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울고 있는데, 아들은 웃고 있었다. 균도(21)씨는 아버지 이진섭(49)씨의 눈물샘이다. 자폐성 장애 1급인 아들 균도씨를 생각하면 아버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하루 종일 붙어 다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은 경찰이 에워싸고 있는 부산시청 광장을 마구잡이로 뛰어다녔다.
16일 오전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시작된 부산지역 장애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는 이씨 부자뿐만 아니라 100여명의 장애인들이 함께했다. 귀를 막고 알 수 없는 소리를 계속 내뱉는 아들의 손을 아버지는 말없이 붙잡았다.
"균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산시는 만 18세 이하 장애아동들의 활동보조 추가시간을 잘랐습니다. 원래 20시간씩 줬는데 2013년 들어 축소됐어요. 장애 아동에 대해서는 국비가 늘어서 시비로 주는 건 줄이겠다네요…."
이씨는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았다. 아내도 갑상선암으로 투병중이다. 암을 앓았던 이씨를 써주는 회사도 없을 뿐더러, 아내와 하루 종일 돌봐야하는 아들 때문이라도 일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은 균도씨를 낮 동안 돌봐주는 주간보호복지관이 있어서다. 그런데 이마저도 호락하지는 않았다. 1급인 균도씨를 본 복지관 사람들은 손이 많이 간다며 손사래를 쳤다. 진섭씨는 몇 군데의 복지관을 돌고나서야 "다음에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이 거절을 의미한다는 걸 알았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진섭씨가 아들 손을 잡고 걸어서 국토종단에 나서면서 였다. 부자는 2500km를 걸으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관련기사
'발달장애인 균도씨가 대전 시내 걸어간 까닭은').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을 향한 세상의 관심이 시작됐지만 정작 그가 살고 있는 부산은 아직도 변화에 둔하다.
"균도가 국회에서도 관심을 받고했으니 복지관에서 받아주고 쫓아내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다른 1급 자폐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습니다. 경북이나 경기도 같이 중증 장애인을 전담하는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시는 여전히 예산 문제만을 말합니다. 같은 국민인데 왜 시도별로 장애인의 삶은 다를까요?"그는 부산의 자폐장애인은 사지가 멀쩡하다는 이유로 탈 수 없는 장애인 교통수단(두리발)과 장애인 아동이 학교졸업 후 사회 진출 교육을 받는 전공과 과정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서울의 장애인 택시(두리발)는 자폐장애인도 탈 수 있지만 부산은 이용 접수조차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도는 2년씩 되는 전공과 과정도 부산시는 예산이 없다며 1년에 그친다"고 한숨 쉬었다.
이씨 뿐 아니라 장애인들이 20일인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부산시청 앞에 천막을 치려고 하자 구청과 경찰들은 천막을 뺏어갔다. "할테면 노숙을 하라는 말인데 장애인에게 노숙을 하라는 것이 부산시의 태도"라고 분노하던 이씨는 "시에서는 여전히 검토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검토를 몇 년째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