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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기지시줄다리기 행사도중 줄이 끊어졌다, 이 사고로 10여 명이 다치고 도중 행사가 종료됐다. 사진은 줄이 끊어져 행사가 도중 종료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기지시줄다리기 행사도중 줄이 끊어졌다, 이 사고로 10여 명이 다치고 도중 행사가 종료됐다. 사진은 줄이 끊어져 행사가 도중 종료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당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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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시줄다리기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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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행사를 전한 언론의 14일과 15일 보도기사 제목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핵심행사인 줄다리기 도중 줄이 끊어지면서 10여 명의 참가자가 다쳤다. 이 때문에 중간에 행사가 중단됐다.

이날 줄다리기에 참여한 사람은 약 1만여 명으로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목격자들은 "끊어진 줄을 살펴보니 색깔이 변해 있었고 썩은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짚으로 새끼를 꼬아 엮은 줄이 썩은 동아줄이었던 셈이다.

주최 측인 보존회는 지난해 비가 자주 내려 볏짚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준비과정의 오류를 인정하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주최 측은 "죄송하다"... 언론은 "대장정 마무리"

하지만 이를 전한 언론은 달랐다. 언론은 한 목소리로 '성황리에 마쳤다'고 보도했다. 22일 당진참여연대 보도내용 분석결과 10개 지방일간지가 '성황'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CJ헬로비전 충남방송은 9대의 카메라를 투입해 현장을 생중계했지만 "무사히 행사가 끝났다"고 보도했다. 대전KBS만이 행사도중 줄이 끊어진 사실을 알렸지만 '해프닝'으로 의미를 축소했다.

시민단체의 분석결과 대부분의 언론이 14일 오전 9시 경 당진시가 제공한 보도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진시는 이날 제공한 '… 대화합의 마무리' 제목의 보도 자료를 통해 '… 세계 속의 축제로 발돋움한 모습을 보이며 나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14개국의 주한외교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언론은 보도 자료를 제목만 바꿔 그대로 전제했다.

언론은 오보를 낸 이후에도 이를 바로 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일보>와 <금강일보>만이 지난 16일 <기자수첩> 형식을 빌려 줄이 끊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하지만 <대전일보> 기자는 '짚의 상태가 불량했더라도 웬만하면 견딘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이들이 큰 줄을 당겼다, 그 엄청난 에너지에 버텨낼 수 없었을 뿐이다'며 해석을 달리했다. <금강일보> 기자도 '참여한 사람들이 얼마만큼 대동단결이 이뤄졌으면 튼튼한 줄이 끊어졌을까?'라며 줄이 끊어진 원인을 '대동단결'에서 찾았다.   

보도자료 베껴쓰고 정정보도 안해... "진실 감추는 행위"

지난 14일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를 보도한 언론기사
 지난 14일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를 보도한 언론기사
ⓒ 다음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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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언론이 미리 배포된 보도 자료를 그대로 베껴 오보를 내고도 사고 사실을 보도하지 않거나 바로 잡지 않은 것은 진실을 감추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단 오보를 낸 언론사는 공개 사과 및 정정 보도를 해야 한다"며 "아울러 사고의 원인을 분석 보도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요무형문화재 75호인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는 지난 11일부터 4일간 일정으로 열렸다. 줄다리기는 500여 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우리 전통놀이로 주민 화합을 목적을 두고 있다. 당진시는 기지시 줄다리기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 준비하고 있다.


태그:#기지시줄다리기 , #동아줄, #당진참여연대, #오보, #정정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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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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