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의 형제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에프(19)가 경찰에 붙잡혔다.
AP, CNN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보스턴 경찰은 19일 오후 8시 45분(현지시각)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 지역의 한 주택가에서 보스턴 테러 형제 용의자 중 동생인 조하르를 체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하르의 형인 타맬란 차르나에프(26)는 동생과 함께 도주하던 중 이날 새벽 1시 15분 몸에 폭탄을 두른 채 경찰에 달려들다가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차르나에프 형제는 경찰 피해 도주하다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학내 경찰관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인근에 있던 차량을 탈취해 도주했다. 이들은 인질로 잡고 있던 차량 주인에게 "우리가 보스턴 테러의 범인"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주인을 인근 주유소에서 내려준 뒤 계속 도주하던 형제는 경찰이 추격해오자 형 타맬란이 폭탄을 투척하려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고, 동생 조하르는 워터타운 주택가의 뒷마당에 세워져 있던 보트에 숨었다.
하지만 보트 안에서 인기척을 느낀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곧바로 적외선 탐지기가 장착된 헬기가 출동해 조하르를 검거했다. 총상을 입은 조하르는 보스턴 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 측은 "부상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보스턴 테러 발생 나흘 만에 용의자 검거에 성공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통해 "공포는 끝났으며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를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며 "어떠한 테러도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은 권투선수, 동생은 의대생
차르나에프 형제는 그동안 보스턴 인근의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1년 넘게 거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형 타맬란은 대학을 중퇴한 뒤 아마추어 헤비급 권투선수로 활약했다.
동생 조하르는 손꼽히는 명문 고등학교에 다니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던 모범생이었으며 매사추세츠대 다트머스 캠퍼스의 의과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의사 지망생이었다.
이들은 체첸 자치공화국 출신으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체첸 자치공화국 인근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살았고, 10여 년 전 관광 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영주권을 신청해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거주하고 있는 차르나에프 형제의 작은 아버지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09년에 마지막으로 조카들을 만났었다"며 "타맬란이 극단주의에 심취한 것으로 보여 차라리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라고 설득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무엇이 조카들을 이처럼 야만적인 행동으로 몰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하며 "하루빨리 경찰에 자수하고 테러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차르나에프 형제의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일부 언론은 이들이 거주했던 캅카스 지역이 체첸 반군의 주요 거점이며 알 카에다와 같은 국제 테러단과 연계하여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사건으로 추론하고 있다.
체첸 공화국, "우리와 관련 없다" 불쾌그러나 체첸 자치공화국의 람잔 카디로프 대통령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차르나에프 형제는 수년 동안 체첸 공화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며 "이들 가족은 오래전 체첸을 떠났었다"고 연관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한 "이들 형제는 어른이 되기 전에 체첸 공화국과 모든 관계를 끊었다"면서 "미국이 이들을 미국에서 잘못 양육하고 가르쳤기 때문"이라며 테러 배후에 체첸이 연관되어 있다는 일부 주장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