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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정백근 경상의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정백근 경상의대 교수 등 참석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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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지난 12일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강행처리했다. 이제 폐업까지 남은 절차는 18일 열리는 도의회 전체회의뿐이다. 만약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게 되면 한국의 공공의료는 또 한 번 '바람 앞 등불'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공공병상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 수준이다. '의료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18일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의료민영화로 가느냐 마느냐를 가늠하게 될 것"라고 말하는 이유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와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는 15일 오후 국회에서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공공의료 현실이 열악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아내고, 이번 일을 기회 삼아 한국의 공공병원을 더욱 늘리고 또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에도 뜻이 같았다.

정백근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주의료원 사태는 공공 의료 강화의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될 의료민영화 논의에서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는 교두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진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다소 지지부진하게 논의됐던 '바람직한 공공병원을 위한 과제와 대안' 논의가 성과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제는 많다. 이 교수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공공병원의 역할을 '취약계층 진료'로만 한정할 수 없다"며 "공공병원들이 양질의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질병관리사업 등을 진행하는 것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안팎의 혁신과 정부의 책임있는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정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팀장도 '공공병원의 역할과 위상 강화'를 강조했다. 문 팀장은 "우리나라 공공병원 200곳의 질은 동급 민간병원(260미만 중소종합병원)에 견줘 볼 때 괜찮은 수준"이라는 말로 입을 뗐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2006년과 2009년 '의료기관 서비스평가' 자료를 언급하며 "당시 평가자들도 '직접 가서보니까 민간병원보다 훨씬 제대로 관리되고, 시설도 제대로 갖춘 곳이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공공병원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병원 안팎에서 그 역할을 '취약계층 의료지원'으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문 팀장은 지난달 전라남도 여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피해자들이 인근에 화상전문병원이 없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은 것을 소개하며 "공공병원은 취약계층 진료뿐 아니라 훨씬 더 크고 무거운 역할이 맡겨져 있다"고 말했다. 화상전문병원이나 산업재해전문병원 등이 그 예다.

"공공병원, 취약계층 진료만 하는 것 아냐"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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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백주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또한 "공공병원은 취약계층 진료만 하지 않는다"며 공공의료의 다양한 역할을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선 병원간 극심한 경쟁으로 대도시 병원은 병상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작은 병원들의 기능은 약해지고 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진료비 부담과 의료 이용의 양극화, 지역사회의 건강관리기능 약화도 심각한 문제다. 그는 "전반적으로 의료 공공성이 후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료 공공성을 지켜야 할 공공병원이 제대로 지원받거나 운영된 사례는 적었다. 나 교수는 "국비 지원 규모는 연 400억 원 정도로 거의 변하지 않는 데다 지방정부는 국비 투자에 대응하는 정도만 하고 있다"며 "시설이나 장비 투자가 필요하면 지방채를 발행, 그 부담을 병원 부채로 떠넘긴 뒤 경영평가 때는 마치 갚아야 할 돈처럼 말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공공병원 지원체계를 개선하고 그 특성을 반영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공공병원을 발전시킬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네 사람의 발제를 들은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의료는 한국 사회 경제와 복지시스템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갈 것인가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는 노동비용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일이 중요한데, 저렴한 의료비 시스템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전체 경제에 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의료비 증가 속도가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인데, 계속 이런 속도로 가면 기업 입장에서도 의료시스템이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며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했던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다시 한 번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비판했다. 그는 "진주의료원도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만 중앙정부나 경남도의 책임은 어느 정도인지 따지지 않고 '모두 의료원 책임'이라고 하는 건 완벽하게 틀린 논리"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들이 도의 책임은 어떤 부분인지, 중앙정부 잘못은 무엇이며 병원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찾아야 한다"며 "진주의료원 혼자 알아서 고치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태그:#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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