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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A 교사는 지난달 11일 <월간조선> 인턴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연인즉슨 지난해 그의 수업 내용 중 일부를 한 학생이 몰래 녹음해서 <월간조선> 사이트에 올렸는데, 수업에서 관세 자주권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어떤 취지로 그런 수업을 했느냐며 취재를 요청한 것이다.

이 기자는 당시 '레이디블루'가 운영하고 있는 선동·편향수업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이른바 '정치편향수업'의 실태를 전국적으로 취재하는 중이었다.  

A 교사는 당시 기자의 질문에 "수업 내용 중 강화도조약 설명 시 관세 자주권 관련 내용을 현대에 빗대어 설명한 것뿐이다. 특정한 정책이나 인물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설명이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기자는 "수업 내용 중 광우병 내용이 나오는데 그것은 편 가르기 아니냐"고 재차 물었고, A 교사는 "편 가르기 한 것이 아니다. 광우병에 관한 것도 알고 보면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도 많아 잠시 얘기한 것 뿐"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자가 스승을 신고하는 시대

A 교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참담함을 토로했다. 자신의 수업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고 기사화된 것도 마음 아프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서로 고발하고 신고하는 시대가 되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생들이 교사를 고발하는 사이트가 생기고, 그 대가로 문화상품권을 받는 등 우리 사회가 굉장히 불건전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모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업 내용을 침소봉대해서 학생들이 들은 수업 내용 가운데 광우병 한 마디 발언한 것을 따서 왜곡된 기사를 쓰는 기성세대들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기본법 제 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14조 4항에도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서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사가 교단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어떻게 정치적 중립으로 성립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오히려 교사는 학생들에게 생각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항기 때 우리 선조들이 우매했던 것에 대해서 비판하고 다시는 우리가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는 앵무새가 아니다"

이어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과서를 앵무새처럼 읽어주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학생들의 사고를 열어주고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여 주는 것이 교사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내 얘기를 학생들이 그대로 따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가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우병 얘기를 하기 이전에도 몸에 나쁜 소시지를 먹지 말라고도 했고, 청소년 유해 식품이라며 공문 내려오는 콜라나 사이다도 먹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얘기했었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고 학생들이 안 먹나. 당연히 먹는다. 그러면서 스스로 가치 판단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현 교육은 학생들을 그런 가치 판단마저 못 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A 교사는 의식화된 교사들을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이 서로 공조하면서 사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을 통해 교사들을 자기 검열하게 만드는 거다. 민주주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말하면서 스스로 자기를 스스로 검열하는 참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선동·편향 수업 신고를 접수하는 사이트 '레이디블루' 홈페이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동·편향 수업 신고를 접수하는 사이트 '레이디블루' 홈페이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레이디블루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 운영... 2011년 개설 후 올 2월까지 225건 신고 접수 

'애국여성들의 모임'이라는 부제가 붙은 레이디블루(http://abschool.org)는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를 사설로 운영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다. 지난해 11월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는 라이트코리아·평양시민회·활빈단 등의 단체들과 함께 북녘으로 미화와 초코파이류 등을 담은 풍선을 띄우기도 했다.

지난 2011년 9월 개설한 레이디블루는 이곳 사이버 신고센터에 올해 2월까지 총 225건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규정하고 있는 신고 유형으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거짓 및 왜곡을 교육하는 행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행위 ▲북한을 찬양하거나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 반미를 선동하는 행위 ▲사회, 정치 등 특정 이슈에 대해 편향적인 내용을 교육하는 행위 ▲특정 인물을 비하 또는 옹호하는 행위 등이다.

주로 신상노출을 이유로 교육청의 민원을 꺼리는 학생과 학부모가 찾는다고 한다. 신고 중 70%는 녹취파일 또는 사진을 부첨한 신고이며 나머지는 증거 없이 전언(傳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별히 홈페이지 하단을 보면 '우수 신고자를 선발해 문화상품권을 이메일로 보내준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광고도 하나 없는 홈페이지에서 사설로 사이트를 관리하며 문화상품권까지 지급하는 것을 보며 이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다.    

권유미 레이디블루 대표는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신고센터를 통해 사례들을 접하고는 있지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청에 편향수업을 한 교사들에게 올바른 내용으로 재교육하게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우리 단체 이름으로 각 시도에 감사청구를 할 것이고 이마저도 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변호사를 선임하여 고소·고발할 것"이라 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레이디블루#보수 시민단체#신고 고발#전교조#충청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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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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