 손을 댈까봐 CCTV를 이 위치에 설치한 것이다. 물론 실제로 돈을 들고 도망 간 알바가 있긴 하다. 근데 이건 좀 웃기지 않나.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손님보다 알바를 더 못 믿어 CCTV를 설치하는 꼴이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CCTV를 보고 있으니 슬퍼졌다. 계산대의 돈을 훔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바 노동자가 자리를 뜨지 않고 일을 잘하고 있는지 일거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비인간적인 일이다. 조금이라도 딴짓을 한다면 사장님에게 욕을 듣거나 심하면 잘리는 경우도 있다는 J씨의 말을 들으니 더 씁쓸했다.
그리고 매일 11시간씩 주7일 일하고, 월 120만 원의 월급제로 일하는 알바 노동자도 있었다. 이 노동자의 시급을 따져보니 법정 최저시급에 약 1400원이나 모자라는 약 3490원이이었다.
PC방 가맹주들의 고충PC방 알바 노동자를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PC방을 운영하는 '실장'들과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 PC방도 프랜차이즈가 많다보니 예전같이 사장과 알바 두 사람이 PC방을 운영하는 곳이 점차 줄고 있었다. 대신 대형 PC방이 등장해서, 5명 이상의 알바와 실장 그리고 사장 혹은 점주 등으로 직책이 구분돼 있었다.
PC방 알바를 계속 하다가 실장이 된 M씨는 "PC방도 편의점처럼 본사의 착취 구조 문제가 있다. 정확히 얼마를 떼어가는지 말할 수 없지만 점주들이 이것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PC방 이용료는 10년 전보다 가격이 싸졌다. 처음 PC방이 나왔을 때는 한 시간에 2500원 하는 시절이 있었는데, 물가는 오르고 전기세 등 다 오르는데 PC방은 1시간에 1000원이나 500원으로 떨어졌다. PC방 요금을 올릴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료 게임 ID요금이라고 해서 유료 게임에 대한 수수료 또한 매달 약 300만 원을 게임회사에 지불해야 할 정도로 큰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알바연대는 지난 4일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알바 오적(GS25, 카페베네, 파리바게뜨, 롯데리아, 고용노동부) 가운데 마지막 오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 최저임금 1만원 ▲ 근로기준법 전면 개정 ▲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 프렌차이즈 본사에 대한 책임 추궁 ▲ 모든 아르바이트 현장에 근로기준법 주요내용 게시 등의 요구하였다.
5월 1일 노동절. 편의점 알바들이 하루 쉬고 악덕한 본사를 성토하는 대회를 서울 도심에서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는 편의점 브랜드에 흠집내기, 본사 사장님 쫓아다니기 등 본사를 '깨알같이' 괴롭히는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부산 알바연대에서는 12일(금) 오후 6시 동아대학교 인문관 303호에서 '카드, 대출 권하는 사회' 라는 제목으로 <꼼꼼 재무다이어리, 20/30대 초짜들을 위한 살림살이 플랜> 책의 저자 이민정씨를 초정해 강연회를 개최한다. 부산 알바연대는 또한 4월 중순 부산 고용노동청을 방문하여 한 달 서면 지역에서 만나 조사 했던 편의점, PC방, DVD방 노동자들의 실태와 개선 요구를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