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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누리길 걷기축제
 고양누리길 걷기축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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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토요일,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설쳤다. 주말 오전 5시 반이면 꿈나라에서 헤맬 때 아닌가. 하지만 서둘러야 했다. 고양시에서 걷기 축제가 열리는 날이었다.

고양시에서는 올해 고양 600년을 맞이해 풍성한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고양시의 역사가 600년이라는 사실은 놀랍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 놀랄 것도 없다. 우리나라 역사가 반만 년이라지 않나. 그 역사가 어디에 새겨져 있겠나. 이 땅 곳곳에 숨결처럼 스며있는 거야 당연하겠지. 역사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닐 테니까. 그건 고양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양시에 60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무리 많이 열려도 내가 가장 관심이 가는 행사는 당연히 '고양누리길 걷기축제'일 수밖에 없다. 나도 같이 걸어야지,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올해 열리는 '고양누리길 걷기 축제'는 시작하기 전부터 인기 폭발이었나 보다. 참가신청 인원이 1만1000명을 넘어섰다고 고양시 녹지과 정창식씨가 자랑하듯이 알려주었던 것이다.

고양시 600년 맞아 열리는 '걷기 축제'

4월 13일, 고양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렸다.
 4월 13일, 고양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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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에 열린 고양누리길 걷기축제는 6코스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6곳에서 출발해 한 곳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집결지는 화정역 광장으로 걷기를 마친 시민들이 이곳에 모여 신나는 한판 축제를 연단다.

북한산입구에서 출발하는 1코스는 가장 긴 코스로 전체 길이가 17km. 2코스는 벽제관지에서 출발하며 전체 길이는 14km, 3코스는 행주산성에서 출발해 강매석교를 지나 화정역까지 이어지는데 전체 길이는 12km였다.

고양시 문화광장에서 출발해 백석공원을 지나 영주산을 통과하는 4코스는 전체 길이가 10km. 일산역에서 출발하는 5코스와 고양시청에서 출발하는 6코스 역시 전체 길이가 10km였다.

참가자들은 6개의 코스 가운데 가장 걷고 싶은 구간을 정해서 신청할 수 있었다. 아, 하나 빠졌다. 1-1코스도 있었다. 1코스는 17km라 상당히 구간이 긴 편이라 중간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양고등학교에서 출발하는 구간을 하나 더 넣었다고 한다.

고양누리길 걷기축제
 고양누리길 걷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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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30분, 북한산 입구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출발시간은 8시, 최성 고양시장 역시 이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걸을 예정이다. 이른 아침에는 날씨가 쌀쌀하지만 오후에는 수은주가 쑥 올라갈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대부분 가벼운 차림새였다.

오전 8시, 최성 시장이 부인 백은숙 여사와 함께 북한산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최 시장은 "고양 600주년을 맞아 열리는 걷기축제가 뜻 깊은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며 "함께 걷는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짤막하게 인사말을 했다.

4월 13일, 고양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렸다.
 4월 13일, 고양누리길 걷기축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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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20분, 출발했다. 아침밥도 못 먹고 왔다고 투덜거리는 내게 이태형 고양시 녹지과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중간지점에서 주먹밥을 먹을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 귀가 번쩍 뜨이는 말에 거기가 어디쯤이냐고 물었더니 알려주지 않는다. 중간에 포기하면 주먹밥은 없다는 말씀이렸다?

고양누리길 걷기축제 1코스는 지난 1월에 새롭게 열린 '한북누리길'과 서삼릉 누리길이 포함된 코스로 걷기 마니아들이 즐기면서 걷기에 적당한 길이다. 이 길을 걷겠다고 참가신청을 한 사람들은 300여 명.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부모들도 제법 많았다. 아이들은 힘든 기색없이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고, 최성 시장은 이따금씩 부인의 손을 잡고 걷기도 했다

숲과 산으로 이어지고, 도심도 지나는 고양누리길

축제의 꽃은 역시 어린이들
 축제의 꽃은 역시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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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장은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별로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오늘 걷기축제에 아내와 함께 걸으러 와서 참으로 기분이 좋다"며 "고양누리길은 부부가, 연인이 함께 걸으면 더 좋은 길"이라고 고양누리길 예찬론을 펼쳤다.

길은 숲으로 산으로 이어지고, 이따금 도심을 지나가기도 했다. 숲길은 아직 봄이 완전히 무르익지 않았지만,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흙길은 부드러웠고, 봄기운에 몸을 흔들어대는 나무들 사이로 향기를 품은 바람이 불어왔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위원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고양누리길에 스며있는 고양 600년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주고 있었다. 고양시의 역사를 줄줄이 꿰고 있다는 정 위원은 이날 참가한 이들 사이를 오가면서 고양의 역사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풀어냈다. 그런 정 위원을 두고 최성 시장은 "고양시 역사의 일인자"라고 틈만 나면 자랑했다.

고양누리길 축제 참가자가 초등학생 자녀에게 '한북누리길'을 설명하고 있다.
 고양누리길 축제 참가자가 초등학생 자녀에게 '한북누리길'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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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분 전, 우리는 고양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1 코스의 시작점이 바로 고양고등학교였던 것. 이들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북한산 입구에서 출발한 이들과 함께 걸을 예정이었다.

이곳에서 물과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었다. 주먹밥을 만든 이가 곁에 있으면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고 싶을 만큼 주먹밥은 맛있었다.

지금까지 8km정도 걸었으니 남은 거리는 9km 남짓. 주먹밥도 먹었겠다, 이제는 발걸음이 더 가벼워져야겠지? 그래서일까, 아니면 새롭게 참가한 사람들 때문일까, 걷기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게 걷는 것 같았다. 고양고등학교에서 합류한 사람들 가운데는 중고등학생들도 제법 많았다. 왁자지껄하면서도 발랄한 기운이 그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4월 13일, 고양누리길 걷기 축제가 열렸다.
 4월 13일, 고양누리길 걷기 축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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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약수터를 지나고, 서삼릉 옆길을 지나고, 원당 허브랜드까지 지났다. 누군가 외쳤다.

"저기 원당역이 보인다."

원당역이라면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온 셈이다. 화정역까지는 이제 도심을 통과하는 길만 남았다. 원당역사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걷다가 잠깐 쉬려고 역사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화정역까지 걸어야하니 잠깐 쉬었다 가는 것도 좋으리라.

화정역으로 가는 길은 고양시 도로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다. 길이라는 게 늘 숲으로만 이어질 수 없는 법. 걷기를 즐긴다면 어느 길인들 못 걸을까. 인도를 따라 걷는데, 터널처럼 이어진 개나리 꽃길이 눈길을 잡아끈다.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도심은 숲이나 산보다 봄이 빨리 온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화정역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고양시 전체가 축제로 들썩이는 것 같았다. 심술꾸러기 바람이 불었지만, 걷기를 마친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았다. 힘들게 걸었다는 분위기는 거의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17km를 무사히 즐기면서 잘 걸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종아리가 약간 묵직하긴 했지만,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고양누리길 참가자들이 6개 코스 출발지에서 담아온 흙을 담은 화분에 나무를 심어 최성 시장에게 전달했다.
 고양누리길 참가자들이 6개 코스 출발지에서 담아온 흙을 담은 화분에 나무를 심어 최성 시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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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걷기를 마친 이들이 서로를 마주보면서 인사를 나눴다. 다음에 길에서 다시 만나요, 고양누리길에서.

걷기축제에 참여한 이들이 모여든 화정역광장에서는 신나는 한판 축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개그맨 정명재씨의 사회로 시작된 축제는 다양한 공연으로 이어졌고,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걷기축제는 6개 코스 출발지에서 길안내를 맡은 길대장들이 채취해온 흙을 화분에 모아 담은 뒤 나무를 심어 최성 시장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태그:#고양시, #고양누리길, #고양걷기축제, #최성,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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