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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촌지역 인구감소에 따라 인근 시에서 군 단위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이나 긴급 상황 발생 시(원거리 거주로 인해) 즉각적인 대처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기자는 강원도 춘천시와 인접한 화천군의 사례를 조명했다. - 기자말 

화천읍내 전경.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년 산천어축제와 쪽배축제를 개최한다
 화천읍내 전경.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매년 산천어축제와 쪽배축제를 개최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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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만5천 명이 거주하는 화천군은 군부대 3개 사단이 주둔한 특수성을 띤 지역이다. 지역경제 또한 군인 및 면회객 등 그 가족들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그 흔한 전철이나 고속도로, 열차도 없다. 진입로는 2차선 407지방도와 5번국도가 유일하다.

전방의 산골마을이다 보니 대학이나 극장, 영화관, 백화점 등 문화적 시설도 전무하다. 호텔, 콘도미디엄 등 대형 숙박시설도 없다. 머무는 관광객이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 장병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지역 내 소상공인들의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화천에서 춘천까지는 32.54km. 차량으로 40분 정도 소요된다. 화천에 위치한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다수가 인근 춘천시에서 출퇴근을 하는 이유다.

"지역을 위해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

화천지역 상인들은 춘천시에서 출퇴근을 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볼멘소리를 한다. 음주단속이 강화되자 회식을 춘천시에서 하는 부서도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거주의 자유도 있는 것 아닌가! 문화적 혜택이나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아무리 공무원이지만 시골에서 살 것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거 여건도 변변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또 상인들도 춘천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10년 넘게 춘천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화천군청 김아무개 직원의 반박 논리다. 이에 기자는 화천군의 수장인 정갑철 군수의 의견을 들었다.

진급 때문에 이사를 왔다가 다시 나가?

정갑철 화천군수. 그에게 공무원들의 출퇴근 문제에 대해 물었다.
 정갑철 화천군수. 그에게 공무원들의 출퇴근 문제에 대해 물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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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화천군 공무원 수와 인근 시에서 출퇴근 하는 직원 수는 얼마나 되는지 알려 달라.
"화천군 전체 공무원 수는 읍면과 사업소를 합쳐 500여 명 가량 되는데, 인근 시군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 비율은 50%를 조금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략 250여명 좀 넘는 인원이 춘천시에서 출퇴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화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시와 인접한 군 단위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공통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일부에서 '거주의 자유'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공직자들은 일반 주민과 달리 지역에 대한 관심과 기여 등 특수성을 띠고 있다고 봐야 한다."

- 그런데 (공무원들이 인근 시에서 출퇴근하는)그런 것들이 어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가.
"일부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봉급은 화천에서 받고, 돈은 춘천에서 쓴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공무원인데 (인근시에서 출퇴근하는)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사실 2000년대 이전을 돌이켜 보면, 지역에 거주하는 공직자들과 가족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만큼 다수의 직원들이 지역에 거주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도로망 확충과 개별차량을 소유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열악한 문화혜택이나 교육여건을 이유로 시 단위 지역으로 이전하는 공무원들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따라서 아침 출근이나 퇴근시간대를 보면 춘천에서 들어오거나 나가는 차량행렬이 마치 명절 귀향풍경을 연상케 할 정도다. 자녀들 교육 때문이라는 여론이 있기에 '그 여건이 개선해 주면 될 것 아닌가'라는 판단에 '학습관'을 운영해 전체적인 지역인구 증가의 원인은 됐지만, 공무원들의 출퇴근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자녀의 교육 때문에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교육을 마친 이후에는 다시 들어와야 한다고 보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 다른 문제점을 꼽는다면 휴일이나 퇴근시간 이후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발생 시 담당공무원들을 소집하는데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참고로 지금 말한 것은 화천군청과 산하기관 직원들에 대한 것이었고, 학교 등 교육관련 기관이나 금융, 경찰서, 군부대 임직원을 언급한다면 50%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휴일 화천읍내 시가지 풍경. 한산해도 너무 한산하다.
 휴일 화천읍내 시가지 풍경. 한산해도 너무 한산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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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저런 이유로 지역에 거주하는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실제 적용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지난해 공개석상에서 '진급 자리가 한 자리인데, 대상자가 두 명이다. 그런데 한 명은 똑똑하지만 춘천에 살고, 다른 한명은 다소 덜 똑똑하지만 화천에 산다면, 나는 화천에 사는 직원을 선택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좀 전에 언급한 것처럼 공무원들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비롯해 어떤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처 미흡 등 답답한 심경에서 말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군은 외지 출퇴근 공무원들에 대해선 (인사에 있어서)어느 정도는 인센티브 내지는 역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그러다보니 일부 공무원들이 인사 시즌이 되면 이사를 들어왔다가, 진급을 하면 다시 나가는 직원들도 있다고 들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어떻게 보면 개별적인 어떤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계장으로 또는 과장으로 진급할 시기가 도래 된 사람들이 이사를 들어오는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이 같은 현상은 장기간 지역에 거주해 온 또 다른 직원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오랜기간 지역에 거주한 사람들에 대한 관리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무원급여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는 여론이 있다.
"그렇다. 하지만 급여 일부를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것이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6급 이상의 공무원은 10만 원, 6급 이하는 5만 원 정도를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지급을 하고 있다. 이 상품권은 화천에서는 현금처럼 쓰일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현금과 다름없지만, 외지에서는 한낱 휴지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시 단위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그 상품권을 이용해 화천에서 쌀을 사거나 찬거리를 사거나 차량에 유류를 넣는 등의 용도로 쓰면서 경제 활성화에 일부 기여를 하고 있다.

극소수 이기는 하지만, 일부직원들은 자신이 잘 아는 매점을 통해 상품권을 현금화 시킨다거나 몇 명이 상품권을 모아 현금으로 교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건 정말 아니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지역 상가에서 상품권 지급 부분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반대하는 직원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행정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군부대, 교육계, 금융, 기타 기관에 근무하는 분들의 참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화천군, #정갑철, #화천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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