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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8월 발견된 현대차 각 부서의 간부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문건. 품질관리를 해야 할 관리자들이 비정규직노조 파업에 기동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건이다
 지난 2012년 8월 발견된 현대차 각 부서의 간부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문건. 품질관리를 해야 할 관리자들이 비정규직노조 파업에 기동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건이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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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에어백과 브레이크 등 결함 때문에 미국에서 190만 대, 국내에서 16만 대 등 최소 206만 대를 리콜하기로 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이같은 불량 문제는 비정규직의 불법파견을 해결하기보다 은폐하는 데 급급한 현대차의 자업자득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수 년 전부터 여러 차례 터져나왔다. 그동안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단기간 알바를 고용하는 등의 기존 작업시스템을 변화하고, 또한 자동차 품질관리를 전담해야 할 정규직 관리자를 비정규직 노조 감시 활동에 투입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 이 때문에 대규모 불량 사태는 필연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불법파견 해결 위해 단기 알바 고용 등 작업시스템 변화"

2012년 10월 29일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2년 자동차 신뢰도 조사'에서 현대차는 2011년 11위에서 17위로 6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당시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 노조)는 "신뢰도 추락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비정규직을 탄압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관련기사: <현대차 신뢰도 하락은 비정규직 탄압 때문?>).

비정규직 노조는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작업지시 시스템을 급조하고 숙련되지 않은 알바 작업자를 투입하는 등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를 해 불량을 불러온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품질 향상에 투입돼야 할 사무관리직이 비정규직 노조 탄압에 투입돼 본연의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불량 발생과 품질 저하가 나온다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비정규직노조가 '대법 판결 이행'을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부분파업을 벌일 당시 현대차의 각 부서 관리자들로 구성된 기동지원팀 문건이 발견됐다. 당시 문건에 따르면 기동지원팀은 회사 내 여러 부서의 과장, 차장, 기장 등 간부들을 조원으로, 조장과 팀원 등 11명씩 4개조, 모두 4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의 본연의 업무는 품질관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동팀에 편성돼 비정규직 노조 파업에 대응했던 것.

당시 취재에서 기동5팀 팀장인 차체생산기술팀 김아무개 차장은 "지금도 비정규직 노조가 공장을 (멈춰) 세우려고 하는데, 공장이 서면 각 부서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우리 부서 일을 다 하고 있고, 시간을 쪼개 비정규직 노조의 공장 점거를 막는 것"이라며 자신들은 본연의 업무에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리콜사태로 봐서는 이런 주장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 교육위원 "관리자들, 업무 내팽개치고 보초 선다"

특히 현대차 정규직의 증언은 이번 대량 리콜사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하부영 교육위원은 지난 3월 29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결성 10년, 불법파견 10년, 정규직 노동자의 반성문'에서 리콜사태를 예견했다.

당시 그는 "회사의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은 벌써 3년째 본연의 업무는 내팽개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혹시 점거농성을 하지 않을까 공장 출입구와 옥상 입구에서 보초 근무를 선다. 빠지고 싶어도 인사평가에서 하위 5%를 받으면 PIP교육(역량강화교육)이라는 퇴출프로그램으로 내몰리게 되므로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내가 살기 위해 비정규직을 '방패막이'로...">).

하부영 교육위원은 5일 "오랫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되어 작업을 해온 현대차 생산현장에서 급작스럽게 불법파견을 은폐하려 하다보니 사내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식이 됐다"며 "불량은 이미 예견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관리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품질문제 개선보다는 비정규직 노조 감시에 내몰리다 보니 불량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판매시장에서 현대차의 각종 품질지수가 곤두박질치고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위기를 벗어나려면 우선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회사가 망하겠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0년이 되어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영진에 대한 원망이 시한폭탄 상태"라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현대차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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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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