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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가계부채는 증가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가계부채를 경감하기 위해 지난 3월 29일 '국민행복기금'을 발족시켰다. 사업 집행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맡기로 했으며, 같은 날 인천에서는 캠코 인천지역본부가 현판을 달고 업무를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기금 18조원을 조성해 320만명에 달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의 부채를 50%(기초수급자의 경우 최대 70%)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국민행복기금 사업 규모를 10분의 1로 줄였다.

국민행복기금이 발족과 더불어 발표한 추진계획을 보면, 향후 5년간 기금 1조 5000억원을 조성해 약 32만 6000명에게 채무조정 혜택을 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와 함께 국민행복기금이 용두사미가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국민행복기금 위탁운영을 맡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와 인천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는  ‘국민행복기금 서민금융정책과 인천지역 금융소외자 구제방안’ 토론회를 열어 인천지역 금융소외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국민행복기금 국민행복기금 위탁운영을 맡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와 인천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는 ‘국민행복기금 서민금융정책과 인천지역 금융소외자 구제방안’ 토론회를 열어 인천지역 금융소외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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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채무 조정과 '고금리서 저리로 환승'이 골자

이런 상황에서 캠코 인천지역본부와 인천대학교 사회적기업연구센터가 15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국민행복기금 서민금융정책과 인천지역 금융소외자 구제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어 국민행복기금으로 인천지역 금융소외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듯 방청객 200여명이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김태규 캠코 인천지역본부장은 "2013년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과 내수경기의 부진으로 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부실위험까지 커지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국민행복기금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을 2.6%까지 낮춰 잡았고 한국경제의 3대 성장 동력인 수출과 내수 그리고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까지 약화됐다"며 "인천의 경우 주택 구매자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고 경기 둔화로 인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무경감과 더불어 신용회복과 고용연계를 통한 상환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가계의 장기연체채권을 국민행복기금이 매입해 채무조정을 해주고, 학자금 대출 연체자들의 채무를 조정한 뒤 취업 후 상환하게 하며, 20% 이상의 고금리 채무를 10% 내외의 저금리 은행대출로 전환하는 이른바 '바꿔드림론'이 주된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캠코 인천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 대상자가 5만 4000여명이지만 인천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연구에 의하면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신용등급 6~10등급 대상자는 약 38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실제로 1금융권 대출의 58%는 소득수준이 안정된 사람이 차지하고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은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행복기금은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유효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환승론(=고금리대출에서 저금리대출로 환승)은 매우 시의적절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약탈적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강화해야"

이명박 정부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출 등 각종 서민금융정책으로 6조 8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금융소외자들은 상환능력(가계소득)에 비해 과도한 채무부담을 지고 있기에 당시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저금리자금 공급은 부채의 연장선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 박근혜 정부가 실시하는 국민행복기금 역시 비록 시작은 안 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가계부채 경감과 함께 일자리창출과 금융당국의 규제강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행복기금으로 채무경감을 통해 가계 상환능력을 제고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것 즉, 가계부채 해결로 내수경기를 회복하는 게 행복기금의 주된 골자"라고 한 뒤 "상환능력(가계소득)을 높이려면 고용노동부(취업성공패키지 사업)와 중소기업청(소상공인 창업학교)과 연계해 채무조정 대상자가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지난 정권이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 사업에 수조원을 투입했는데 최근 감사원 예비감사 결과 자동차 담보 대출,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 등 부정사례가 발생했다. 실제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채무대상자가 실질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게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는 약탈적 대출과 이를 가능케 한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탓이 큰 만큼 약탈적 대출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담보부채권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해야"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이 이명박 정부의 햇살론, 미소금융과 차이가 있다면,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이다. 햇살론이 주로 소기업에, 미소금융이 사회적기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민행복기금은 국민 전체가 그 대상이다.

국내 가계부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계층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는 국민행복기금이 10분의 1로 줄긴 했어도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담보부채권은 이번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한 지금, 2012년 10월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2012년 3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규모는 43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11년 1월에 비해 16.9%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 8.9%의 두 배에 해당한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구당 가계부채는 9500만원으로 임금노동자 4600만원의 두 배다.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자영업자의 부채비율은 219.1%로 임금노동자 125.8%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6월말 기준 다중채무자 316만명 중 연소득 3000만원 이하가 38.1%에 달했다. 다중채무자 중 베이비붐세대를 포함하는 50대 대출자의 비중은 2007년 23.3%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1.5%까지 증가했다"며 "현대경제연구원이 3월 10일 발표한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저소득층 자영업자 43만가구는 사실상 채무상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대로 가면 카드대란 이상의 위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 집행위원장은 국민행복기금이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보다 대폭 축소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 뒤, 추진계획을 보완해 금융소외 자영업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대상자에서 담보부채권을 제외했는데, 자영업자의 경우 주택을 담보로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도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한 뒤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갈아타는 국민행복기금의 '바꿔드림론'을 확대 시행하고 미소금융 등의 서민금융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승균 인천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실질적인 가계소득 향상방안을 위한 고용정책과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주문했다.

남 연구원은 "채무조정과 더불어, 고용노동부와 취업과 창업을 연계해 상환능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미소금융 또한 지난정부 때 마이크로파이낸싱을 내걸고 출범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에 의존하기보단 지역 역량(=지자체)과 연계해 실효성을 높여야한다"며 "또 자영업자의 경우, 정부가 중소상인 적합업종 지정을 서둘러 실질적인 가계소득을 올려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민행복기금#가계부채#자영업자#한국자산관리공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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