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09년 3월 30일 금속노조 경기지역 금속노동자투쟁본부가 서울 양재동 파카하니핀코리아 본사 앞에서 파카한일유압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30일 금속노조 경기지역 금속노동자투쟁본부가 서울 양재동 파카하니핀코리아 본사 앞에서 파카한일유압의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

관련사진보기


2010년 7월 22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김명한 재판장이 "해고무효"라는 선고를 할 때만 해도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 노동자들은 2심에서 상황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판결을 놓고 '대량해고 부추긴 MB정부 친기업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있었지만, 2심과 대법원 판결은 달랐던 것이다.

지난 2009년 5월 31일, 파카한일유압은 근로자 32명을 정리해고 했다. 회사는 직원 197명 중에 113명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했지만, 실제로는 32명을 해고했다. 당시 이 사실이 언론보도가 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회사는 정리해고 인원을 축소했던 것이다. 정리해고대상자 32명이 전부 금속노조 조합원이었다.

노조는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냈지만, 2012년 1월, 2심에서 패소했고, 2013년 1월에는 대법원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동자가 아닌 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오마이뉴스>는 <직원 60% 정리해고, 평균 연봉 990만원>(2009. 4. 1), <"'신용불량자 벗어났어요?'가 인사죠">(2009. 12. 24), <대량해고 눈감은 MB정부, 법원이 제동 "사회에 대한 기업책임 방기하면 안돼">(2010. 8. 3) 등 파카한일유압 대량해고 사태를 보도했다.

다국적기업에 인수되면서 시작된 지난한 싸움

지난 2005년 6월, 미국 다국적기업 '파카하니핀'이 시화공단의 유망중소기업 '한일유압'을 인수하면서 파카한일유압 노동자들의 길고 지난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미국 다국적기업이 회사를 인수해 이들은 기대를 걸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위기감을 느꼈고,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당시 노조원은 110명에 이르렀고, 한 때는 150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남은 인원은 달랑 7명.

정리해고를 당한 32명 외에도 30여 명이 회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희망퇴직을 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2009년에 30여 명이 남았지만, 계속해서 숫자가 줄었다. 회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희망퇴직을 한 이들도 많았다. 결국은 7명만이 남게 되었다. 이들은 스스로 회사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의 압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합원들에게는 공장 청소 등을 시키면서 정상작업을 시키지 않고, 점심시간에는 이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판을 얼굴에 집어던지는 모욕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감정을 자극해서 폭력사태를 유발해 징계해고 수순을 밟으려는 것 같다. 그래도 악착같이 버티고 있지만, 결국은 정리해고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일, 안산시 선부동에서 만난 송태섭 부분회장의 말이다. 이날 기자와 만난 송 부분회장은 차분하면서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현재 자신을 포함한 7명 조합원의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의 상황을 체념하거나 달관한 것 같은 태도였다.

음식물이 담긴 식판을 뒤집어 쓴 송태섭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 부분회장
 음식물이 담긴 식판을 뒤집어 쓴 송태섭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 부분회장
ⓒ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

관련사진보기


송 부분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소병희 당시 수석부분회장과 함께 회사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한 바 있다. 징계해고 사유는 2009년 정리해고 반대 투쟁. 징계해고를 당한 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송 부분회장은 2012년 10월에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소 수석부분회장은 11월에 고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복직했다.

"대법원에서 32명의 정리해고에 대해 패소판결이 확정된 뒤 회사에서 그악하게 나오고 있다. 이제는 다 끝났다, 마무리만 하면 된다고 그렇게 나오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출근해서 어떤 일을 어떻게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송 부분회장의 말이다. 핸드폰으로 피해 상황을 녹음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욕설을 들어도 격분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게 지옥 같다고 한다. 출근해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송 부분회장의 말이다.

"어떻게 하면 모멸감을 더 많이 줄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것 같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참는데, 사람이다 보니까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어 참느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회사 관리자와 지난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결성된 기업노조 관계자들이 함께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송 부분회장의 주장이다. 같은 노동자이면서 반대편에 서서 자신들을 압박하는 동료들에 대해서 송 부분회장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도 회사의 지침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며 배신감보다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기업노조가 생기면서 회사는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를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기업노조를 대표노조로 인정하고 단협을 체결했다.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 분회는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들 7명과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인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대부분 '기업노조'에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설사 지는 길이라 하더라도 정당하기 때문에 최선 다할 것"

파카한일유압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파카한일유압 노조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

관련사진보기


남은 7명의 노조원은 현재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29일부터 노동부와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투쟁이라는 게 밟으면 밟을수록 더 일어서려는 오기 같은 게 생긴다. 물론 꺾이기도 하지만. 남은 7명은 회사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다 예상을 했기 때문에 이겨내자는 결의를 다지고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저희 7명은 해고 딱지가 달라붙어 있다고 생각한다. 해고 딱지가 달라붙어 있어도 아직은 현장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현장에서 투쟁하자는 결심을 했다. 우리가 해고를 당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건 아니다. 해고는 언젠가 된다. 그러나 싸우고 있다."

정리해고 수순만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들을 힘든 상황에서 버티게 하는 힘을 알고 싶었다.

"우리가 지기 위해 싸우는 건 아니지만 설사 지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이게 옳고 정당하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파카자본에게 져서 노조(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가 나중에 사라진다 해도 어떤 자본이라도 노동자들을 쉽게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런 투쟁을 통해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 분회장은 "우리의 투쟁을 단순하게 파카한일유압만의 문제라고 보면 안 된다, 시화공장에서 회사가 노조를 탄압해서 노조가 깨진 문제로만 되면 단순하고 지엽적인 게 된다"며 "미국 다국적기업이 들어와서 우리 노동자를 착취하고 탄압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11일 오전, 노조탄압과 관련해 송재경 파카한일유압 대표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송 대표는 "통화할 것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들 노조원들은 오는 12일 저녁, 회사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투쟁의지를 다져나갈 예정이다.


태그:#파카 한일유압, #노동조합, #정리해고, #금속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