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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뛸 기회도 안 줘 놓고 실력 발휘 안 했다고..."민주통합당 5.4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한길 당대표 후보가 당 대선평가보고서에서 자신의 대선 협력도가 낮다고 나온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앞서 <오마이뉴스>가 지난 18일 단독 입수해 보도한 당 대선평가보고서 제5부 21장 결론에 따르면, 김 후보는 당대표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고위 지도자들의 대선과정에서의 협력 정도 조사에서 하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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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대선평가위가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주류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선패배 책임지수를 공개한 것과 달리, 고위 지도자들의 대선 협력도 지수 결과를 누락시킨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대선 참여 적극 차단해 아무 역할도 주지 않던 분들이..."그러나 김 후보는 1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제가 문재인 선대위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서 아무 역할도 주지 않았던 분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어, "제가 당대표 경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하도 책임론을 제기하기에, 선대본부에서 본부장으로 높은 자리에서 일했다고 더 책임이 크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정말 우리끼리 자꾸 '당신 더 책임이 크다' 이런 말 하지 맙시다"라고 말했다.
즉,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책임을 묻는 자체가 당대표 경선을 의식한, 정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 후보는 "적극적으로 돕고 싶은데 자리가 없다는 말씀을 좀 해보셨나"는 질문에도, "해봤지만 마땅한 자리고 뭐고 어떤 자리도 제게는 철저하게 차단하고 치른 선거였다"고 강조했다.
또 "세상 사람들이 그래도 김한길이 대선을 비롯해 큰 선거들은 가장 많이 치러본 사람이고, 가장 많이 이겨본 사람인데 그래도 김한길이가 지난 대선도 좀 지휘하는 자리에서 뭔가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차단했다는 말씀이냐"고 거듭 묻자, "아마 그랬을 것"이라며 "저도 사실은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우리끼리 자꾸 '누가 뭐해서 그렇다', 이제 그런 애기 그만하면 좋겠다"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이어, "이제는 정말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서 국민들로부터 다시 사랑받을 수 있는 민주당이 되겠는가, 그에 대해서 말할 때"라며 "(계파정치나 대선패배 책임론 관련) 질문도 받고 싶지 않다, 자꾸 서로 이렇게 우리 내부에서 각을 세우는 역할을 강요하시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섭 "스스로 최고위원직 내려놓고 후방에 있었으면서..." 한편, 김 후보와 경쟁 중인 이용섭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운동을 함에 있어 최고위원 자리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도대체 어딨냐"고 일침을 놨다. "마땅한 자리고 뭐고 어떤 자리도 제게는 철저히 차단됐다"는 김 후보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김 후보는 지난해 민주당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가 커지자 당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하고 이해찬 지도부의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김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리더십 부재를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책임이 있다"며 "본인이 최고위원으로 나섰으면 그 책임을 다해야 할 텐데, 아무런 논의 없이 사퇴해 전 지도부 공백 사태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본인이 스스로 최고위원직을 버리고 일선 전투를 기피하고 후방에 있었으면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적반하장"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최고위원직을) 버렸으면서 정작 대선에서 본부장을 맡아 열심히 일한 분들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또 "(대선 당시 본부장들은) 죽자살자 일선 전투현장에서 소총수로 활동한 것"이라며 "후방에 있던 사람이 목숨 바쳐 일한 소총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는 건 매우 비겁한 짓이고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도 질타했다.
다만, 그는 "(대선 당시 선대위 공감1본부장을 맡은) 저에게도 일부 대선패배의 책임이 있다"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선패배와 관련, 고 김수환 추기경이 말하신 '내 탓이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