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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부품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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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해 온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3년 전부터 이들 간 대화가 단절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월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후 비정규직노조의 '정규직 전환'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자 회사 측이 "현장에서 비정규직과 작업관련 대화를 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렸고, 이후 현장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소통이 점차 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를 포함한 자동차 생산공장은 콘베이어 벨트 위에 차제가 흐르는 자동 흐름 방식으로, 이 흐름에 따라 작업자가 늘어선 채로 각부분별 조립이 이뤄진다. 이런 자동차 생산공장 특성으로 앞과 뒤 혹은 옆에서 일하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대화를 통한 연계작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화단절로 불량 문제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들은 한결같이, 이 같은 대화 단절이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현대·기아차 약 190만 대 대량 리콜의 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 "서로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는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연계작업이 쉽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다 오히려 불법파견을 해소하는 비용보다 더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 작업자들 "대화 단절되기 어색하고 갑갑해"

취재 결과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10년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작업에 관한 대화를 못하도록 하는 '작업지시 관련 지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전에는 품질 문제 등에 대해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러지 못하다는 것.

지난 1986년 현대차 울산공장에 입사한 후 27년째 일하고 있는 정규직 박아무개씨(50)는 "2010년부터 내려진 지침은 '불법파견이 될 수 있으니 작업에 관련해 비정규직들과 대화를 나누지 말라'고 했다"며 "이 지침에 따르고 있으나 단, 문제가 생기면 하청업체 사장 등 간부들에게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규직 노동자는 "처음에는 작업에 관련된 대화만 나누지 않았는데, 1년 2년 지나다 보니 전과 달리 비정규직들과 소원해지는 면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현대차 공장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이 혼재돼 작업하던 공정이 상당 부분 '이 부분은 정규직, 저 부분은 비정규직이 맡아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공정은 함께 혼재돼 일하는 공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19일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 울산공장 32개 하청업체에 대해 불법파견을 판정한 것이 그런 곳이다.

하부영 현대차노조 교육위원은 "현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되어 작업하는데, 사내하청업체의 독립적 경영·노무관리인 것처럼 은폐하기 위해 서로 말도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가 있다"며 "품질문제 개선의 주체인 관리자들은 비정규직이 '파업하는지' 살피는 보초를 서고, 현장에서는 수시로 발생하는 품질문제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통이 단절된 상태로 벌써 3년째 차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노조는 "현장의 앞과 뒤, 옆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대화를 못하다 보니 불량이 발생해도 조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한 이런 조치는 품질 불량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특성을 회사 측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0년 대법원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이후 회사 측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작업지시서를 바꾸고 공정 재배치를 하는 등으로 숙련도를 떨어뜨렸다"며 "심지어 혼재 작업을 눈속임하기 위해 이처럼 정규직-비정규직 대화를 금지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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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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