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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대전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창간 13년만에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운동회가 열렸다.
 13일 대전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창간 13년만에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운동회가 열렸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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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옛날 사진 속 앨범을 보면 실없는 웃음을 짓는다. 나를 웃음 짓게 한 추억 속의 운동회 사진.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머님이 푸지게 준비하신 반찬과 김밥, 삶은 계란. 운동회가 끝나면 아버님은 우리 아들이 달리기에서 1등을 했다며 동네 사람들에게 걸쭉하게 한톡 쏘시던 기억은 운동회가 있는 날 시골 마을의 아련한 풍경이다.

그 시절이 또다시 내게 올 수 없을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모님께 정말 더 멋진 추억을 만들어 드릴 수 있을 텐데....

우리 가족 행운상 '대상' 탔어요!

그래서 운동회란 '그리움'과 '추억'이다. 어릴 적 추억이 되살아나는... 또 누군가에게 풍성한 추억을 남겨줘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남겨준 추억의 한장면처럼 나 역시 훗날 내 아들과 딸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도록 말이다.

활짝 핀 벗꽃 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4월이다. 며칠째 유난히 바람이 매섭더니 오늘은 잦아들었다. 13일 운동회가 있는 날이다. 다름 아닌 창간 13년 만에 처음 실시하는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운동회다.

 단체 발묶어 뛰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10명의 선수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단체 발묶어 뛰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10명의 선수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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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장애물 경기에서 첫주자로 어린아이들이 출발하고 있다.
 여러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장애물 경기에서 첫주자로 어린아이들이 출발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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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김밥을 싸는 아내의 손길이 바쁘다. 3시간 이상을 달려 대전에 위치한 인재개발원 운동장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아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떠나는 추억여행이었으면 좋겠다. 기대와 설렘으로 차를 몰았다.

빈손으로 가기는 뭔가 아쉽다. 순천 아랫시장에 들렀다. 곧 열리는 순천정원박람회용 햅쌀 막걸리 한 말을 사 가지고 대전으로 향했다. 운동장에 좀 늦게 도착했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오프라인과 지역투어를 통해 만난 전국에서 모인 여러 기자님의 반가운 인사가 더 정겹다. 서울 팀이 방금 전에 도착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연호 대표와 김당 뉴스게릴라본부장, 그리고 한 기자가 시민기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전하며 1부 행사가 끝났다.

이후 최규화 기자의 사회로 1조부터 4조까지 팀이 나뉘어져 본격적인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이 속한 팀은 2조다. 축구 경기에 아들도 선수로 뛰었고 난 골키퍼를 했다. 직접 선수로 뛴 오연호 대표님의 발놀림도 장난 아니다. 이날 내리 2골을 줘서 우리 팀은 졌다. 발목 깁스를 푼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덜 풀린 탓이다. 발목만 아니었어도 콜드게임으로 보낼 수 있었는데 상대팀은 참 운도 좋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와 딸이 참가한 발 야구도 졌다. 우리 가족이 참가한 팀은 운동신경이 없는 모양이다.

점심시간이다. 이날 점심은 산채비빔밥이다. 자원봉사를 나오신 분들은 점심과 저녁까지 손수 챙겨주었다. 참 고맙다. 대전 분들이 준히하느라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배가 고프니 밥맛도 좋다.

오후 경기가 이어졌다.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조별로 펼쳐진 단체 발 묶어 뛰기 경기다. 10명의 선수가 모두 발을 묶어 뛰는 경기의 노하우는 역시 팀워크다. 한 사람만 호흡이 맞지 않아도 10명의 선수가 스텝이 꼬여버려 속도를 낼 수 없다. 우리 팀은 보기 좋게 상대편을 절반도 넘게 따돌리며 여유 있게 골인했다. 이어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뿔사.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결승에 진출한 팀에게 아쉽게도 지고 말았다.

장애물 이어 이어달리기는 관중에게 웃음을 안겼다. 첫 주자인 어린아이들의 달리기를 시작으로 여러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바통을 이어받은 두 번째 주자는 요구르트 5개를 다 먹고 뛰어야 하는데 1등으로 온 홍현진 기자님. 한꺼번에 5개의 요구르트를 못 먹고 꼴찌가 되었다. 또 풍선을 터질 때까지 불어야 하는 미션에서 뻥 소리에 겁먹은 선수의 모습은 가관이다. 우승을 차지한 사람은 운동신경이 뛰어난 소중한 기자가 속한 팀이다.

 행운의 번호 76번. 우리 딸이 행운의 대상을 차지했다.
 행운의 번호 76번. 우리 딸이 행운의 대상을 차지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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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자가 행운 번호가 당첨되었으나 관중의 반발로 대구에서 온 조정훈 기자가 어부지리로 행운상을 차지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회자가 행운 번호가 당첨되었으나 관중의 반발로 대구에서 온 조정훈 기자가 어부지리로 행운상을 차지하며 기뻐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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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뭐니뭐니 해도 하이라이트는 '경품추첨'이다. 4개의 경품권을 가진 아이들은 사뭇 기대가 크다. 쌀에 당첨된 이들도 좋아서 함박웃음이다. 경품권이 사회자에게 당첨되자 주최 측의 농간이라며 강력 반발. 대구에서 온 조정훈 기자님이 어부지리로 낚아챘다. 마지막 대상 추첨이 이어졌다.

"오늘 행운의 번호는 둥둥둥... 76번!"
"와~ 대박"

내 옆에서 함성이 들렸다. 바로 우리 딸이다.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딸은 역시 행운의 여신다. 여수에서 행운의 대상을 차지하다니... 오늘은 우리 가족의 날인가 보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 <오마이뉴스>운동회였다.

이번 행사는 상근기자와 함께 전국에서 시민기자들과 그 가족이 함께했다는 자체가 의미가 컸다. 비록 시민기자의 참여가 부족해 좀 아쉬웠던 점이 사실이다. 내년에도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2회 때부터는 전국에서 좀더 많은 분들이 참여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 나만의 생각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운동회#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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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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